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렛 대처, 다이애나 등
80년대 유행한 여성들의 ‘파워슈트’
현대로 오며 복장 자율화 움직임
‘복장 갑질’ 겪는 여성 직장인들도
류호정이 쏘아 올린 작은 공으로
연대의식 느껴

기사와 무관한 사진. ⓒ픽사베이
기사와 무관한 사진. ⓒ픽사베이

시대가 변하면서 여성 노동자들의 복장도 달라졌다. 아직도 직장 내에서 지켜야 할 격식과 에티켓이 있지만 최근에는 그 금기가 조금씩 깨지고 있다. 

‘철의 여인’이라고 불렸던 전 영국의 총리 마가렛 대처는 평소 ‘파워슈트’(power suit)를 즐겨 입었다. 영국의 찰스 왕세자비였던 다이애나도 ‘다이애나 룩’(Dianalook)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의 파워슈트 패션 스타일이 화제였다.

‘파워슈트’는 성공을 추구하는 전문직 여성의 중성적 느낌의 상하 한 벌의 정장을 뜻한다. 디자인은 남성 중역들의 옷차림에서부터 시작됐다. 역삼각형 실루엣을 만들어주는 패드가 들어간 넓은 어깨는 파워슈트의 상징이다. ‘현대패션에 나타난 파워 숄더의 형태 변화 연구’(김효주·배수정)에 따르면 어깨는 예로부터 인간의 위엄과 능력을 상징하는 신체 부위로 여겨졌다. 특히 남성의 어깨는 여성보다 훨씬 넓고 두꺼우면 넓은 어깨는 남성성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1980년대에는 직장여성들 사이에서 파워슈트가 유행했다. 1960년대 이후 여성해방운동으로 인해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고 사회적 역할이 증가됐다. 1960, 70년대는 청소년들이 문화 창조의 주체로 패션의 리더였다면, 1980년대는 직장여성들이 새로운 소비자 집단으로 부상했던 시기이다. 즉, 남성의 영역이라 생각됐던 직장이라는 공간에 여성이 침투하며 전문적이고 권위적인 이미지를 가시화하기 위해 비즈니스 슈트 스타일을 입었다.

영화 ‘철의 여인’ 스틸컷.
영화 ‘철의 여인’ 스틸컷.

그렇다면 현대 여성의 직장 복장은 어떠할까. 현대에서는 격식이나 에티켓에 엄격했던 과거와 달리 여성 직장인들의 복장 자율화가 생겼다. 지난달 24일 사람인은 직장인 1200명을 대상으로 ‘복장 자율화에 대한 의견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자율 복장 여부는 성별에 따라서 차이가 있었다. 여성 직장인의 경우, 자율 복장으로 출근이 가능하다는 응답이 56.4%로 남성 직장인(16.3%)보다 3배정도 더 많았다.

재직 중인 직장 형태별로는 중소기업(38.5%), 중견기업(27.8%), 대기업(22.7%) 순이었다. 이들 기업이 허용하는 복장은 ‘샌들’(49.5%, 복수응답)이 가장 많았다. 근소한 차이로 ‘반바지’(46.6%)가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모두 가능한 완전 자율’(36.5%), △‘탈색 등 머리 염색’(35%), △‘민소매 티셔츠’(19.1%), △‘타투, 피어싱’(13%) 등의 순이었다.

그런가하면 여전히 직장 상사로부터 옷차림을 지적당하는 여성 직장인 사례도 있었다. 직장인 A씨는 “사장님 기준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오면 하루에도 몇 번씩 불러 지적한다”며 “치마를 입으면 무릎 위로 3㎝ 이상 올라가면 안 된다고 한다”고 밝혔다. 직장인 B씨는 “청바지를 입고 출근하면 청바지 입었다고 뭐라 하고, 치마를 입으면 네 몸매에 짧은 치마는 아니지 않느냐, 살쪘는데 다이어트 안 할 거냐고 면박을 준다”고 토로했다. 

지난 9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직장 상사로부터 옷차림을 지적당하는 '복장 갑질'에 시달리는 여성 직장인들의 사례를 공개했다. 직장갑질119는 “‘옷차림 지적질’은 젊은 여직원에게 집중된다. 상사는 남성이 아닌 여직원의 옷차림을 ‘눈요기’하고 ‘지적질’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원피스 복장에 대해서도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성폭력 발언들이 넘쳐났다”며 “국회의원조차 이렇게 공격당하는데 일반 직장의 이름 없는 여성 노동자들이 겪어야 할 갑질과 성희롱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4일 류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 분홍색 도트무늬 원피스를 입은 채 등장해 큰 주목을 받았다. 그의 모습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자 류호정 의원의 복장을 지적하며 성적 발언과 인신공격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그의 동료 여성의원을 비롯해 많은 여성들은 그의 행동에 옹호하며 연대와 지지를 보냈다. 여성의원들에게 류 의원의 원피스 복장은 국회의 과도한 엄숙주의를 깨트리는 행동이었다. 더 넓게는 많은 여성들이 겪고 있는 여성의 복장이 아닌 ‘복장을 가지고 재단하는 여성혐오’를 적시한 것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