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여성노동조합 신고 사례
8일 인권위 차별 시정 권고 내려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전국여성노동조합은 '게임업계 페미니즘 사상검증, 명백한 인권 침해이다' 기자회견을 열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홍수형 기자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전국여성노동조합은 '게임업계 페미니즘 사상검증, 명백한 인권 침해이다' 기자회견을 열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홍수형 기자

게임업계 '페미니즘 사상검증'으로 해고 등 부당한 대우를 당한 여성 노동자가 최소 14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여성노동조합은 2016년 이후 게임업계에서 여성인권과 관련한 지지의사를 표명했다가 부당한 대우를 당한 여성 노동자가 최소 14명에 달한다고 18일 밝혔다. 업무 분야는 성우, 일러스트레이터, 캐스터, 보컬리스트, 번역자 등 전 영역에 걸쳤다.

게임업계에서의 페미니즘 사상검증은 지난 2016년 7월 넥슨이 자사 게임 캐릭터 성우가 페미니즘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렸다는 이유로 교체한 이후 근절되지 않고 있다. 노동자의 사상을 검증하고 때에 따라 고용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인권의 침해이며 동시에 노동권 침해기 때문에 해고 구제 신청 사유다.

지난 14일 전국여성노동조합 등 30여개 단체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페미니즘 사상 검증을 시정하도록 권고한 인권위의 결정을 게임업체가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8일 “게임업계 내 여성 혐오 및 차별적 관행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관련한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업체 등에 구체적 개선 노력을 권고했다. 인권위의 조사에서 일부 게임사는 “이용자들의 사상 검증 요구가 작업물 교체 이유였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알려진 게임업계의 페미니즘 사상검증은 이용자의 요구에 따른 바가 많다. 최소 14명으로 알려진 불이익을 경험한 여성 노동자들은 이들의 SNS를 뒤진 이용자들이 집단으로 항의하고 이를 업체가 받아들인 케이스다.

지난해 1월 티키타카 스튜디오는 축전 일러스트를 작업한 A씨의 작업물을 삭제했다. A씨가 SNS에 남성에 대한 불평과 여성인권에 관한 의견을 표명했음을 발견한 이용자들이 제작사 측의 적극적인 대응을 집단으로 요구했기 때문이다. 당시 티키타카 스튜디오는 “일러스트 외주 전에 사회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작가님들의 리스트를 먼저 찾고 그 작가님들을 제외하고 섭외를 하였는데”라고 밝히며 게임업계 내 공공연한 페미니스트 여성에 대한 블랙리스트가 존재를 확인시켰다.

그러나 게임업계의 사상검증에 대한 문제는 더 교묘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채용을 위한 면접에서 여성인권과 관련된 질문을 한다거나 외주 작가 섭외를 위한 사전 조사 때 작가의 SNS를 먼저 살펴 검증한다는 것이다. 이탓에 불이익을 당했지만 정작 당사자가 모르는 경우도 비일비재할 것이라고 말한다.

페미니즘 사상 검증은 심지어 게임의 홍보 요소가 되기도 한다. IMC게임즈 김학교 대표는 게임 개발에 참여한 여성 원화가가 페미니스트로 의심된다는 제보를 받자 원화가를 불러 “여성민우회 계정 팔로우는 왜 했는가” 등 사상검증을 한 후 공개했다. 원화가의 실명과 면담 내용을 전부 공개한 김 대표의 행동은 남성 이용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이른바 ‘클린 게임’ 모범사례로 불렸다.

지난 3월 클로버 게임사는 이용자들이 여성 원화가에 대한 사상검증을 요구하자 “문의하신 내용은 게임과 관련된 문의가 아니라 각 개인의 사상과 관련한 내용으로 파악돼 공식적인 답변이 어렵다. 특정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혐오에 일체 반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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