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경의 미얀마 이야기] (끝)

Dos & Don’ts For Tourists 책자. 미얀마 전통을 존중해달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선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부자 나라든 가난한 나라든, 모든 국가는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가지고 있다. 다른 나라를 여행한다는 것은 그 나라들의 역사와 전통과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고, 즐기며 가능하면 단기간이나마 동화되어 보는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나라 사람들이 중시하는 전통 문화와 사회적 관습이나 그 사회에서 통용되는 예절을 존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어쩌면 그것이 해외여행의 알파요 오메가일 수 있다. 미얀마는 1962년 군사혁명 이후로 2016년3월 아웅산 수치 여사의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집권할 때까지 무려 53년 간 군사정권이 유지되어 온 특이한 나라이다. 이 나라는 1962년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버마식 불교사회주의에 바탕을 둔 폐쇄주의, 고립주의를 취해왔고, 그 결과 북한과 비슷한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가장 폐쇄된 나라의 하나로 존재해 왔다. 그러나 2016년 아웅산수치 여사가 집권한 이래로 자유화와 민주화의 속도가 대단히 빨랐고, 이제는 외국인의 입장에서도 거의 불편 없이 미얀마 대부분의 지역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게 되었다. 미얀마는 더이상 가난과 은둔의 나라가 아니라, 생각보다 훨씬 자유롭고 활달한 나라이며, 특히 불교문화로 대표되는 정신문화의 수준이 매우 높은 나라라는 걸 금세 느끼게 된다.

미얀마에서 불교사원이나 스님에 대해 국민들이 바치는 존경과 예의는 놀라울 정도이다. 불교는 단순히 종교라고 하는 의미를 넘어서서 2천여 년에 걸쳐 미얀마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사고방식을 규율 해 온 미얀마 정신의 원천이며, 그 중심에 있는 스님들은 미얀마인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일상의 멘토이다. 그렇다 보니 미얀마에서는 외국인에도 내국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미얀마 불교나 불교사찰, 그리고 스님들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예절을 지켜주기를 기대한다.

 

그 예절의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사찰을 방문할 때 맨발로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양말까지도 다 벗어야 한다. 일단 미얀마의 사찰을 들어갈 때는 ‘맨발이 곧 정장’ 이라는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설을 맞아 쉐다곤 파고다에 온 사람들. 하나같이 맨발이다. ⓒ조용경
설을 맞아 쉐다곤 파고다에 온 사람들. 하나같이 맨발이다. ⓒ조용경

 

당연히 복장에도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 남녀를 막론하고 어깨나 무릎 이상이 드러나는 옷을 입어서는 안 되며, 여성은 바지를 입어서도 안 된다. 부득이한 경우 입구에서 롱지(미얀마식 치마)를 빌어서 하반신을 가려야만 들어갈 수 있다.

1930년 대 초반, 한 영국군 장교가 군화를 신은 채로 쉐다곤 파고다에 들어간 것이 영국을 상대로 한 무장독립전쟁의 단초가 되었다고 할 정도로 복장이나 맨발차림이 중요하다.

근래에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몰지각한 종교인들이 자기들의 신앙만을 중시하며 다른 종교를 비난 하거나, 그 종교의 상징 혹은 종교적인 건물을 훼손하는 일들이 일어나곤 한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 들에서도 샌다”는 속담처럼, 이런 고약한 행위가 10여 년 전 미얀마의 한 사찰에서도 저질러져서 크게 문제가 될 뻔한 적이 있었다.

다행이 피해를 입은 사찰 측의 관용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이는 깊이 반성할 일이다.

미얀마의 국제공항에서는 미얀마 관광부가 펴낸 「외국 관광객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Dos & Don’ts For Tourists)」이라는 작은 팸플릿을 외국인들에게 무료로 배포하고 있었다. 요즘은 재정 때문인지 유명 관광호텔의 객실에서 볼 수 있으며 3 달러에 구입할 수도 있다. 그 정도로 미얀마는 자신들의 문화와 예절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외국인에 대해서도 일정한 수준의 행동을 권고하고 있다.

Dos & Don’ts For Tourists 책자의 표지.
Dos & Don’ts For Tourists 책자의 표지.

 

이 팸플릿 속에는 ‘스님의 옷깃조차도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항목이 들어 있다.

스님은 극도로 존경받는 존재이기 때문에, 설사 스님의 옷에 벌레가 붙어있더라도 허락 없이 스님의 옷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표기하고 있다.

 

2018년 3월, 필자는 사진동호회원 20여 명을 인솔하여 6박 8일의 일정으로 미얀마 여행을 했는데, 마지막 날 양곤 순환열차 안에서 이런 사건이 벌어졌다.

같은 객차 안에 비구니 스님 한 분이 탔는데, 그 스님의 연분홍빛 가사가 너무 예뻐서였을까, 일행 중의 한 남성이 스님의 사진을 찍으려다가 그만 스님의 가사를 살짝 당겨버린 모양이었다. 당연히 난리가 벌어졌다. 바로 옆 객차에서 벌어진 일이었는데, 떠나기 전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를 했건만 기어코 사고가 터진 것이다. 그와 같이 있던 일행이 급히 와서 설명을 하기에 현지 가이드와 함께 달려가 보니 상황은 주변의 미얀마 사람들까지 소리를 치며 거의 폭행 직전까지 가 있었다. 바로 머리를 숙이고 진정성이 보이도록 사과를 했어야 하는데, 말이 안 통하다 보니 그러지를 못한 것 같았다. 그래서 현지 가이드와 필자가 수도 없이 사과를 하고, 장본인에게도 계속 고개를 숙이게 해서 거의 십 분 만에 수습이 되긴 했지만, 정말 진땀이 나는 경험이었다. 미얀마 사람들은 온순하고 친절하지만, 일단 모욕을 당하면 무서운 사람들로 돌변한다.

기도하는 비구니 스님들의 연분홍 가사가 아름답다. ⓒ조용경
기도하는 비구니 스님들의 연분홍 가사가 아름답다. ⓒ조용경

 

또 한 가지 매우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다른 사람의 머리를 만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상대가 어린아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미얀마 역시 13세기부터 15세기까지 유교문화의 영향권 속에 있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니, 미얀마의 문화에서는 머리는 신체에서 가장 존귀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머리를 만지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모욕이나 공격으로 간주될 수 있다. 어린아이가 귀엽다고 함부로 머리를 쓰다듬었다가는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손가락으로 사람을 부르는 것 역시 중요한 금기 사항의 하나이다. 이 팸플릿에서는 상대를 손가락으로 지적하는 것은 '결투를 신청하는 행동'이라고 씌어 있다. 비록 지금 가난하기는 해도 미얀마 국민들은 대단히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이다.

 

미얀마를 방문하는 경우 그들의 외면만을 보고 무시하는 언행을 하기가 쉬운데, 미얀마 정부는 이런 부분에 예민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 이 팸플릿에서는 ‘어린이들에게 돈이나 사탕 등을 주는 일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미얀마 사람들을 돕고 싶으면 ‘학교나 지역사회 혹은NGO들에게 기부를 해 달라’고 부탁한다. 

 

지방에 가면 전통적인 교통수단을 이용해 보라는 권유도 있다. 안전하기도 하지만, 가난한 지역 사람들을 실질적으로, 또 자존심 상하지 않게 도와주는 의미도 있다는 것이다.

미얀마는 유교 문화권의 국가는 아님에도 유교적인 도덕관념이 뿌리를 깊이 내린 사회이다. 서양 사람들이야 말 할 것도 없지만, 우리 젊은이들도 요즘은 공공연한 장소에서의 애정표현을 서슴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미얀마에서는 이런 행동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로 간주를 하고 있다. 

 

이 소책자에서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키스하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 기차나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에서는 종종 이런 경고판을 볼 수 있다. ‘담배 피우지 않기’, ‘쓰레기 버리지 않기’ 그리고 ‘키스 하지 않기’가 대중교통 수단을 타고 지켜야 할 세 가지의 금기사항임을 알리는 내용이다.

 

미얀마는 전력사정이 대단히 좋지 않은 국가이다. 전 국민의 60% 이상이 아직도 전기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살고 있으며, 양곤이나 만달레이 같은 대도시에서도 정전이 수시로 발생한다. 필자가 양곤 시내의 최고급 호텔에 투숙해 있을 때도 예고 없이 정전이 일어나 30분 가까이 지속된 적이 있었다. 최대도시인 양곤의 전력사정이 이런 수준이니, 지방 특히 외딴 시골마을이야 더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미얀마 정부는 외국 관광객들에게 미얀마의 어려운 전력사정을 이해해 달라고 특별히 부탁을 하고 있다. 미얀마의 어려운 전력 사정을 이해하고 거꾸로 그것도 문화의 하나로 즐겨보라는 것이다. 즐거운 해외여행을 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사항은 먼저 그 나라를 이해하고 그 나라 사람들과 서로 친밀감을 느끼는 일이다. 필자가 만난 미얀마 사람들은 거의가 매우 친절하며 외국인을 도와주려고 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천진해 보일 정도로 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이런 그들과 친숙해지는 방법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만나는 미얀마 사람들에게 미소가 띠고 다가가 먼저 ‘밍글라바!(Mingalaba)’하고 인사를 건네 보라. 그들은 행복해 하며 같이 인사를 할 것이다. 이것은 「Dos and Don’ts…」 의 첫 페이지에 실려있는 내용이다.

미얀마에 도착하면, 우선 공항의 안내데스크나 호텔에서 「Dos and Don’ts For Tourists」 라는 책자를 구입해서 읽어보라. 기념품으로서의 가치도 있지만, 그것이 즐겁고 건강한 미얀마 여행으로 당신을 안내해 줄 것이다.

 

<지난 2월부터 18회에 걸쳐 연재해 온 ‘조용경의 미얀마 이야기’는 이것으로 막을 내립니다. 그동안 변변치 않은 글을 애독해 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미얀마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더 많은 정보를 필요로 하시는 분들은 졸저 ‘뜻밖에 미얀마’를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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