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선고공판 열려
고의적 살인 인정돼
검찰 구형 '무기징역' 보다는 낮아

사건 당시 아동보호법 및 경찰, 아동보호전문기관 실효성 논란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정치하는엄마들은 '천안 아동학대 사망사건 유관기관 책임자들 검찰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한 활동가는 '그 아이는 살 수 있었다'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있다. ⓒ홍수형 기자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정치하는엄마들은 '천안 아동학대 사망사건 유관기관 책임자들 검찰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한 활동가는 '그 아이는 살 수 있었다'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있다. ⓒ홍수형 기자

 

사실혼 관계의 남성의 9살 아들을 7시간 동안 여행용 가방 안에 가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성모(41)씨에게 징역 2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검찰 의견을 받아들여 성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했으나 검찰이 구형한 무기징역 형보다는 낮게 판결했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1부(재판장 채대원)는 16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살인, 아동학대, 특수상해 등 혐의를 인정해 성씨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이번 사건에서 주요한 관심사는 성씨에게 고의적 살인죄가 적용될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같은 체형의 마네킹을 같은 재질과 크기의 여행용 가방에 넣어 현장 검증한 결과 가슴과 배, 허벅지가 거의 밀착된 상태였다”며 “피고인의 자녀들은 피해자가 첫 번째 가방 안에서 나왔을 때 상태가 힘들어 보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피해자는 땀과 소변이 범벅된 채 씻지도 못하고 체구보다 더 작은 두 번째 가방에 들어가게 돼 호흡 곤란 상태는 더욱 악화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성씨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저질렀다고 인정하며 “피해자는 밀폐된 공간에서 7시간 넘게 감금되고 피고인이 가방 위에 올라가 뛴 것으로 인해 가슴 등이 눌려 숨을 쉬지 못해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이어 “좁은 공간이 아니더라도 목이 젖혀져 오래 있으면 압착성 질식이 발생할 수 있어 밟거나 뛰기 전부터 자세로 인한 질식 상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친자녀들을 범행에 끌어들인 행위에 대해서도 꾸짖었다. A(9)군이 학대를 받던 당시 같은 나이의 친자녀 두 명이 현장에서 이를 목격하고 있었다.

재판부는 “참혹한 범행에서 아이를 구할 몇번의 기회가 있었다”며 “피고인 역시 일련의 범죄 행위를 중단할 기회가 있었으나 살의만 가진 채 더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 친자녀들을 범행에 끌여들어 감당하기 어려운 트라우마를 겪게 한 것도 피고인이 감당할 몫”이라고 말했다.

성씨는 지난 6월1일 A(9)군이 거짓말을 한다며 여행용 가방 안에 들어가게 한 후 외출했다. 외출 후 A군이 소변을 본 것을 보고는 더 작은 여행용 가방에 옮겨 가뒀다. 성씨는 ”숨을 못 쉬겠다“고 호소하는 A군을 무시하고 가방 위에 올라가 뛰거나 헤어드라이어로 뜨거운 바람을 넣기도 했다.

앞서 성씨와 동거남은 5월5일 A군의 머리를 요가링으로 때려 다치게 해 병원에 내원했다가 아동학대를 의심한 의사의 신고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10월부터 훈육을 위한 체벌을 했다고 밝혔고 이 과정에서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에 의해 ‘학대우려가정’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학대우려가정으로 지정돼도 강제적인 피·가해자 분리가 불가능해 사망 사건을 막을 수 없었다. 이탓에 학대 사건이 알려지며 아동보호법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또 실제로 검찰 조사 결과 성씨와 동거남의 학대 행위는 지난해 7월부터 5월 28일까지 확인 된 것만 12차례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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