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단체, 서울 대중교통 광고 문의부터 난관
앞서 서울교통공사도 성소수자 광고 거부
인권위 진정 후 재심의→통과
“차별금지법 필요성 보여줘”

지난 8월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촌역에 게시됐던 성소수자 차별 반대 광고판이 훼손되자 시민들이 포스트잇으로 '성소수자'라는 글자를 복구하고 있다.
지난 8월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촌역에 게시됐던 성소수자 차별 반대 광고판이 훼손되자 시민들이 포스트잇으로 '성소수자'라는 글자를 복구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서울 대중교통 광고 대행사가 트랜스젠더 인권단체의 광고라는 이유로 광고 접수조차 거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교통공사가 성소수자 차별 반대 광고 게시를 명확한 이유 없이 연달아 거부해 비판받은 게 고작 두 달 전이다. 

트랜스젠더 단체 ‘트랜스해방전선’은 오는 11월 20일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을 맞아 트랜스젠더 인권 지지 대중교통 광고를 내기로 하고, 최근 S 대행사와 단가, 형태, 위치 등을 논의했다. 그런데 트랜스젠더 인권 단체임을 밝히자마자 대화는 끝났다. 자세한 내용이나 시안도 보지 않고 트랜스젠더 관련 광고라는 이유만으로 광고 접수조차 거부한 것이다. 

S 대행사 관계자는 거부 사유에 대해 “종교·정치·의견 광고의 경우 심의 진행이 어렵다”, “지하철은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고만 설명했다. 여성신문의 취재에도 같은 답변을 반복했다.

정성광 트랜스해방전선 집행위원장은 “이런 일이 흔하다”고 했다. 그는 “광고 심의 통과도 쉽지 않은데 대행사부터도 성소수자 관련 내용이라면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굿즈 제작 업체들도 그렇다. 시안 보고 반려하는 경우도 있다”며 “어쨌든 광고는 다른 대행사를 통해서 계속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8년 6월 초 서울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에 숙명여자대학교 중앙여성학동아리 SFA가 게시한 페미니즘 광고. ⓒ서울교통공사
2018년 6월 초 서울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에 숙명여자대학교 중앙여성학동아리 SFA가 게시한 페미니즘 광고. ⓒ서울교통공사
2018년 6월 초 서울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에 숙명여자대학교 중앙여성학동아리 SFA가 게시한 페미니즘 광고. ⓒ서울교통공사
2018년 6월 초 서울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에 숙명여자대학교 중앙여성학동아리 SFA가 게시한 페미니즘 광고. ⓒ서울교통공사

2018년 ‘숙명여대 페미니즘 광고 금지’ 사건 이후 이러한 문제제기는 계속되고 있다. 같은 해 5월 숙명여대 학생들이 서울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에 불법촬영 중단 촉구 광고를 내려다 ‘페미니즘·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의견광고는 불가’라는 이유로 무산돼 파문이 일었다.

성소수자 인권, 페미니즘 광고는 보통 의견광고로 분류된다. 서울교통공사는 2018년 6월 대중교통 의견광고를 전면 금지했다가, 9월에는 다시 “심의를 거쳐 승인된 의견광고는 게재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제기는 계속됐다. 서울교통공사의 광고 심의 기간은 보통 3~5일이지만, 의견광고는 외부 광고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하며 최대 한 달 넘게 걸릴 수 있다. 심의 항목엔 ‘기타 사회적 논란/민원 발생 가능성’이 포함돼 있는데 “공공의 이익을 위해 설립된 공공기관이 반대 민원을 피하는 데 급급해 너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지난 7월 서울교통공사는 ‘성소수자차별 반대 무지개행동’의 성소수자 인권 관련 지하철 광고 게재를 두 차례 거부했으며, 구체적인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 성소수자·인권 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으로 맞섰다. 지난 7월 7일 이들은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교통공사는 광고 심의 내역 정보공개청구를 거부했으며, 재심의 후 게시하더라도 민원이 발생하면 즉시 철거되며 환불도 불가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며 “서울교통공사는 시대착오적인 차별행위를 중단하고 광고를 게시하라”고 촉구했다. 해당 광고는 7월 14일 재심의를 통과했지만, 이런 일을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아직 없다. 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성소수자 광고 게시 불허는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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