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모습. 2018.08.02. ⓒ여성신문·뉴시스
서울 시내의 아파트 모습. ⓒ여성신문·뉴시스

올해 1월, 생애 첫 이사를 했다. 원래 살던 집은 1986년 지어진 4층의 실 평수 13평짜리 아파트. 상경해 반지하에서 월세살이를 하며 철 일을 하던 아빠가 결혼 전 처음으로 마련한 내 집이었다. 86년도 1월 1,460만원을 주고 샀던 집은 2020년 1월, 1억4000만원을 받았다. 부동산 매매 시세대로라면 1억원도 못 받았겠지만 소규모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엎어진 뒤 부동산 중개업자의 중개로 시세보다 좋은 가격에 민간업자에게 모든 가구가 일괄매각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한 결과였다. 

일괄매각이 성사된 후 주변의 오래된 단층 아파트들은 하나같이 시세가 치솟았다. 서울에 사는 사람이 투자 목적으로 와보지도 않고 산다고 했다. 2006년 뉴타운 바람 이후 최대 상승세다. 삶의 환경은 바뀌지 않지만 외지인들의 투자로 집값만 오른다. 개발되면 세입자는, 대출능력 없는 주인들은 또 다른 곳으로 밀려날 것이며 투자한 이들만 돈을 벌게 될 것이다. 

우리는 같은 동네, 큰 길 하나 건너 이사를 왔다. 엄마는 이사 갈 집을 고를 때 ‘이제 바퀴벌레 없고 단열이 잘 되는 곳에 살고 싶다’며 고층 아파트로 가자고 했다. 단열도 잘되고 볕도 잘 들고, 베란다 화분에 물도 편하게 줄 수 있는 더 넓은 집으로 이사 온 뒤 코로나가 왔고, 기후위기를 실감하게 하는 장마가 왔다. 이전에 살던 집은 노후 되어 작년 여름 비에도 옥상 방수에 문제가 생기고 습했던 것을 생각하며 엄마는 이야기 했다. “이전 집에서 올 여름을 맞았으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집. 코로나 시대 방역에 협조하는 자세는 웬만하면 집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집은 모두에게 안전하고 건강하게 머물 수 있는 환경일까. 우리가 사는 많은 집들은 기후위기를 실감케 한 장마와 초강력 태풍 앞에 물이 새거나, 물에 잠기거나, 무너지지 않을 수 있는 집이 아니다. 습온도 조절이나 곰팡이와 벌레 제거가 가능한 쾌적한 집이 아니다. 함께 사는 이의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집이 아니다. 필요한 먹거리와 돌봄을 채울 수 있는 집이 아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대부분 물량공급 중심이다. 부동산은 백날 늘려봤자 서민들은 먹고사느라 새롭게 쏟아지는 물량에 관심을 쓸 겨를도 없고, 구매할 여력도 없다. 재산중심의 정책은 자산이 있는 사람에게, 대출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나 돌아갈 뿐이다. 

이미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의 주거환경을 안정화하고 개선하는 데 매진해야 한다. 임대차 3법 환영한다. 그러나 4년의 보호기간은 짧다. 이번 임대차 3법을 디딤돌로 삼아 임차인 보호의 내용을 더 강화시켜나가야 한다. 

건물의 단열과 에너지효율을 보강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은 기후위기 시대 건물 분야의 주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임대인에게 단열, 방수, 채광 등 최소한의 주거환경 개선을 의무화하고, 이행하지 않을 시 시세의 일정 %로 LH에 매각하게 해 공공에서 그린 리모델링 후 임대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돈 없는 사람은 내밀릴 수밖에 없는 재건축이나 신축이 아닌 공공주도의 주거환경 개선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코로나와 기후위기와 부동산 대응은 별개가 아니다. 누구든 어디에 살든 안전하고 적은 에너지 사용으로 쾌적하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집을 부동산 정책의 중심으로 내놓을 수 있는 정치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안소정 경기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