대법, 무죄 확정 판결
바다에 차량 빠뜨린 혐의만 유죄…금고 3년 확정
1심은 살인 유죄로 보고 무기징역→2·3심은 살인 무죄
대법 "의심 여지 없을 정도의 증거 있어야"

ⓒ여성신문·뉴시스
 여수시 금오도 내 모 선착장에서 추락한  승용차를 인양하고 있다.ⓒ여성신문·뉴시스

 

17억 보험금을 노리고 부인이 탄 차를 바다로 추락시킨 의혹을 받는 남편이 살인이 아닌 과실 사고라는 결론이 났다. 이른바 ‘금오도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피고인의 남편을 살인 혐의가 아닌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24일 살인과 자동차매몰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52)의 상고심에서 살인 혐의를 무죄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금고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금고는 교도소에 감금하지만, 노역은 하지 않는 형벌이다.

A씨는 2018년 12월 전남 여수시 금오도의 한 선착장에서 아내 B씨(사망당시 47)가 탄 제네시스 승용차를 바다로 추락시켜 사망하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당시 수사를 맡은 해경과 검찰은 아내가 찬 차량 기어가 중립(N)에 놓여 있고 사건 직전 A씨가 아내 B씨 명의로 총 사망보험금 15억여 원이 지급되는 보험상품 5개에 가입한 점 등을 근거로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의심스러운 사정이 있지만, 피해자의 사망이 A씨의 고의적 범행이 아닐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전처와 이혼한 후 단골식당에서 알게 된 종업원 B씨와 가까워졌다. 당시 A씨는 1억원이 넘는 빚에 전처와 낳은 세 자녀에게 매달 200만원씩 생활비를 보내고 있었다. A씨는 B씨와 혼인신고를 하면서 부부가 됐다.

A씨는 B씨와 교제를 시작한 직후 B씨 명의로 5건의 보험상품에 가입했다. 차량 사고로 아내가 사망하면 최대 17억5000만원을 A씨가 수령하는 조건이었다.

그러다 A씨는 B씨에게 “해돋이를 보러 가자”라며 아내를 금오도 선착장으로 데려갔다. 날이 저물자 A씨는 후진하던 중 난간을 들이받고 차 상태를 확인한다며 차량 변속기를 중립(N)을 놓고 혼자 운전석에서 내렸다. 경사에 있던 차량은 바다로 떨어졌다.

B씨는 2018년 12월 31일 밤 10시 56분경 전남 여수 119에 구조요청 신고 전화를 했다. 그는 “차가 가라앉아요. 문도 안 열려요. 아무것도 안 보여요”라고 했다.

1심 재판부는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금을 노린 살인이 맞다고 보고 남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승용차 노면 바닥의 경사를 봤을 때 중립기어 상태에서 아주 작은 힘으로 차가 굴러갈 수 있고 피해자의 움직임에 따라 차가 굴러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살인이 아닌 치사 혐의를 인정해 금고 3년을 판결했다.

대법원은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사건 2개월 전 A씨가 보험 계약을 새로 체결하고 사고 당시 기어가 중립 상태 등은 의심스러우나 남편이 승용차를 뒤에서 밀어 바다로 추락시켰다는 직접적 증거가 없으며 명백한 증거가 없다면 무죄로 봐야 한다는 형사재판의 원칙에 따랐다”고 했다.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갖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을 통해 대법원은 범행의 고의가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는 기존의 판례를 재확인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8월 95억원에 달하는 보험금을 노리고 캄보디아 출신 만삭 아내를 교통사고로 사망시킨 사건에 대해서도 범행 동기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며 2017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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