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퇴하던 산업도시 에스킬스투나
지역대학 과목, 산업과 연계하고
정치인의 미래를 위한 투자 통해
세계적 재활용 자리매김

스웨덴 에스킬스투나시에 위치한 대형 재활용 복합쇼핑몰센터 레투나. 이곳에 입점한 매장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은 대부분 재활용품을 수선해 가치를 더한 업사이클링 상품이다. ©Lina Östling
스웨덴 에스킬스투나시에 위치한 대형 재활용 복합쇼핑몰센터 레투나. 이곳에 입점한 매장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은 대부분 재활용품을 수선해 가치를 더한 업사이클링 상품이다. ©Lina Östling
스웨덴 에스킬스투나시에 위치한 대형 재활용 복합쇼핑몰센터 레투나. 이곳에 입점한 매장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은 대부분 재활용품을 수선해 가치를 더한 업사이클링 상품이다. ©Lina Östling
스웨덴 에스킬스투나시에 위치한 대형 재활용 복합쇼핑몰센터 레투나. ©Lina Östling

 

스톡홀름에서 고속도로 E20을 남서쪽으로 150km를 달리면 에스킬스투나(Eskilstuna)라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오래 전부터 금속산업, 무기산업, 정밀산업 시설이 번창했을 정도로 핵심산업도시 중 하나였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면서 공장이 하나 둘씩 도산하면서 도시 인구는 최전성기였던 1970년대 7만명의 도시에서 2000년대초 5만명으로 빠르게 쇠퇴했다. 하지만 이 도시가 2020년 기준 10만명을 넘어 다시 활력이 넘치고 세계적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무슨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답은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E20을 타고 도시로 접어들다 보면 쓰레기 처리장이 눈에 띈다. 하지만 생활쓰레기를 처리하는 일반 쓰레기 처리시설과 달랐다. 차에 생활쓰레기를 싣고 와 쓰레기 컨테이너에 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을 기증하는 개념이다. 이렇게 남겨진 물건은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가 바로 옆에 붙은 재활용가게들로 이루어진 쇼핑몰에서 새로운 디자인을 입히고 수리해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시킨다.

이 아이디어는 2010년 지역대학인 멜라르달렌 대학의 산업디자인학과 얀 브란트(Jan Brandt) 교수가 개설한 ‘재활용품을 이용한 디자인’ 과목에서 학생들에게 재활용을 활용한 생활디자인을 다루면서 탄생을 했다. 버려지는 물건을 간단하게 수리하고 새롭게 디자인을 입혀서 새 상품으로 만들면 재활용을 통한 재순환(recycling)이 아닌 새로운 가치의 창조인 상승순환(upcycling) 산업이 가능하다는 브란트 교수의 주장을 눈여겨 본 시 환경책임자는 연구용역을 브란트 교수에게 의뢰했다. 이 연구는 시민들이 버리는 물건 중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다시 수거할 수 있도록 생활용품 보관소를 쓰레기 처리장에 설치하고 보관창고 근처에 재활용가게들을 모아 시민들에게 싸고 질 좋은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쇼핑몰을 만들 것을 건의했다.

정치인들의 도전의식은 이 프로젝트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시의회는 시 소유인 에너지 환경회사에 생활쓰레기 재활용시설 건축과 쇼핑몰 조성을 위해 2000만 크로네(한화 약 25억원)을 지원했다. 입점하는 가게들의 선정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가게 선정을 위해 재활용품을 반드시 사용해야 하고, 시의 친환경목표에 동의하며, 지역에서 생산되는 카페 및 식당은 유기농 재료와 지역농산품을 사용하는 조건을 수용하는 도전정신이 있는 사람들을 공모했다. 이렇게 선정된 14개의 가게들은 어린이 용품, 도서, 가구, 스포츠 및 취미용품, 의류, 화훼가게, IT 용품 등 전 세대를 어우르는 가게를 두루 모아 놓았다. 강의실 및 회의장을 갖춘 시실과 카페 및 식당 들이 함께 있어 쓰레기 버리고 전 가족이 쇼핑을 할 수 있도록 쓰레기 처리장과 연계한 것이 주요했다.

매년 3월 주최하는 지속가능 축제(Hållbarhetsfestival)를 통해 전국 지속가능업무 관련자 초청 및 지역민의 참여를 활성화 해 지역축제로도 자리매김을 했다. 일명 레투나(Retuna) 프로젝트로 50명의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되었다. 이 건물에는 말라르달렌 재활용디자인과 강의실, 세미나실이 함께 위치해 학생들은 실습은 현장에서 바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다. 재활용 클러스터가 완성된 셈이다.

레투나 쇼핑몰이 처음 문을 연 2015년에는 총 매출이 250만 크로네(약 3억원)에 그쳤지만 작년 매출은 6배 이상이 증가한 1600만 크로네(약 20억원)에 이르렀다. 100% 재활용 쇼핑몰이라는 상징성으로 인해 국내외의 관심은 컸다. 국내 주요 일간지 뿐 아니라 세계 최대언론사 중 하나인 영국 BBC와 미국 CNN 등 전 세계 언론의 소개로 쇠퇴하던 작은 도시 에스킬수투나시는 세계적 재활용도시로 자리매김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이 도시를 재활용의 세계중심지로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옛 제조산업도시였던 에스킬스투나시가 다시 순환경제(recycled economy)와 재활용도시로 변신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가지 요소가 결합되어 있다. 연구와 교육이 산업과 연계된 사례이자, 정치인들이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과감한 투자로 뒷받침해 주었다는 점이 주효했다. 정치인들이 적극적으로 경제적 지원을 망설였다면 하나의 실현가능성 없는 아이디어로 묻혀 질 수 있었던 프로젝트였다. 또 다른 성공요인으로 생활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분류해 기증하는 시민들의 수고와 참여, 그리고 새로운 디자인을 통해 기증한 물건을 재탄생시키는 가게주인들의 창의성, 지역농산물 및 유기농을 공급하는 농민, 시일자리센타와 연계된 일자리 만들기 등이 함께 어우러진 작품이다. 시는 순환경제체제와 친환경도시로 산업도시를 탈바꿈하는데 성공했다.

기후 변화와 함께 지구온난화는 쓰레기 줄이기, 탄소배출제로화, 비탄소에너지원개발 등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5G, 인공지능 등의 4차산업혁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블루오션인 셈이다. 한국 도시들도 다양한 창의적 아이디어로 경쟁할 때 좋은 롤 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박선이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박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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