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 해결 없이 여성 리더 양성 못해
(관련기사▶ 역대 한국인 IOC 위원 11명 중 여성 ‘0명’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1449)
“아이를 낳으면 임원은커녕 (직장에) 돌아가기도 어렵잖아요. 체육계도 똑같아요. 더 힘들죠.” 선수 출신 여성 A씨에게 “왜 여성 스포츠인들은 사라지느냐”고 묻자 돌아온 말이다.
임신·출산·육아·돌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 선수는 4만 5000명 정도로 추정된다(대한체육회, 2013). 일반 체육전공자 중 경력단절여성 규모는 파악조차 어렵다.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촉진법에 따라 경력단절여성의 경제활동 관련 실태조사를 주기적으로 해야 하지만, 체육계에서는 공식적인 조사가 진행된 적 없다.
선수 출신들은 보통 교육을 받고 코치가 돼 지도자로서의 경력을 쌓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뛰어난 지도자의 역량은 기본이고, 가사노동자, 돌봄노동자의 역할까지 해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A씨는 “중요한 회의 중 아이가 아프니 데리러 오라는 어린이집 교사의 연락을 받고, 가족 행사를 준비하느라 단체의 공식 일정에 불참하는 일이 반복되다 보면 저도 지치고, 조직에서도 제게 기대를 걸지 않게 되더라. 여성들에게 슈퍼히어로가 되라고 강요해서는 이 문제를 풀 수가 없다. 우리가 떠나게 만드는 체육단체의 구조적 문제, 사회문화적 환경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스포츠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그 많은 여성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유명한 선수들도 결혼·은퇴 후에는 그저 ‘운동했던 아줌마’가 되고 만다. 성 불평등은 물론 심각한 인적 자원 낭비다.” 남윤신 덕성여대 생활체육학과 교수는 지난 2017년 문체부·체육인재육성재단이 공동 주최한 ‘제3회 여성스포츠인 토크콘서트’에서 이러한 현상을 언급했다. 남 교수는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관련 정책 연구·실태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