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성희롱 시정 권고 사례집 발간
성희롱 진정 증가...지난해 역대 최다 303건
“성희롱 규제는 성적 자기결정권·
노동권·생존권 보장의 문제
2차피해 예방 노력해야”

인권위가 20일 성희롱 시정 권고 사례집을 펴냈다. 지난해 인권위가 접수한 성희롱 진정 사건은 역대 최다인 303건을 기록했다. ⓒpixabay
인권위가 20일 성희롱 시정 권고 사례집을 펴냈다. 지난해 인권위가 접수한 성희롱 진정 사건은 역대 최다인 303건을 기록했다. ⓒpixabay

 

#1. 모 신문사 A팀장은 2년차 후배 기자에게 “○○○이랑 잤냐?” “너 새로 산 침대 스프링 시험해 봐야 하는데” “대실타임 한 번 쓸까” 등 성적 발언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여러 차례 날렸다. A팀장은 “가까운 대학 후배에게 술자리 게임의 연장선에서 그러한 발언을 한 것이다.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밝힌 적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피해자가 직장에서 불쾌감을 표하지 못하고 성적 수치심을 감내해야 했던 이중적인 고통의 상태”에 있었으며, 적극적 거부 의사 없이도 성희롱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 B 어학원장은 여성 강사에게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주문하며 미니스커트, 스키니진, 킬힐, 커피색 스타킹, 진한 화장 등을 요구했다. B원장은 “여성 강사의 경우 복장에 신경을 써야 전문성이 있어 보이고 수강생의 호감도 사기 쉽다는 뜻일 뿐 성적인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인권위는 “이러한 복장이 강사 업무 수행에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성적 매력을 어필하는 근로조건을 제시해 성희롱”이라고 판단했다.

피해자가 적극적인 거부 표시를 하지 않아도 ‘성희롱’, 여성이라는 이유로 일터에서 성적 매력 어필을 강요하는 것도 ‘성희롱’일 수 있다. 인권위가 20일 펴낸 ‘성희롱 시정 권고 사례집’이 던지는 메시지다. 2018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인권위가 시정권고한 성희롱 사례 34건을 모았다.

2019년까지 인권위가 시정 권고한 성희롱 진정 사건은 243건이다. 91.3%(222건)가 남성 가해자가 여성 피해자에게 성희롱한 사건이었다. 대부분이 직장 내 성희롱 사례로 69.1%(168건)가 직접 고용 상하 관계에서 발생했다. 권고 내용(중복 권고 포함)을 보면 가해자 특별인권 교육이 192건(44.5%)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재발 방지 대책 수립 96건(22.2%), 징계 등 인사 조치 69건(16%), 손해배상 61건(14.1%), 기타 14건(3.2%) 등이었다.

인권위가 접수한 성희롱 진정 사건 수는 2005년부터 증가 추세다. 2010년 이후 접수 건수는 매년 200건이 넘고, 지난해에는 역대 최다인 303건을 기록했다. “성인지 감수성의 측면에서 성희롱이라고 인식하는 범위가 넓어졌다”고 인권위는 설명했다.

또 “최근 성희롱 진정사건들은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2차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늘어났다”며, “성희롱의 규제가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인격권뿐만 아니라 노동권 및 생존권 보장에 있음을 감안할 때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위하여 2차 피해를 예방하는 데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례집은 위원회 홈페이지 중 ‘결정례’ 메뉴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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