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정치를 위한 민주당의
역할과 과제를 나누는 긴급 간담회
25일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

최근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분노한 2030 여성들은 “권위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당내 분위기를 전환하라”고 강조했다.

권인숙·유정주·이수진(동작)·이수진(비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성평등 정치를 위한 민주당의 역할과 과제를 나누는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년 사이 더불어민주당 광역지방자치단체장에 의한 연이은 권력형 성범죄가 발생했다”며 “선출직 공직자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과 남성중심적인 정치 조직문화 속에서 권력형 성범죄가 자행·묵인되어 왔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자리는 정치권력에 의한 성범죄가 반복되는 현실에 분노하는 20~30대 여성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성평등한 정치를 위한 정당의 역할과 과제를 모색해보는 자리”라며 “이번 행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시의성을 고려하여 최소한의 인원만 모시고,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됨을 양해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은 “직장 내 성희롱은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해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및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요구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용·근로에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며 “최근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의 성희롱 의혹 사건이 발생했다. 고위직 남성들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과 직장 분위기로 인해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없는 어려움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직장에서는 성폭력 사건을 묵인하기도 해, 여성들의 노동권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며 “‘권력을 지닌 모든 사람은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스스로 업무에서 규범적 질서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조직 내에서 적절하게 업무관계를 맺고 상호작용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 생중계 화면 중 일부.
권수현 여성학자가 발제를 하고 있다. 온라인 생중계 화면 중 일부.
온라인 생중계 화면 중 일부.
최지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EB하나은행지부 부장이 토론하고 있다. 온라인 생중계 화면 중 일부.

발제에서 권수현 여성학자는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권 여성학자는 “1. 왜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지방자치단체장에 의한 권력형 성범죄가 계속되는가? 2. 더불어민주당은 왜 침묵으로 일관하는가? 3. 더불어민주당은 왜 문제해결능력이 없는가?”라고 물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침묵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안희정 전 지사·오거돈 전 시장·박원순 전 시장 세 명 다 민주당 소속이라는 점은 우연이 아니다”라며 “50대 이상 기득권 남성으로 구성된 민주당이라는 정치 공동체는 지자체장-가해자가 출현하게 된 제도적, 문화적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 소속 정치인들이 ‘국민’이 아니라 50대 이상 중장년층 남성으로 대표되는 동료 정치인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며 “이번 사건에 대한 거대한 침묵은 민주당이 50대 이상의 남성에 의한, 그들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성평등 정치를 위한 민주당의 과제에 대해 “모든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모든 국민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도록, 국회의원의 인구학적 다양성을 확보할 것”이라며 “성인지 감수성 교육에만 의존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 정치권력에 의한 성범죄를 감시할 수 있는 제도와 문화를 만들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경미 리얼미터 연구원도 “보수 야당의 민주당 관련 미투에 대한 대응이 소극적이라고 인식하는 것 또한 다른 미투사건의 심각성이 더 크다는 사실을 확산시킨다”며 “따라서 민주당만의 약점은 아닐 수 있으나 시의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토론에서 김희연 전 외국계기업 대표 비서는 2030 여성들이 권력형 성범죄에 분노하는 현실에 대해 “미처 살피지 못하고 ‘그냥 넘어간’ 우리 안의 수많은 이야기들이 쌓여 있기 때문 아닐까”라며 “스스로의 목소리를 부정하고, 없었던 일처럼 다독거려 넘어가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성범죄 이슈는 자신의 삶과 목숨을 걸고서 지켜야 하는 자신의 안위에 관한 것”이라며

“정당의 우선 과제는 여성들의 일상에 끝없이 영향을 미치고 있을 마음 속 숨겨진 이야기를 찾고 그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그들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으로는 이들이 연대할 수 있는 메시지와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나아가 단순히 성범죄를 해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세상을 최종 목적지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김진서 유니브페미 집행위원장은 “성폭력을 둘러싼 젠더 권력과 불평등, 위계와 노동 환경, 그리고 미처 이 토론에서 짚어내지 못한 수많은 맥락을 살피는 것이 민주당에게 귀찮은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새롭게 찾아온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그 복잡한 일을 나중으로 미루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고 설명했다.

윤김 집행위원장은 “이러한 요구는 그렇게 새롭지 않다”며 “더 이상 그 요구를 모르는 척하지 않겠다는, 가해자 징계 등의 당연한 조치를 넘어서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위해 젠더 평등을 새로운 관점을 채택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폭력 해결 기구를 두거나 다양한 후보를 내는 것은 모두 더민주가 어떤 관점을 새롭게 채택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것”이라며 “따라서 형식적인 장치나 구색 맞추기가 아닌 새로운 관점에 대한 적극적인 선언이 민주당에게 주어진 시급한 과제로 인식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채은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의견을 듣고 아는 것보다 성평등정치를 위해 더 본질적인 조치는 조직 내에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분위기를 전환하는 것이다. 전환의 방법으로 20·30대 여성정치인이 목소리를 갖는 것이 필수 조건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직 내에 최고위원 같은 책임 있는 자리에 대해서는 인적 구성을 성별, 연령별로 균형 있게 안배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최근 민주당에서‘최고위원 여성 30% 할당제’도입이 당 지도부와 남성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통과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접했다”고 말했다.

그는 “평등 정치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시스템조차 갖추지 못한 것”이라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데 민주당은 외양간도 고치지 못하고 있다. 여성할당제도가 문제 해결을 위한 완벽한 제도는 아닐지라도 지금의 견고한 남성중심적인 정치를 깰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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