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트·게스트 모두 여성
‘남초’ 예능계서 드문 사례
대선배 송은이가 ‘몰이’ 대상
선후배 위계질서 드러나지 않아
서로 약점 들춰내는 웃음 없고
소통·공감의 수평적 관계성 보여줘

‘편 먹고 갈래요? 밥블레스 2’. 사진=Olive 채널 제공
‘편 먹고 갈래요? 밥블레스 2’. 사진=Olive 채널 제공

 

누구에게나 하루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하나정도는 있다. 누군가는 취미에 몰두하고, 누군가는 알코올의 힘을 빌리고, 누군가는 잠으로 고된 하루를 빨리 끝내려고 한다. 가장 손 쉬운 방법은 웃기기로 작정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를 맡긴 채 불쾌한 감정을 씻어내는 것이다. 현재 Olive 채널에서 방송 중인 ‘편 먹고 갈래요? 밥블레스 2’(이하 ‘밥블2’로 지칭)는 요즘 소위 잘나가는 개그우먼들을 한데 모아 의미있는 장소에서(보통은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이다) 매회 ‘인생 언니’로 명명된 여성 게스트들이 출연해 함께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중간에 시청자의 사연을 소개하고 해결안도 제시하는 토크쇼다. 수많은 지적에도 여전히 남성 중심인 ‘남초’ 예능계에서 호스트와 게스트가 모두 여성으로 이루어진 드문 사례이다.

‘밥블2’는 여성 중심의 출연진과 주제로 남성 중심의 기존 예능과 차별화된다. 매회 방송 초반에는 ‘인생 언니’라 소개된 여성 게스트의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후반에는 소소하지만 혼자 끙끙 앓게 되는 시청자들의 사연이 소개되고, 출연진들은 저마다의 경험을 녹여낸 위로와 공감,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이때 맛있는 음식들이 곁들어지고 시청자에게 힐링 푸드 추천도 빠지지 않는다. ‘인생 언니’라 소개된 그날의 게스트와 여성만으로 구성된 호스트라는 여성 출연자들이 여성의 경험과 관심사로 여성 시청자들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다.

남성들로 가득 찬 예능의 운동장에 여성들이 고정 출연자로 합류하여 여성 자체의 수를 늘리는 것은 오랫동안 기울어진 예능계의 젠더적인 균형을 맞춰가는 첫 걸음이다. 남성이 고정 출연자로 등장하는 프로그램들이 강세인 가운데 ‘라디오스타’의 안영미와 ‘런닝맨’의 전소민의 합류, 그리고 모든 고정 출연진이 여성들로 구성된 ‘비디오스타’가 그러하다. 그럼에도 힘과 경쟁이 강조되는 남성 중심의 서사와 남성을 선호하는 예능계에서 수적 열세에 놓인 여성 연예인들의 위치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이점에서 ‘밥블2’는 여성 예능인을 전진 배치해 예능계의 성차별적 기울기가 조금은 완만해지는데 기여한다. 비혼의 개그우먼 4명이 합을 맞추지만 선후배 간 위계 구조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오히려 대선배인 송은이가 후배들에게 ‘몰이’를 당하며 억울해하는 모습들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이들의 진행은 상대의 말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공감과 소통이다. 서로 간에 약점을 들춰내고 타인을 비하하는 식의 웃음거리를 찾지 않는다. 게스트와 고정 출연진, 그리고 사연 제공자 사이에 정서적인 연대와 수평적인 관계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차별화된 방식은 여성의 재현과 서사에 있어 젠더적 관점을 지닌 여성주의적 예능의 장점을 보여준다.

미디어의 트랜드가 먹방과 힐링의 추세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밥블2’는 볼거리로서 음식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사연자의 고민이 출연진들의 상황극으로 재연되면서 자칫 문제가 희화화/사소화되는 문제점을 지닌다. 고민의 해결책도 응원 메시지나 단순한 방안 제시에 머무르는 경우도 빈번하다. 여성 시청자들이 털어놓은 문제를 야기한 구조적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다. 예능/토크쇼라는 장르적 한계로 인한 것이다, 초대된 게스트가 가진 인생 언니의 상징성과 전문적인 지식, 경험을 바탕으로 사연이 지닌 배경을 바라볼 수 있는 인식을 더한다면, 여성들이 알려주는 맛집 정보 프로그램으로 전락하지 않을 것이다. 첫 숟가락에 배부를 수 없지만 ‘밥블2’가 독립적이며 주체적인 여성들이 자신들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정서적인 연대를 가능케하는 여성주의적 서사와 재현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필자: 김은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 이화여대 언론학박사이며, 트랜스미디어스토리텔링과젠더에 관심을 두고 다수의 영상문화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필자: 김은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 이화여대 언론학박사이며, 트랜스미디어스토리텔링과젠더에 관심을 두고 다수의 영상문화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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