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헌법불합치’ 1년4개월…여전히 성·재생산 건강권 위협받는 여성들

코로나 19, 의료계 집단휴진,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법제도 미비. 한국 사회에서 임신중지를 고민하는 여성들이 당장 맞닥뜨리는 문제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처벌조항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1년 4개월이 지났지만, ‘여성이 안전하게 섹스하고 임신을 중지할 수 있는 세상’은 아직도 멀어만 보인다. ⓒ이세아 기자
코로나 19, 의료계 집단휴진,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법제도 미비. 한국 사회에서 임신중지를 고민하는 여성들이 당장 맞닥뜨리는 문제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처벌조항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1년 4개월이 지났지만, ‘여성이 안전하게 섹스하고 임신을 중지할 수 있는 세상’은 아직도 멀어만 보인다. ⓒ이세아 기자

 

(관련기사 ▶ 코로나19·의사파업·대책 부재...여성들은 ‘임신중지 전쟁’ 중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035)

코로나19 대유행은 전 세계 여성의 성·재생산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다. 피임, 임신중지, 성병 검사 등 성·재생산 건강 관련 의료서비스는 코로나19 확산 이래 ‘비필수’로 분류, 축소됐다. WHO는 이러한 추세를 우려하면서 “피임과 안전한 임신중지를 포함한 여성의 성과 재생산 건강권은 코로나19 상태와 무관히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임신중지 관련 의료서비스는 여전히 공식 의료체계에서 빠져 않다. 보건복지부는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3월부터 환자가 의료기관 방문 없이 전화 상담을 거쳐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했으나, 임신중지 관련 언급은 없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과 의료인 집단행동의 여파가 임신중지를 원하는 여성들을 더욱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한 산부인과 전문병원 의사는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일부 지역에서는 병원들이 문을 닫거나, 인력이 모자라 임신중지 수술을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러자 일부 병원들이 ‘위험 부담’을 이유로 수술 비용을 100~200만 원 이상 올렸다더라”고 말했다. 서울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의료계 집단휴진으로 인력이 부족해지자) 2차병원 이상 규모의 병원 대부분은 지금 신규 환자를 받아주지 않는다. 처음부터 큰 병원을 찾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급히 상급병원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도 있을 텐데 진입장벽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임신중지를 원하는 한국 여성들은 여전히 정확한 정보나 서비스를 얻지 못한 채 고군분투하는 상황”이라고 김새롬 시민건강연구소 연구원은 말했다. 요즘도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SNS에는 매일같이 임신중지 약물 판매글, 임신중절수술 광고가 올라온다. 가짜약을 파는 사기범이나 무면허 불법 수술을 제공하는 업체가 얼마나 끼어 있는지는 파악하기 없다. 임신중지 지원이 필요한 여성들에게 소액 기부를 받고 안전성 높은 임신중지유도약물을 국제우편으로 보내주는 NGO ‘위민온웹(Women on Web)’, ‘위민헬프위민(Women Help Women)’ 같은 단체가 있지만, 그나마도 코로나19로 전 세계적 임신중지 약물 생산과 유통에 문제가 생겼다. 올해 초 중국과 인도 등지의 공장이 문을 닫고 유통 경로가 막히자, 이들 단체는 약물 수급 차질 관련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김선혜 이화여대 여성학과 조교수는 지난 5월 여성신문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는) 2019년 4월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약물 임신중지 관련 법제도는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고, “여전히 팽배한 사회적 낙인 속에서 임신중지를 재생산 건강의 측면에서 필수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의료행위로 여기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4개월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어보기 ▶ ‘낙태죄 헌법불합치’ 후 임신중지 수술 의사 무죄판결 이어져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037)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