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일 국민참여재판 배제 재항고 법리검토
무죄 비율 압도적인 국민참여재판
왕기춘, 배심원 설득할 목적인가?

청소년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왕기춘 올림픽 전 국가대표가 26일 오전 재판을 받기 위해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청소년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왕기춘 올림픽 전 국가대표가 26일 오전 재판을 받기 위해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미성년자 제자들에 그루밍 성폭력을 한 혐의를 구속 기소된 올림픽 유도 은메달리스트 왕기춘(32)이 국민참여재판 두 차례 배제 결정을 받고도 다시 고집하고 나섰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리는 성범죄 재판의 무죄 비율은 일반 재판보다 10배나 높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대법원이 왕기춘 측이 낸 국민재판배제에 대한 재항고 사건에 대해 상고 이유 등을 법리검토를 3일 시작했다.

왕기춘은 앞서 구속기소 직후 국민참여재판을 요구했다. 대구지법 제12형사부(이진관 부장판사)는 지난 7월23일 국민참여재판 배제 결정을 내렸으나 왕기춘은 즉시 항고했다. 대구고법 제2형사부(박연욱 부장판사)는 지난달 14일 기각결정을 내렸으나 왕기춘은 25일 재항고장을 제출했다.

앞서 대구지법 제12형사부는 “피해자 모두 자필 진술서를 통해 국민참여재판 배제를 요구하고 있고 지역민으로 구성되는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들 앞에서 피해자들이 진술하며 생기는 2차 가해가 우려돼 피해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며 국민참여재판을 거부한 검사와 피해자 변호인 측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엄벌주의' 요구하는 국민, 배심원단에서는 달라
피해자 행실 추궁하고 가해자 배경·사정에 이입
피해자 같은 지역민인 배심원단에 "소문날까봐"
진술 망설이고 재판에 성실히 임하길 포기
무죄율, 일반 재판의 10배, 성범죄에서는 20배 수준

 

 

왕기춘은 그가 받는 사건 혐의의 개요가 그루밍 성폭력 형태기 때문에 남성중심적인 판단을 재판부 보다 높게 내리는 배심원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루밍 성폭력은 성인이 미성년자 또는 같은 종교집단 내 신도를 장기간에 걸쳐 심리적으로 회유하고 협박함으로써 마치 피해자가 주체적인 판단을 내려 성적·심리적·물질적 착취에 응한 것처럼 보이는 형태를 보인다. 이 탓에 일부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들은 자신이 피해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루밍 성폭력 사건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사건에는 40대 남성이 10대 청소년을 연예계에 데뷔시켜 주겠다며 거짓말하고 장기간에 걸쳐 다정한 행동과 폭력·협박을 반복하며 성폭행한 것이 있다. 당시 피해자는 가해자가 “연인관계였다”고 진술한 것이 사실이라고 증언했다가 번복하길 반복하고 수감 중인 가해자에게 연애 편지를 보내기도 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참여재판은 2008년 2월 대구지법에서 처음 도입했다. 일반적으로 국민참여재판이 일반 재판보다 엄벌주의적 판결을 내릴 것으로 생각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대법원과 법무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12년간 국민참여재판의 평균 무죄율은 10.9%로 일반 재판에서 내려지는 무죄율 1~3%의 10배에 달했다.

특히 성범죄 사건의 경우 국민참여재판의 무죄율은 20.1%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배심원들이 재판관보다 더 엄격하게 피해자의 행동이나 사건 전후 가해자와의 관계, 상황을 추궁한다고 지적한다.

피해자의 2차 피해 우려로 인한 진술 및 재판 포기도 원인이다. 같은 지역 내 주민들로 구성되는 배심원 앞에서 피해자들이 2차 피해 등을 무서워해 제대로 된 진술을 하지 못 하고 사건을 축소하거나 재판 자체에 성실히 임하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 탓에 실제 경찰 및 검찰 조사 단계에서 있었던 진술의 심각성 보다 덜한 수준으로 재판정에서 진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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