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해시태그 운동 활발해지자
한국 여성·사회단체 지원 나선 트위터
여성·소수자 이슈 플랫폼 되면서
2019 4분기까지 9분기 연속 흑자
불법 성착취물·낙태약·성매매 등
홍보·거래에도 쉽게 악용돼
“플랫폼 악용하면 처벌...
디지털 문해력 교육 성교육도 필요”

ⓒ트위터코리아 제공
‘140자 텍스트로 세상과 소통하는 플랫폼’ 트위터는 지금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페미니즘 공론장이다. 트위터코리아도 이런 흐름에 주목해 2018년부터 한국여성의전화 등 다양한 여성단체들을 지원하며, 3·8 세계여성의날마다 여성 오피니언 리더들과 라이브 방송이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윤채은 트위터코리아 공공정책 담당 상무(맨 왼쪽)는 “트위터는 사회에서 말할 수 없던 여성 이슈를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해 왔다”고 말한다. ⓒ트위터코리아 제공

 

2015년 #나는_페미니스트입니다 해시태그 운동, 2016년 #○○_내_성폭력 고발운동, 2017~2018년 #미투(MeToo) 운동, 최근 텔레그램 집단 성착취 공론화와 엄벌 촉구 해시태그 운동, 법원의 손정우 미국 송환 불허 결정을 규탄하는 #사법부도_공범이다 해시태그 운동....

트위터는 지금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페미니즘 공론장이다. 지난 5년간 다양한 페미니즘과 소수자 관련 의제가 트위터 플랫폼을 통해서 생성, 토론, 확산돼 한국 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데 기여했다. 2018년 한국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사회 분야 키워드 1~4위(스쿨미투, 페미니즘, 몰카, 혐오)는 모두 페미니즘 키워드였다. 2019년에도 김지영, 페미니즘 등이 가장 많이 언급된 사회 분야 키워드로 꼽혔다.

2018년 4월 신설된 트위터코리아 정책실은 이런 흐름에 주목했다. 윤채은 트위터코리아 공공정책 담당 상무(당시 정책실장)는 여성신문에 “트위터는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고, 사회에서는 말할 수 없던 여성 관련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해 왔다. 한국 여성들은 트위터에서 가명과 익명성을 이용해 미투, 스쿨미투, 낙태죄 폐지, 탈코르셋 운동 등에 적극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8년, 2019년 한국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사회 분야 키워드. 페미니즘 관련 키워드가 빠지지 않았다. ⓒ트위터코리아
2018년, 2019년 한국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사회 분야 키워드. 페미니즘 관련 키워드가 빠지지 않았다. ⓒ트위터코리아

트위터가 한국 여성단체들을 지원해온 배경이다. 트위터는 사회운동단체 지원 캠페인 ‘#CampaignforChange’의 첫 주제로 ‘여권 신장 (Women’s Empowerment)’을 선정했다. 2018년과 2019년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에 온라인 광고비를 지원했다. 지난해 12월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들을 싱가포르 트위터 아태 본부에 초대해 캠페인 워크숍을 열었다. 항공료, 광고비 등 총 6만 달러(약 7000만원)씩 지원했다.

트위터는 올해 3·8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여성단체들과 지난 3∼4월 동안 성평등 캠페인을 펼쳤다. 가정폭력 인식개선 캠페인 #딸들에게장미를(한국여성의전화), 국회와 정부의 여성 대표성을 높이자는 캠페인 #SeatForWomen(한국여성단체연합)이다. 2018년, 2019년엔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백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김문민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상임대표 등 여성 오피니언 리더들과 트위터 유저들이 소통하는 라이브 방송도 진행했다. 

지난 5월엔 젠더폭력 피해자를 돕기 위한 기능을 도입했다. 트위터에서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불법촬영’ 등 키워드를 검색하면 한국여성인권진흥원과 한국여성의전화 핫라인 안내가 뜬다. ‘#ThereIsHelp’ 알림 서비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 젠더폭력 증가 문제에 대응하고자, 한국·인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태국·싱가포르·베트남 8개국에서 이 서비스를 도입했다. 곧 아태 전역에 제공할 계획이다.

트위터가 지난 5월 26일부터 도입한 ‘#ThereIsHelp’ 알림 서비스. ⓒ트위터 캡처
트위터가 지난 5월 26일부터 도입한 ‘#ThereIsHelp’ 알림 서비스. ⓒ트위터 캡처

여성·소수자 이슈 플랫폼 되면서
2019 4분기까지 9분기 연속 흑자

이렇게 여성 등 소수자 이슈를 지원하는 전략이 성공하면서 트위터의 영업실적이 개선됐다는 분석도 있다. 트위터는 2011년 1억 2830만원 적자를 기록한 이래 마이너스 실적 행진을 이어가다가, 2017년 4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섰고, 2019년엔 14억 6565만원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4분기까지 9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잭 도시 트위터 CEO도 트위터와 한국 내 페미니즘 운동에 관심을 보이고 지지 발언을 했다. 지난해 3월 방한한 그는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청소년페미니즘활동가 양지혜 씨, IT 시민단체 오픈넷, 한국생명의전화 등 시민사회 운동가들을 만나 “우리가 (스쿨미투 같은) 활동에 공헌할 수 있었다면 감사하다”며 “트위터상의 모든 데이터를 공공을 위한 연구에 제공하고, 통찰력 있는 정보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일탈계에 성착취 원인을 돌리는 것은 ‘짧은 치마가 강간을 유발한다’는 말과 다름없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일부 여성이 일탈계로 빠지고, 쉬운 성착취 표적이 되는 원인을 살펴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여성신문
트위터 등 SNS에서 ‘일탈계’를 운영하는 청소년과 여성 대상 성폭력 범죄 피해가 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여성신문

불법 성착취물·낙태약·성매매 등
홍보·거래에도 쉽게 악용돼
트위터코리아 측 “플랫폼 악용하면 처벌 가능...
디지털 문해력 교육·성교육도 필요”

여러 긍정적 잠재력을 지닌 플랫폼이지만, 동시에 트위터는 불법 성착취물, 임신중지 약물, 성매매 등의 손쉬운 홍보·거래 수단으로 악용되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관련 광고 트윗이 넘쳐나다 보니 종종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상위권에 불법 임신중지 약물, 성매매, 도박 광고 키워드가 오를 정도다. 최근에는 1020 트위터 유저들을 중심으로 한 ‘일탈계’ 운영 등 성적인 콘텐츠 유포 문제가 대두됐다. 누구나 별도의 인증 절차 없이 이러한 게시물을 올리거나 접할 수 있다 보니 성범죄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관련기사▶ 노출 사진 올리는 SNS ‘일탈계’… 성폭력 범죄 표적 www.womennews.co.kr/news/192678)

트위터는 “불법 성착취물과 욕설·인신공격 등의 50%는 트위터 이용자 신고에 의존하지 않고 머신러닝, Ai 등의 기술을 활용해 처리하고 있다. 관련 계정들을 임시/영구 정지하거나, 성착취 피해 사진/영상물 삭제를 지원하는 등의 조처를 하고 있”다지만, ‘더 책임 있는 조처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윤 상무는 “성매매 및 음란물에 대한 지적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나, 이는 트위터만의 문제가 아닌 온라인 플랫폼과 인터넷 전반의 문제임을 잘 아시리라 믿는다”며 “트위터에서 불법 성매매 관련 컨텐츠를 100% 삭제된다고 하면 성범죄가 사라질까? 다른 온라인 플랫폼으로 옮겨가거나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위터에 불법촬영물 등을 올리면 처벌을 받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트위터는 플랫폼을 악용하는 세력에 대항해 경찰청,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의 삭제 및 정보 제공 요청에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21세기에 적합한 디지털 문해력(Digital Literacy) 교육과 성교육도 필요하다”며, 트위터도 UNESCO 본부의 파트너십, 국내 대학에서 연 디지털 시민성 특강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상무는 “트위터는 (젠더폭력 관련) 보다 강한 처벌과 입법·사법 행정 개혁을 요구하는 다양한 여성단체, 시민사회단체들이 목소리를 내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국의 스쿨미투, Black Lives Matter 운동처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트위터에서는 사람들이 글로벌하게 연결되고, 인권 운동을 위해 연대하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으로도 트위터의 선한 영향력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