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의 기능 설명 대신 '꽃향기' 강조하는
여성청결제 광고
"왜, 누구를 위해 그래야 할까?"
일반 화장품이지만 사실 아는 소비자 없어

 

여름철이 되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이런 광고가 종종 보인다. ‘여름엔 Y존 관리 필수’, ‘소중하니까 순하고 깨끗하게 지켜주세요’. 무엇을 어떻게 ‘관리’하라는지 감이 오지 않는다. 이 문구들은 흔히 ‘여성 청결제’라고 불리는 장품의 한 종류인 외음부 세정제에 대한 광고다. 이러한 외음부 세정제 광고들은 여성의 성기가 가진 본래의 기능과 특성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고 오로지 성기를 관리의 대상으로서만 인식하게 만든다. 광고는 성기의 냄새와 분비물을 제거하라고 말하며 더 많은 화학물질을 써서 꽃향기 나는 성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왜 이런 광고들이 가능한 것일까?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위·과대광고로 적발한 외음부 세정제 광고. 당시 2881건 중 797건이 적발됐다. ⓒ식약처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위·과대광고로 적발한 외음부 세정제 광고. 당시 2881건 중 797건이 적발됐다. ⓒ식약처

 

2017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진행한 심층면접 자료에 따르면 여성들이 자신의 생식 건강을 관리하는데 필요한 보건 의료적 지식을 충분하게 제공받지 못했고 ‘피상적인 성교육’, ‘청소년 임신의 위험성’들을 교육받느라 몸 관리와 같은 중요한 지점들을 배울 수 없었다고 한다. 공적인 영역에서 채우지 못한 지식은 상업광고나 미디어가 부풀린 편견과 혐오적 메세지로 대체 돼버렸다. 그러니 남에게 어떤 몸으로 보여야 하는지에 대해 늘어놓는 상업광고들은 늘 주변에 넘쳐나지만 정말 필요하고 구체적인 몸에 대한 설명은 늘 부족한 상황이다.

장 속에 유산균이 산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런데 유산균은 요도와 질에도 살고 있다. 유산균이 활동하며 젖산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질 내부는 자연스럽게 약산성으로 유지되고 다른 유해균의 번식도 막을 수도 있다. 냉 또는 대하라고 부르는 질 분비물도 중요한 일을 한다. 질 분비물은 질 점막이 마르지 않고 촉촉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고 물을 흘려보내면서 외부에서 온 유해균이나 다른 이물질들을 씻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따라서 외음부에서 약간 시큼한 냄새가 나거나 팬티가 조금씩 젖으면서 뭔가 묻어나는 것은 모두 아주 자연스럽고 건강한 모습이다.

사실 외음부 세정제는 치료효과를 가진 의약품이 아니고 일반 화장품이다. 따라서 질염을 예방하거나 질 내의 산도를 조절할 수 있는 효능이 전혀 없다. 오히려 질 혹은 외음부를 세정제로 씻어내게 되면 질 내의 pH 균형을 해칠 수 있어 오히려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외음부 세정제를 사용하기 전 후의 소변을 채취해 검사해보니 세정제 사용 이후에는 전에 없던 화학물질이 검출되었다. 내부 점막 조직을 포함해 외음부 주변의 피부는 다른 곳보다 흡수율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따라서 세정제를 질 바깥, 외음부 부위에만 사용하더라도 몸 속에 화학물질이 흡수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기를 씻을 때에는 가능한 바디워시, 여성 청결제 등 세정제를 사용하지 말고 흐르는 물을 이용해 질 안이 아닌, 외음부만 씻어야 한다.

물론, 성기에서 시큼한 냄새가 아닌 썩는 듯한 불쾌한 냄새가 나거나 질 분비물이 평소와 다른 경우는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반면, 월경 중 나는 불쾌한 냄새는 월경혈의 냄새가 아니라 일회용 생리대 속 화학물질과 만나 생기는 냄새로, 면월경대나 월경컵과 같은 월경 용품을 사용하면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 평상시 몸에 꽉 끼어 통풍을 막는 옷차림을 피하고 몸의 면역력을 높일 수 있도록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여성의 성기, 생식기 건강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사회의 분위기를 함께 바꾸지 않으면 언제든지 잘못된 정보와 상업전략은 우리의 고민과 지갑을 또 흔들어댈 수 있다. 그러니 성기의 외양이나 냄새에 대해 평가를 들이대며 바꾸라고 설득하는 광고를 그냥 넘어가주지 말자. 비판 댓글을 달거나 신고 기능을 활용하거나 더 이상 퍼지지 못하도록 함께 노력해보면 어떨까.

여성환경연대 활동가 안현진.
여성환경연대 활동가 안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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