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이후 높아진 여성 자살률
여성 고용률 감소하고 돌봄을 이유로 한 여성 비경제활동인구 급증해
페미니즘 운동이 아닌 사회 구조의 문제
여성 탓이 아닌 여성을 위한 사회적 지원 절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처벌조항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1년 4개월이 지났지만, ‘여성이 안전하게 섹스하고 임신을 중지할 수 있는 세상’은 아직도 멀어만 보인다. 재생산 건강권 보장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서두르지 않는다면, 여성이 임신중지의 위험을 홀로 감내해야 하는 상황은 변치 않으리라는 우려가 나온다. ⓒFreepik
일러스트 ⓒFreepik

‘페미니즘으로 인해 정치적 발언권이 있는 여성은 득세하지만, 취약계층 여성은 더 열악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세월이 흐르고 나면 여성을 위한 줄 알았던 페미니즘이 사실은 여성들을 위기에 빠뜨렸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20,30대 여성 자살 증가는 우연이 아니다’

성신여자대학교 김봉수 법학과 교수가 코로나 사태 이후 수도권 2030 여성들의 자살률 증가를 보도한 기사를 본인의 SNS에 공유하며 작성한 글 중 일부분이다.

글은 김 교수 본인이 페미니스트를 싫어한다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페미니즘이 젊은 여성을 위기에 처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남성 채용자들이 별다른 악의 없이 한 말실수나 행동으로 인해 자신이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우려해 굳이 여성을 채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취업해야 할 여성들은 이런 여성 기피 현상에 좌절하고 이는 자살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른바 여성계 인사들로 불리는 사람들은 주로 전문직 종사자라 이런 걱정이 없다고 한다.

여성들이 페미니즘을 포기하면 취업할 수 있는 것일까? 김봉수 교수의 주장대로라면 페미니즘 리부트가 가시화된 2015년부터 남성 고용주의 여성 기피 현상으로 인한 여성 고용률 하락세가 보여야 마땅하다. 그러나 한국 여성 고용률은 그때부터 코로나 이전까지 소폭이지만 계속 상승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여성 고용 동향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김봉수 교수가 공유한 원 기사의 내용을 살펴보자. 

2020년 한국의 월별 사망자 증가율을 살펴보면 코로나 2차 확산 직후인 지난 3월, 4월 여성의 자살률이 전년 대비 각각 17.3%, 17.9%씩 증가했다. 한국의 경우 전체적인 자살은 줄고 있는데 여성 비율은 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백종우 중앙자살 예방센터장은 기사 인터뷰에서 여성의 자살 시도가 많아진 원인으로 두 가지 이유를 든다. 하나는 코로나 이후 고용 안정성이 취약한 직업을 가진 여성들의 어려움이 가중됐을 가능성이다. 또 다른 이유는 자녀들이 학교나 유치원에 못 가 육아 부담이 높아진 여성들의 고민이 증가했을 가능성이다.

실제로 코로나 이전에 상승세를 보이던 고용률은 코로나 사태 이후 급격하게 떨어졌다. 고용률의 감소는 실제로 일하는 노동자의 감소를 의미한다. 여성 뿐 아니라 남성 고용률도 떨어졌는데 여성의 고용률 감소 폭이 1.5배 높다. 2월과 4월 사이 여성 고용률 감소 폭이 2.7%인데 남성고용률 감소 폭은 1.8%다. 이 수치는 코로나 19 재난이 여성 노동자에게 더욱 위협적임을 보여준다.

이는 어찌보면 예측가능한 일이다. 사회적 위기가 닥칠 때 불안정 노동자들이 다른 집단에 비해 더 취약할 수 밖에 없는데, 지금까지 주로 여성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 전체 남성 노동자의 34.3%가 비정규직 노동자인 것에 비해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체 여성 노동자의 50.8%에 달한다. 성별·종사상 지위별 통계를 보면 전체 취업자는 지난 5월 기준 전년 같은 달 대비 39.3만 명 감소했는데 이중 31.5만 명이 여성 임시직이다.

ⓒ2020.6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코로나 이후 여성 일자리 변화와 정책 전망, 2020.6  ⓒ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사회적 돌봄 시스템이 일시 정지되면서 돌봄 노동은 여성에게 돌아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최근 발행한 『코로나19로 인한 가족의 변화와 정책과제 』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이후 가족 갈등 원인 1순위로 ‘식사 등 가사노동 증가로 인한 분담 문제’가 꼽혔다. 육아와 가사를 이유로 한 여성의 비경제활동인구 또한 급격히 증가했다. 같은 시기 코로나 19로 인한 여성의 우울과 스트레스 지수는 남성보다 더욱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의 상황은 여성들이 그 동안 불안정한 노동 현장에 얼마나 내몰리고 있었는지, 가정에서 얼마나 많은 돌봄 노동을 떠맡고 있었는지를 가늠케 한다. 코로나 위기 시대에 여성을 위한 사회적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백래시(Backlash)  / 수잔 팔루디 / 아르테 ⓒ아르테
백래시(Backlash), 수전 팔루디 ⓒ아르테

페미니즘이 여성들을 위기에 빠뜨린다는 이야기는 오랫동안 통용된 가부장들의 신화다. 그러나 위의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 여성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든 건 여성운동이 아니다. 자신을 비참하게 만드는 사회 구조를 바꾸려는 여성들의 의지는 오히려 ‘그건 네 탓이야.” 라는 가부장들의 반격에 좌절하곤 했다.

미국 페미니스트 언론인이자 작가인 수전 팔루디는 자신의 책 <백래시>에서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미국 내 전 사회적 반격의 흐름을 정리해 소개했다. 해당 책은 발간된 198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기득권의 반격이 나타날 때마다 다시 거론된다.

당시에도 가부장들은 이렇게 주장했다. “여성의 고난은 페미니즘이 초래한 불행한 결과”다. 여러 언론자나 전문가들은 ‘여성들이 노동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여성해방운동이 촉발시켰는데 그로 인해 탄생한 직장 여성이나 싱글여성들이 많은 스트레스로 탈모, 알코올중독, 우울증, 심근경색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여성해방에 워낙 열광해서 감당도 못 할 일을 받아들였다’는 주장도 있었다. 팔루디는 이렇게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근거도 하나 없이 일화만 제시한다. 그리고 페미니즘을 향해 주기적으로 잽을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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