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기자회견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장에서 열린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위력에 의한 비서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열렸다. 피해자 A씨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박원순 전 시장이 A씨를 텔레그램에 비밀대화방에 초대한 메시지 내역을 들어보이고 있다. ©여성신문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장에서 열린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위력에 의한 비서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열렸다. 피해자 A씨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박원순 전 시장이 A씨를 텔레그램에 비밀대화방에 초대한 메시지 내역을 들어보이고 있다. ©여성신문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A씨가 “많은 분들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망설였다”면서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고 호소했다.

A씨는 13일 오후 2시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고소한 배경과 현재 심경을 밝혔다. A씨는 이날 기자회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입장문은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대독했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번 사건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위력에 의한 비서 성추행 사건’으로 명명하고 진상 규명과 피해자 보호를 위해 연대한다고 밝혔다.

A씨는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박 전 시장)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의 존엄성을 해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놓았다”며 “‘죽음’ 두 글자는 제가 그토록 괴로웠던 시간에도 입에 담지 못했던 단어다. 그래서 너무나 실망스럽다”고 했다.

다음은 피해자 A씨의 글 전문.  

13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위력에 의한 비서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피해자 A씨의 글 전문. ©여성신문
13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위력에 의한 비서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피해자 A씨의 글 전문. ©여성신문

손바닥으로 하늘 가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미련했습니다. 너무 후회스럽습니다. 맞습니다.

처음 그때 저는 소리 질렀어야 하며 울부짖었어야 하고 신고했어야 마땅했습니다.

그랬다면 지금의 제가 자책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수없이 후회했습니다.

긴 침묵의 시간 홀로 많이 힘들고 아팠습니다.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습니다. 안전한 법정에서 그 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지르고 싶었습니다. 힘들다고 울부짖고 싶었습니다. 용서하고 싶었습니다.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 받은 날,

저의 존엄성 해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성을 내려놓았습니다.

죽음, 두 글자는 제가 그토록 괴로웠던 시간에도 입에 담지 못한 단어입니다.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너무 실망스럽습니다. 아직도 믿고 싶지 않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많은 분들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50만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제가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숨이 막히도록 합니다.

진실의 왜곡과 추측이 난무한 세상을 향해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들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하지만 저는 사람입니다. 저는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저와 제 가족의 보통의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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