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책임제·가해자 10년간 인사 이력 관리
채용 시 성평등 감수성 면접 실시·
동료 성범죄 방조 묵인 시 직무고발 등

서울 미근동 경찰청.ⓒ뉴시스

 

최근 잇따른 경찰관의 성 비위 문제에 경찰청이 칼을 빼 들었다. 성범죄 가해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고 성범죄 사건을 인지하고도 방조한 경찰관은 직무 고발되는 등 경찰 내부 성범죄 대응이 강화된다. 성인지 감수성을 갖춘 경찰관을 채용하고 구성원의 성평등 직무역량을 높인다.

‘경찰청은 25일 ’경찰 성범죄 예방 및 근절 종합 대책‘을 공개했다. 경찰청은 성범죄 사건 처리에 대한 구성원들의 신뢰 확보는 물론 적절한 감시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관리자책임제‘를 도입해 성범죄를 묵인,방조하거나 피해자 보호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직무 고발하는 등 조치해 사건 처리 절차와 유형별 문제 사례, 처벌 수위 등을 경찰 조직 내부에 공유한다.

이를 위해 경찰청은 지난 4일부터 경무인사기획관(치안감)을 단장으로 양성평등, 인사, 교육, 감사, 인권 보호, 여성안전, 범죄예방을 담당하는 팀과 외부 전문가 자문단으로 구성된 ’경찰 성범죄 예방 및 근절 TF(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 이 TF팀은 성범죄에 대해 피해자, 목격자, 상황별로 어떻게 대응할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경찰청은 성범죄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관서에서 근무하지 않도록 10년간 인사 이력 관리 및 가해자에 대한 주요 보직 인사 제한도 추진한다. 채용부터 성인지 감수성을 갖춘 경찰관이 임용될 수 있도록 면접을 강화하고 신임 경찰을 대상으로 성평등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경찰청이 성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한 배경은 최근 경찰관의 성범죄가 늘고 있어서다. 실제로 경찰관 성범죄는 최근 5년간 2018년 감소한 이후 증가하는 추세다. 평균 성범죄 징계 건수는 2015~2019년 5년간 59.8건에 달했다. 성범죄가 2017년 83건, 2018년 48건 2019년 54건을 기록했으며 올해 6월까지 28건이 발생했다. 예를 들어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경찰서 소속 김모 경위가 강간, 유사 강간 및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혐의로 피소됐다. 새터민 여성을 2년여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지난 6월 말 대기발령 조치 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감사를 받고 있다.

서울 광진경찰서 남성 간부가 랜덤채팅창에 동료 여성 경찰관의 신상을 뿌리고 음란 문구를 합성해 ’지인 능욕‘ 혐의로 구속돼 충격을 줬다.

경찰청은 경찰관의 성 비위 사건이 개인의 일탈이 아닌 남성성이 강한 경찰 조직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왜곡된 성인식 및 조직문화 전반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외부전문가들은 ”여성을 함께 일하는 구성원으로 보기보다 성적 대상으로 인식해 성희롱 등을 심각한 범법행위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남성성 강한 조직에서 오랜 시간 왜곡된 성문화에 노출된 만큼 시간을 들여 인식 개선해야 해결될 문제“라고 조언했다. 성범죄 행위에 대해 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하며 별거 아닌 문제로 받아들이는 경찰 조직의 분위기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경찰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어느 한 부서, 개인이 아닌 조직 전체가 합심해 체질을 바꿔가야 한다”며 “이번 종합대책을 기점으로 조직문화·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성범죄는 절대 용인되지 않는 조직 분위기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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