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경의 미얀마 이야기] ⑰

 

외국인이 미얀마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도시가 양곤(Yangon)이다. 2005년 11월까지 미얀마의 수도이기도 했던 양곤은 문자 그대로 미얀마의 관문이며, 미얀마 최대 도시이자 경제 중심지이다. 양곤 사람들에게 양곤의 상징을 물으면 ‘쉐다곤 파고다’를 얘기한다.

‘쉐(Shwe)’는 미얀마어로 황금을, ‘다곤(dagon)’은 언덕을 뜻하는 단어로 쉐다곤은 ‘황금의 언덕’이라는 의미이다.

멀리서 바라 본 쉐다곤 파고다. ©조용경
멀리서 바라 본 쉐다곤 파고다. ©조용경

 

쉐다곤 파고다는 부처님이 생존 당시 두 상인이 얻어 온 ‘8 가닥의 부처님 머리카락’ 위에 세운 절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비오는 날의 쉐다곤 파고다의 야경. ©조용경
비오는 날의 쉐다곤 파고다의 야경. ©조용경

 

높이가 99m에 둘레가 436m나 되는 이 거대한 탑의 외벽은 약 67톤의 황금 판으로 덮여 있고, 탑 꼭대기는 73 캐럿의 다이아몬드를 포함한 수많은 보석들로 장식되어 있다. 쉐다곤은 시가지보다 약 40m가 높은 싱구타라 언덕(Singuttara Hill)에 자리잡고 있어서, 양곤 시내 어느 곳에서나 조망이 가능하며, 양곤 시내에서는 어떤 건물도 이 탑보다 높이 지을 수는 없다.

그것이 사실상의 ‘양곤 시 건축법 제1조’라고도 할 정도이다.

파고다 경내 북서쪽의 종각 안에는 무게 24 톤의 거대한 범종 마하 간다(Maha Gandha)가 매달려 있다. 이 종에는 모든 미얀마 인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 1825년 제1차 영국-버마 전쟁의 승자인 영국군들이 이 종을 빼앗아 가려다가 에야와디 강에 빠뜨렸다.

영국군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여 종을 건지려 했으나 실패했는데, 한 버마인 스님이 영국군들에게 “종을 제 자리에 두겠다고 약속한다면 내가 건져 올리겠다”고 제안했다. 영국군 지휘관은 코웃음을 치며 제안을 승낙했는데, 스님이 이끄는 사람들은 3일 만에 종을 끌어 올려서 영국군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그 스님은 촘촘하게 엮은 굵은 대나무 띠로 강바닥에 떨어진 종을 겹겹이 둘러싸도록 했고, 그 대나무의 부력으로 종이 물 위로 떠오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종이 쉐다곤 파고다에 남아 있게 되었다고 한다.

미얀마인들의 자존심 마하간다 범종. ©조용경
미얀마인들의 자존심 마하간다 범종. ©조용경

 

쉐다곤 파고다는 미얀마(버마) 독립의 성지이자, 민주화의 성지로서 더욱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1938년 파업 중인 버마의 유전 노동자와 대학생들이 쉐다곤 파고다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자 영국 경찰들이 군화를 신고 진입하여 시위대를 진압했는데,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얀마의 대대적인 독립투쟁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보다 50년 후인 1988년 8월 26일에는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 자리에서 군중연설을 하는 것으로 민주화 운동의 대장정을 시작한 장소이기도 하다. 이런 역사성까지를 알고 나면 ‘쉐다곤은 미얀마의 자존심’이라는 표현이 비로소 이해가 된다.

양곤시 중심부의 술레 파고다. ©조용경
양곤시 중심부의 술레 파고다. ©조용경

 

지리상으로 양곤의 중심이 되는 곳은 ‘술레 파고다(Sule Pagoda)’이다. 46m 높이의 슐레 파고다는 약 2000년 전에 세워진 탑으로 양곤 시청 앞의 교차로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황금빛 사원인데, 이곳은 미얀마에서의 모든 거리의 원점(原點)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슬레 파고다가 서있는 로터리의 앞으로는 마하반둘라(Mahabandula) 독립기념공원이 펼쳐져 있으며, 공원 안에는 역시 하얀 색의 독립기념탑이 하늘을 찌르는 창과 같은 모습으로 서 있다.

마하반둘라 공원과 독립기념탑. ©조용경
마하반둘라 공원과 독립기념탑. ©조용경

 

쉐다곤 파고다의 북문 맞은편 언덕에는 아웅산 국립묘지(Aung San Martyrs' Mausoleum)가 자리잡고 있다. 미얀마 독립의 영웅이며 국민들의 정신적 지주이던 아웅산 장군이 독립을 목전에 둔 1947년 7월 19일 정치적 반대파에 의해 암살을 당하고 이곳에 묻혔다.

아웅산 국립묘지. ©조용경
아웅산 국립묘지. ©조용경

 

묘지 이름은 아웅산 장군의 이름을 그대로 땄으며, 이후 미얀마의 국가 요인이나 유공자들이 묻히는 묘소가 되었고, 미얀마를 방문하는 외국의 국빈들이 반드시 참배하는 중요한 장소이다. 이 묘지는 우리에게도 커다란 아픔을 가져다 준 장소이기도 하다.

1983년 10월 9일, 당시 버마를 방문한 전두환(全斗煥) 대통령 일행이 북한의 특수부대원들이 설치한 폭발물로 수행 중이던 경제부총리, 대통령비서실장, 외무부장관 등 최고위급 관료 17명과, 미얀마인 7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을 당하는 대참사가 일어난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 역사적 사건의 현장 가까운 장소에 우리 순국 사절 17명을 기리는 추모비가 서 있다.

아웅산 순국사절 17명 추모비. ©조용경
아웅산 순국사절 17명 추모비. ©조용경

 

이 사건이 일어난 지 약 31년이 지난 2014년 가을에야 양국 정부간 합의를 거쳐 참사의 현장이 멀리 보이는 곳에 이 추모비를 세웠다. 추모비가 서고 약 2개월 후, 마침 양곤을 방문했던 길에 흰 국화꽃을 사 들고 가서 순국하신 열일곱 분의 이름 앞에 한 송이씩 놓고 참배를 했었다.

불교와 관련된 양곤의 가장 대표적인 볼거리는 당연히 쉐다곤 파고다이지만, 그 외에도 중요한 볼거리는 얼마든지 있다. 미얀마의 찬란한 불교 문화의 편린을 엿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보석 같은 존재가 바로 로카찬타(Lokachanta) 옥불사원이다.

양곤 교외에 자리잡고 있는 로카찬다 옥불은 하나의 통옥으로 조각한 백옥 불상으로 높이가 15m, 무게가 500톤이 넘는다고 한다. 1990년 대 초반에 만달레이 북쪽의 모곡(Mogok)이라는 옥광산에서 무게가 1,000톤에 육박하는 거대한 옥 바위가 발견되었다.

로카찬타 옥불사원에 안치된 세계 최대의 옥불. ©조용경
로카찬타 옥불사원에 안치된 세계 최대의 옥불. ©조용경

 

만달레이에서 이곳까지 약 400km를 운송하는 데만 11일이 걸린 이 옥돌에 ‘우마웅지’라는 조각가 부자가 7년에 걸쳐 조각을 하여 만든 로카찬타 옥불상은 거대한 유리 박스 안에 안치되어 있다.

시간 여유가 있는 여행자에게는 ‘칸도지 호수(Kandawgyi Lake)’ 공원과 호수 위에 세워진 ‘커러웨익( Karaweik)’ 민속극장의 디너쇼도 볼만 한 곳이다.

칸도지 호수의 산책로. ©조용경
칸도지 호수의 산책로. ©조용경

 

칸도지 호수는 쉐다곤 파고다에 40m 높이의 인공 언덕을 건립하기 위해 흙을 파낸 곳에 조성된 인공 호수이다. 호수의 면적은 150 에이커(18만5000평)이며, 주변의 숲 110 에이커(13만5000평)와 함께 칸도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만약 가까운 곳에 숙소가 있다면 이른 아침 30분 정도 시간을 내서 산책해 보는 것도 권장할 만한 일이다.

칸도지 호수에는 거대한 새 모양의, 콘크리트로 만든 배가 떠있는데, 힌두의 신 ‘비슈누’가 타고 다니는 커러웨익(가루다)이라는 새의 형상을 본뜬 것이다. 이곳은 민속공연을 즐기며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고급 레스토랑이다.

칸도지 호수의 커러웨익 극장식당. ©조용경
칸도지 호수의 커러웨익 극장식당. ©조용경

 

이곳의 민속공연은 내용이 조금 단조롭기는 하지만 미얀마에 전해 내려오는 설화나 역사적인 사건을 각색한 공연이어서 미얀마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미얀마를 상징하는 기념품을 사고 싶다면 ‘보조욱 아웅산 마켓(Bogyoke Aung San Market)’을 가 보는 게 좋겠다.

보조욱 아웅산 마켓. ©조용경
보조욱 아웅산 마켓. ©조용경

 

보조욱아웅산 마켓은 영국식민지 시대인 1926년에 처음으로 문을 열었고, 당시의 영국인 시장의 이름을 따서 ‘스콧 마켓’이라고 불리웠으며,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1948년에 ‘보조욱(General) 아웅산 마켓’으로 바뀌었다.

양곤의 최대 번화가에 자리잡고 있는 이 시장은 미얀마 최대의 쇼핑센터로서 루비나 옥 등의 보석류, 목각 제품, 칠기 등 전통 문화상품들과 함께, 의류, 신발, 장신구들도 팔고 있는 시장이다. 한국 사람으로서는 자부심을 가지고 가 봐야 할 건물도 있다.

바로 포스코그룹의 포스코대우인터내셔널이 주도하여 포스코건설이 지은 ‘대우아마라 호텔(Daewoo Amara Hotel)’이다.

이 호텔은 빠이 로드의 인야호수(Inya Lake) 옆에 자리잡은 15층짜리 호텔과 319 객실을 갖춘 29층 짜리 콘도미니엄 빌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의 롯데호텔이 경영을 맡고 있는 미얀마 최고급 호텔 가운데 하나이다.

아마라 호텔 중국식당에서 내려다 본 인야 호수. ©조용경
아마라 호텔 중국식당에서 내려다 본 인야 호수. ©조용경

 

호텔 15층에는 중국식당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인야 호수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면서, 미얀마 최고 수준의 중국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하루 일정이 다 끝났는데도 뭔가 아쉬운 기분이 든다면, 가 볼 만한 곳이 있다. 양곤의 차이나타운(Chinatown)이다. 차이나타운은 따요옥딴(Tayoke Tan)이라고 부르는, 술레파고다 로드 18번에서 24번 거리까지의 지역인데 밤이 되면 야시장이 들어 서고,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혼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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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의 세꼬랑 거리. ©조용경
차이나타운의 세꼬랑 거리. ©조용경

 

가장 중심이 되는 거리는 흔히 ‘세꼬랑’ 거리라고 하는 19번 길 주변이다. 세꼬랑 거리 주변은 바비큐를 굽는 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미얀마 맥주를 마시며 다양한 현지음식을 음미하는 관광객과 내국인들의 떠들썩한 분위기로 인해 밤늦은 시간까지 생동감이 넘쳐 흐른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이곳에 가면 '미얀마의 낭만'이 어떤 것인지를 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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