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출신 지자체장 성폭력 논란 속
‘성평등 상임위’ 여가위 통폐합 추진
‘일하는 국회법’ 법안에 포함시켜
여성단체 “정치에서 여성/젠더의제
지우려는 작업을 중단하라” 촉구

국회 본청에 위치한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장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실의 모습. ⓒ여성신문

 

더불어민주당이 ‘성평등 상임위’로 불리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이하 여가위)의 통·폐합을 추진해 논란이다. 여당 출신 지자체장이 성폭력 혐의로 잇따라 사퇴하거나 처벌받은 상황에서 국회 내에서 유일하게 젠더문제를 다룰 수 있는 여가위를 없애자는 주장에 대한 비판이 잇따른다.

민주당은 1호 당론으로 추진 중인 ‘일하는 국회법’의 일환으로 여가위 통폐합을 추진 중이다. 민주당 일하는국회추진단장 한정애 의원과 간사인 조승래 의원이 주도한 이 법은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국회법 개정안), ‘입법조사처법 일부개정법률안’, ‘국정감사 및 국정조사에 관한 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3개 법안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여가위 폐지는 김태년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하고 의원 176인이 참여한 국회법 개정안에 포함돼 있다.

민주당은 ‘효율화’를 내세워 여가위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국회법이 통과되면 매달 상임위 회의를 최소 4회 이상 열어야 하기 때문에, 겸임 상임위인 여가위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겸임위인 탓에 여가위 회의가 제대로 열리지 못한 점을 들어 추진단은 문화체육관광여성가족위원회를 구성해 젠더 현안 등을 상시 논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994년 ‘여성특별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여가위는 ‘여성정책의 기획·종합 및 여성의 권익증진 등 지위향상 업무’(정부조직법 제36조)를 관장하는 여성가족부를 견제하고 성평등 정책 실현을 위한 중요한 입법기관이다.

정치·사회적 중요도는 크지만 정작 국회에서는 ‘찬밥 상임위’ 취급을 받는다. 다른 상임위와 중복해서 맡는 겸임위인데다 여가부 예산(2020년 1조1264억원)이 정부 전체 예산의 0.21% 정도로 가장 적다. 정책에 대한 ‘백래시’(Backlash·반발 심리)도 커 열심히 일한 위원이 오히려 비난을 받기도 한다.

지난 2016년 5월 20대 국회 원구성을 앞두고도 비슷한 이유로 여가위를 안전행정위원회와 통폐합하자는 의견이 나왔으나 무산됐다.

민주당의 여가위 폐지 추진에 대해 여성단체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단체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를 비롯해 오거돈 전 부산시장,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까지 성폭력 혐의를 받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앞장서 여가위 폐지에 나서는 행태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보이고 있는 행태는 과거의 미래통합당보다 더 퇴행적"이라고 비판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20일 성명을 내고 “국회에서 최소한으로 젠더문제를 다룰 수 있는 여가위를 없애자는 발상은 세월호 사건 이후 해경 해체 발상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반문했다.

단체는 “여가위가 단독 상임위로 격상돼도 모자랄 판에 여가위를 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 편입시키면 여성/젠더 의제에 대해 관심을 가질 의원이 얼마나 있겠느냐”면서 “국회의원 다수가 성인지 관점을 결여한 상황에서 유일하게 여성/젠더 의제를 다루는 여가위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여성/젠더문제를 국회 논의 테이블에서 지워버리겠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여가위를 폐지하는 것은 여성의 목소리를 지우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 사회에서 배제되고 차별받고 소외되고 있는 수많은 정치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함께 지우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추진하는 여가위 폐지는 여성시민들에게는 ‘일하는 국회’가 아닌 ‘일하지 않는 국회’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것이(여가위 폐지가) 당론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된다면, 민주당은 여성시민을 대표할 자격도 정치할 자격도 없다”면서 “정치에서 여성/젠더의제를 지우려는 작업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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