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스웨덴 대의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특별위원회는 최종보고서를 민주주의 장관에게 제출했다. 민주주의 장관은 문화부 장관이 겸직하고 민주제도의 약점을 보완하고 잘 작동하지 않는 제도는 점검해 개혁을 추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민주주의 장관은 2014년 7월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인 정당정치의 문제점 보완, 국민참여와 국민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특별위원회를 임명했다.

이 위원회는 1년6개월 동안 문화부 소속으로 활동하면서 학자, 전문가, 관료, 정당대표들과의 공동세미나, 전국지역공청회, 학교방문, 국제비교연구 등 다양한 자료수집을 거쳐 스웨덴 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몇 가지 제안을 내 놓았다. 총 740페이지에 이르는 이 보고서는 750페이지의 별책 부록으로 이루어진 학자연구보고서와 함께 스웨덴 민주주의 문제점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다음과 같은 개선점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국민발의제도를 활성화할 것. 기초 및 광역의회 의원활동의 보조기능 강화의 목적을 띰.

둘째, 직접민주주의 제도를 더욱 활성화할 것. 이를 위해 지역전자투표제도를 적극 활용할 것.

셋째, 정책결정 전 국민과의 대화를 반드시 시도할 것. 국민은 선거에서 한 번만 참여하는 것으로 끝이 아닌 상시 정책결정에 의사를 표할 수 있어야 함.

넷째, 정책결정 전 원하는 국민들의 서면의사 표시를 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방식을 개선할 것.

다섯째, 균형 잡힌 국민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지방선거 연령을16세로 투표연령을 낮출 것. 선거가 4년마다 실시되므로 현행 18세일 경우 실제로 19~22세가 되었을 때 처음 선거에 참여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16세로 낮출 경우 평균 18세의 선거연령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지방선거에서 먼저 실험적으로 도입해 시도할 것.

여섯째, 국민대표들의 대표성을 더욱 강화할 것. 다양한 국민대표를 구성하기 위한 실질적 노력을 정당들은 노력할 것.

일곱째, 특정 로비 그룹이 선거에 개입하지 못하게 할 것. 여기에는 노조와 일부 극단 주의자들의 영향력을 감소할 것도 포함.

보고서는 정치인들이 국민들과 거리를 둔 정책결정에 대한 경고와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당과 정부는 선거에서 결정된 결과로만 일방적으로 밀어 부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의사를 재차 물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의민주주의 선거에 대한 문제점은 선거에서 표출된 의사가 선거 당시 표출된 민심의 방향이기 때문에 국민의 삶과 안전, 국민의 세금을 다루는 문제와 같은 다양한 정책결정과정에서 선거의 결과에만 의존하지 말고 직접민주주의 방식을 도입해 잘못된 민심을 다시 한번 점검하는 제동장치가 있어야만 한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이 보고서는 지지하는 한 쪽 편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이익을 보장할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대립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골고루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특정 로비스트들이 좌지우지 하는 정치는 병든 정치라 단정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매년 발표하는 스웨덴의 민주주의 순위는 노르웨이, 아이슬란드에 이어 3위에 속한다. 프리덤 하우스 2020년 자유국가순위도에서는 핀란드, 노르웨이와 함께 100점 만점으로 최상위 민주주의 국가에 속한다. 한국은 2019년 이코노미스트 조사에서 23위로 결함민주주의(flawed democracy)로 구분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최고의 민주주의를 구가하고 있는 스웨덴도 민주주의의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문제점으로 진단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주의는 완벽한 것이 아니라 7개의 민주주의가 동시에 작동되어야 온전한 제도로서 기능한다고 스웨덴 예테보리대학 민주주의 연구소에서 제시하고 있다. 그 일곱가지는 자유민주주의, 평등민주주의, 선거민주주의, 참여민주주의, 다수민주주의, 숙의민주주의, 협의민주주의를 포함한다.

이 민주주의에서 가장 핵심적 가치는 법치(rule of law)와 절차적 정책결정(procedural decesion-making)이라 할 수 있다. 헌법과 법에 따른 통치가 아닌 정치는 무질서와 폭력, 억지와 패거리 논리가 지배하는 정치로 전락하고 만다. 아무리 국회에서 수가 많아도 논의 절차와 협의를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정치는 전제주의 정치의 길로 들어서는 길이다. 정권이 바뀌어 지금의 야당이 여당이 되어도 반드시 존중되어야 할 민주주의 제도의 필수 요소다.

지금 지구 반대편에 있는 스웨덴이 민주주의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조금이라도 귀기 울이고 관심을 갖는다면 벼랑 끝에 있는듯한 한국의 민주주의를 구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박선이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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