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7월 서울 잠실 석촌호수에 전시된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 카우스(KAWS)의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카우스: 홀리데이 코리아'. Ⓒ여성신문·뉴시스
지난 2018년 7월 서울 잠실 석촌호수에 전시된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 카우스(KAWS)의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카우스: 홀리데이 코리아'. Ⓒ여성신문·뉴시스

 

과거 문화경제는 있는 사람들의 영역이었다. 대체적으로 경제력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려는 욕망의 표출로 미술품을 구매해왔다. 예술 작품을 구매함으로써 얻어지는 자신만의 ‘문화 취향’을 문화적 특권 의식과 다른 계층과 구별 짓는 행위로 정당성을 확보했다. 가격을 정할 수 없을 만큼 가치 있는 작품을 알아보는 나만의 탁월함을 드러낼 수 있으며, 독점적으로 소유가 가능하다는 것은 곧 부의 과시인 셈이었다. 하지만 소득 수준의 향상과 현대인들의 문화적 욕구가 높아짐에 따라 미술품에 대한 관심과 향유는 점차 대중에게 확대되었다. 나아가 미술품을 경제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현대사회의 무한 경쟁으로 인한 심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불안한 미래에 대한 안전장치로서 미술품을 투자수단으로 바라보는 아트테크(Art Tech) 적인 시선이 높아지고 있다. 미술품 투자는 타 투자 상품보다 위험성이 낮고 주식이나 채권 투자보다 더 매력적인 것으로 인지되고 있으며,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반복되는 호황과 불황에도 불구하고 미술품 수집가 및 애호가들 사이에서 활발히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미술시장에서 성장률 높은 것은 팝아트(Pop Art)다. 팝아트 작품의 가격 지수는 무려 40%의 성장률(1985~1990)을 보인 바 있고, 그 밖에도 21%의 성장률(2002~2007)을 보이는 등 미술 경매에서 다른 사조의 작품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큰 폭 상승을 보여왔다. 미술품의 가격은 작품의 예술성, 작가의 경력 및 삶과 죽음 외에도 작품의 크기, 재료, 작품의 출처, 서명, 보존 상태, 거래 시점의 경제적 상황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팝아트는 고급문화와 저급 문화를 구분치 않고 당대의 시각 문화와 대중의 가치관을 그대로 반영해 조작, 변형, 차용, 도용하여 상징적인 이미지로 만들어냈다. 팝 아티스트들은 1960년대의 소비문화를 부추기는 텔레비전, 광고, 만화, 대중매체, 인스턴트 음식 등을 작품으로 풀어냈는데, 그렇기 때문에 팝아트 작품 속 소재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예를 들면, 앤디 워홀의 작품에서는 켐벨 수프 캔(Campbell's Soup Can), 유명인 시리즈, 비극 시리즈, 초상화가 대표작으로 꼽히며 작품 가격 또한 비교적 높게 측정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팝아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유명인, 사람, 사물, 정물, 풍경, 상업, 광고 이미지, 만화 캐릭터, 추상 이미지 순으로 높은 가격을 이룬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는 광고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팝아트의 부흥기였던 1960년대보다 훨씬 더 풍요롭고 기술화된 사회에 살고 있다. 팝아트 이후로도 미술은 계속 변모해왔고 기술의 발전과 함께 영역을 넓히며, 다양한 형태로 진화해 지금의 컨템포러리 아트(Contemporary Art)를 있게 했다. 그리고 오늘날 문화와 예술은 국가 경쟁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특히, 문화경제학적 관점에서 미술 시장은 문화 산업의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문화경제(Cultural Economy)의 시대에 미술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으며, 미술품에 대한 수요는 경제의 3주체인 정부, 기업, 개인의 차원에서 모두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미술시장의 투명화와 더불어 미술품 거래 및 투자에 대한 다양한 플랫폼이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팝아트는 당시 시각예술의 대상이 되지 못했던 대중문화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현실적인 미술로서 대중의 공감을 크게 샀고, 미술사에서 중요한 형태로 자리매김했다. 팝아트의 처음 등장은 런던이었으나, 본격적인 무대는 뉴욕이었다. 그 이후 1990년대에 만화와 캐릭터를 중심으로 하는 ‘니폰 팝(にっぽん Pop)’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현재 세계 미술 시장에서 일본 현대미술로 가장 선호되는 것은 일본의 팝아트이다.

유명인의 초상화나 소비상품의 이미지를 주제로 삼아 실크스크린(Silk screen)을 활용한 ‘앤디 워홀’, 그래피티 아트(Graffiti art), 낙서화의 형식을 빌려 새로운 회화 양식을 창조한 ‘키스 해링’과 ‘장 미셀 바스키아’, 영국의 ‘데이비트 호크니’, 일본의 ‘무라카미 다카시’, ‘쿠사마 야요이’, ‘나라 요시토모’, ‘매드사키’까지. 그들을 잇는 잠재력 있는 한국의 팝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양성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정부, 기업, 국민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의 필요성을, 한국의 팝아트가 세계 미술 시장에서 소개되는 그날까지 외치고 싶다.

<참고 문헌>
1. 이연경, 「해외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의 Pop Art 회화 작품 가격 결정 요인에 관한 연구」, 중앙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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