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빅히트 합작 서바이벌
알을 깨고 태어나
시련 극복하며 데뷔
시청자 투표 통한 선발 방식은
신자유주의 단면 드러내
내레이터·심사자 모두 남성
여성은 소비자로만 존재

‘아이랜드’ 출연진들. 사진 제공=Mnet
‘아이랜드’ 출연진들. 사진 제공=Mnet

 

지난 6월부터 CJ ENM과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공동으로 기획·제작한 ‘I-Land’(아이랜드)는 방영 이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와 그 수장인 방시혁 프로듀서의 참여는 자연스레 BTS(방탄소년단)를 연상시켰다. ‘I-Land’라는 거대 공간을 짓는 데 소요된 70억원을 포함한 20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는 역대급 스케일의 스펙타클한 오디션을 기대케 했다.

‘아이랜드’는 참가자들이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생존과 방출될 멤버가 결정되는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최후의 7인이 데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일반적인 리얼리티 포맷에 영웅 탄생 서사(분리-입문-귀환)를 접목해 이야기를 쌓아가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노하우가 발휘된다. 그 시작점은 숲 속에 홀연히 위치해 외부 세계와 구별되는 ‘아이랜드’라는 공간이다(아이랜드는 프로그램명이자 세트 자체다). 이 공간은 한 인물이 일상을 떠나 모험을 시작하고, 온갖 고난과 시련을 극복하고, 자신에게 부여된 과업의 달성과 내적 성장을 이룬 영웅이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신화 속 이야기의 주요 무대다. 꿈을 위해 집을 떠난 아이랜더(아이랜드 출연자들을 지칭)들은 일반 세계와 분명하게 다른 공간인 아이랜드에 입소한다. 미션을 부과하는 자와 평가하는 자가 있는 그곳에서 멤버들은 노래와 춤, 개인기, 팀워크, 리더십 등의 평가를 통해 생존과 탈락이 결정된다. 테스트라는 일련의 시련을 극복하고 임무를 완수한 7인은 아이돌이라는 영웅이 되어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Mnet ‘아이랜드’ 포스터.
Mnet ‘아이랜드’ 포스터.

 

이 프로그램은 영웅이 탄생하는 과정을 시청자와 함께 공유하기 위한 설정과 장치들을 곳곳에 배치하여 즉흥성과 리얼리티를 배가한다. 시스템으로 통제되는 거대 건축물인 아이랜드 내부에 알을 형상화한 게이트는 아이랜더들이 머무는 합숙 공간과 테스트하는 무대 공간을 연결한다. 이들에게 게이트는 생존과 탈락의 경계이다. 고대 한반도에 알을 깨고 태어나 나라를 세운 김수로, 박혁거세, 주몽이 있었다면, 지금은 (알을 형상화한 게이트가 있는) 공간에서 경쟁을 벌이는 소년들이 있다. 최종회에서 알을 깨고 글로벌 K팝 아이돌이 된다.

그들이 머무는 장소는 미션을 성공한 자에게 주어지는 상금 그 자체가 된다. 전편에서는 아이랜드가 상위 12인에게 제공된 환상의 공간으로, 어둡고 불편한 그라운드는 하위 10인에게 벗어나야 할 탈출의 공간으로 분리되어 제공됐다. 후반부에서 아이랜드는 등수 별로 배정된 방과 1위에게만 제공된 리클라이너 침대와 최신 안마의자로 아이랜드 내에서 또다시 공간으로 구별짓기를 시도한다. 상위 7인이 가슴에 다는 데뷔조를 상징하는 뱃지와 등수가 적힌 의자는 과업 달성의 열매를 즉각적으로 맛보게 하면서 멤버 간의 경쟁심을 자극한다.

직캠과 라이브캠과 같은 추가 영상으로 시청자들은 참가자들의 연습 과정, 일상생활, 무대 공연 장면을 반복해 볼 수 있다. 자기 고백적인 인터뷰로 자신의 속내를, 관찰 카메라를 통해 팀원 간의 의견 충돌과 화합의 과정도 공유된다. 참가자들의 말과 행동은 어디서든 기록되며 글로벌 시청자 투표단에게 평가의 근거가 되며, 투표 결과는 또다시 멤버별로 누릴 수 있는 물질적인 보상으로 바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심사자와 시청자가 요구하는 아이돌이 갖춰야 할 기준들을 즉각적으로 내면화한다. 그리고 거기에 따르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통제를 하게 된다. 팀 미션을 수행하지만 글로벌 시청자 투표에 의한 최종 멤버 선발 방식은 개인 매력의 극대화를 요구하면서, 개인의 브랜드화라는 무한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의 단면을 드러낸다. 더욱이 전지적 시점에서 참가자의 일면을 소개하고 미션을 설명하는 남성 내레이터와 전문 지식을 갖춘 심사자들이 남성이라는 사실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권위자이자 전문가로서의 남성을 부각하고 여성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아이랜드’가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K팝 아이돌의 제작을 목표로 하기에 영웅 탄생 서사의 접목은 보편적인 이해와 공감을 가능케 하는 유효한 전략이다. 다만 한국 아이돌의 덕목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프로그램이 지닌 신자유주의적이며 가부장적인 요소에 대한 지속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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