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2017년 주뉴질랜드 대사관에서 발생한 성추행 문제를 제기한 지 약 한 달 만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고개를 숙였다.

정상 간 통화에서까지 거론되면서 ‘외교 참사’ 논란이 불거지자 청와대가 직접 진상조사를 진행하고, 대응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강 장관은 청와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신속한 조사를 지시하며, 향후 성비위 문제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성추행 의혹 외교관에 대한 재조사와 추가 징계가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는 24일 오후 화상 실국장회의를 열고 지난 2017년 주뉴질랜드 대사관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에 대해 언급했다. 그간 외교부 고위 당국자가 성추행 사건에 대한 경과와 입장을 밝히고, 사과 입장을 전한 적은 있지만 강 장관이 공개적으로 사과는 물론 엄정 대응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최초다.

강 장관은 이날 “청와대에서 ‘사건 발생 초기부터 정상 간 통화에 이르기까지 외교부의 대응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이첩 받았다”며 “외교부는 이를 검토해 신속히 적정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외교부는 성추행 사건 발생 직후 해당 외교관에게 경고장을 보내고, 피해자와 격리 조치, 징계위 회부, 피해자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제소 등 절차 안내, 중재 협상 등을 통해 적절히 대응해 왔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이번에 청와대가 성추행 사건에 대한 외교부의 대응을 지적하면서 A조사관에 대한 재조사는 물론 뉴질랜드 측과의 사법 협력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간 A외교관이 받았던 ‘감봉 1개월’ 조치는 통상적인 성추행에 따른 ‘감봉 3개월’의 조치보다 수위가 낮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있었다.

외교부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할 당시 남자 직원의 엉덩이와 가슴 등 신체 부위를 부적절하게 접촉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외교부는 당시 피해자로부터 제보를 접수한 후 A씨에게 경고장을 발부하고, 2018년부터 아시아 주요국 총영사로 발령 냈다.

이후 외교부는 2018년 하반기 감사 과정에서 피해자의 진술을 다시 확인하고, 이듬해인 2019년 2월 감봉 1개월의 징계 처분을 결정했다. 피해자는 지난해 10월 뉴질랜드 경찰에 신고하고, 11월에는 한국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올해 초에는 4개월간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과 정신적, 경제적 피해 보상에 관한 중재 협의를 진행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뉴질랜드 법원은 지난 2월 A씨에 대해 성추행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최근에는 뉴질랜드 언론에서 성추행 사건이 재차 거론된 데 이어 외교부 장관과 총리까지 나서 성추행 사건을 언급하면서 ‘외교적 갈등’으로 비화했다.

특히 뉴질랜드 측은 A외교관이 본국에 와서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요구하며 우리 정부의 협조를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뉴질랜드 측이 공식적으로 우리에 대해서 요청하면 사법 공조라든지, 범죄인 인도 절차에 따라서 우리는 협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논란이 확산되자 외교부는 지난 3일 “여러 가지 물의를 야기한 데 대한 인사 조치”로 A외교관에게 귀임 명령을 내렸다. 그는 지난 16일 귀국했으며 자가 격리 중이다. 다만 외교부는 A외교관에 대한 재조사와 추가 징계 여부에 대해 “관련 규정을 따져봐야 한다”며 일축했다.

강 장관은 이날 성비위 사건과 관련해 “발생 시기와 상관없이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것”이라며 관련 조항의 보완 및 내부 교육의 강화를 당부했다. 또 이번 사건이 공정히 해결될 수 있도록 뉴측과의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외교부는 2016년 12월 칠레 주재 외교관 성비위 사건 발생한 후 2017년 7월 성비위 징계 공관장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등 성비위 관련 종합 대책을 마련했다.

강 장관은 “다시는 이러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본부 간부들과 공관장들이 더욱 더 유의해 행실에 있어서 모범을 보이고, 직원들을 지도·관리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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