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사상 두번째 여성 대법관

여성신문·뉴시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 연방대법관ⓒ여성신문·뉴시스

미국 진보진영의 상징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이 18일(현지 시각) 췌장암으로 사망했다. 향년 87세.

미 연방대법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긴즈버그 대법관이 췌장암 전이에 따른 합병증으로 워싱턴에 있는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별세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장 존 로버츠는 “우리나라가 역사적인 인물을 잃었다”며 “결코 지치지 않으며 단호한 정의의 수호자로 그를 기억할 것”이라고 애도를 표했다.

1933년생인 긴즈버그는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의해 대법관에 임명됐다. 미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연방대법관이자 첫 번째 여성 유대인계 대법관이다.

그는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에 재임할 당시, 생물학적 섹스(SEX)가 아닌 사회적 성인 젠더(Gender)란 단어를 처음 사용했다.

1970년대부터는 긴즈버그는 젠더 차별과 관련한 소송 사건들을 맡아 판례를 바꿔나갔다. 연방대법관에 오른 후에는 남성 입학생만 받던 버지니아군사대학교에 여성이 지원할 기회를 최초로 여는 판결을 내렸다. 남성 동료보다 임금이 적었던 여성 노동자를 위해 반대 의견을 작성한레드베터 대 굿이어타이어사 사건도 유명하다.

조지 부시 정권 때 대통령 지명으로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이 다수 임명된 상황에서는 진보적 의제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고 2012~2013년 회기 동안 다섯 번의 소수 의견을 내면서 대법원 내 최다 소수 의견 기록을 세운다. 이를 본 한 로스쿨 학생이 그를 소개하는 텀블러 “노토리어스 RBG(RUTH BADER GINSBURG)”를 만들어 큰 화제가 되고 긴즈버그는 미국 젊은 여성들의 롤 모델로 큰 지지를 받는다. 

긴즈버그는 2009년 췌장암 수술을 받은 뒤 2018년 폐암으로 또 수술을 받았다. 올해 초 간에서 암 병변이 발견돼 항암치료를 받아왔지만 긴즈버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99세로 타계한 존 폴 스티븐스 전 연방 대법관처럼 대법원에 오래 남아 있는 것이 바람이라고 입장을 밝혔었다. 대법관은 종신직이다.

긴즈버그의 사망으로 연방대법원의 정치 지형이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대법관 중 가장 진보적인 인물로 여성 권리의 아이콘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대법원이 5대4로 보수 입장이 가까스로 우위를 지키고 있는데 긴즈버그의 사망으로 보수적으로 기울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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