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손정우 풀어주고
정계는 안희정 위로
여성들 “강간문화 용인하는
백래시 용납 못해”
대법관 자질 검증·
기자회견·1인 시위까지
온라인 넘어 직접 행동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N번방 강력처벌 촉구 시위 'eNd'가 '대한민국 정의란 없다'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들도 참여하는 포스트잇 붙이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N번방 강력처벌 촉구 시위 'eNd'가 '대한민국 정의란 없다'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들도 참여하는 포스트잇 붙이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아동 성착취 범죄자 손정우(24)가 법원으로부터 자유를 선고받은 6일 국가기관인 「대통령 문재인」 「국회의장 박병석」은 성폭행으로 복역 중 모친상으로 귀휴 나온 안희정(55)에게 조화를 보냈다. 성범죄자에 법원은 자유를 주고 정계는 품어주는 사이 성착취 당한 피해자들의 곁에 선 것은 여성들뿐이었다. 여성들은 “남성 강간문화 용인하려는 백래시(backlash), 단죄하겠다”며 행동에 나섰다. 

8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N번방에분노한사람들 등 여성·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는 사회에서 피해자가 어떻게 안심할 수 있는가”라며 사법부를 규탄했다. 이들은 하얀 국화꽃(조화)을 법원에 던지며 “사법정의는 죽었다”고 외쳤다. 6일부터 열리기 시작한 법원 앞 네 번째 기자회견이었다.

재판부에 대한 적극적 문제제기도 시작했다. 재판을 맡았던 서울고법 형사20부 강영수 부장판사가 지난달 신임 대법관 후보에 올랐음이 알려지자 그를 자격 박탈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동의 청원이 8일 현재 게시 38시간만에 41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더 나아가 신임 대법관 후보 30명 전체를 검증하겠다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검증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후보들의 성범죄 판결을 찾아는 방식이다. 벌써 30대 남성에게 10세 여아를 성착취 한 사건을 두고 강간이 아니라고 판결한 한규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등이 ‘낙마’ 후보로 등장했다.

후보 검증을 제안한 권김현영 한국예술종합학교 객원교수는 사실관계 미비 등으로 무죄 등을 선고하거나 한 경우는 제외한다며 “판결에서 명백하게 성인지 감수성 없음이 드러나는 경우만 추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제안이 호응을 얻는 것은)그동안 문제적 판결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있었고 사람들이 집회를 하거나 항의를 했음에도 그런 방법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의 손정우 미국 송환 불허는 지난 2004년 이래로 결과가 밝혀진 범죄인인도 사건 중 첫 ‘임의적 사유’를 근거로 한 사례다. 범죄인 인도조약은 △정치적 사건 △절대적 사유(범죄 개인성 소명 불가능 등) △임의적 사유 3가지를 들어 불허할 수 있다. 앞서 있었던 4건의 거절 사례는 국제법에 따른 정치범 불인도 원칙에 따른 3건과 범죄 개인성이 소명되지 않아 절대적 사유로 인한 거절 1건이다. 재판부가 밝힌 손정우 불인도 이유는 향후 손정우가 운영했던 ‘웰컴 투 비디오(W2V)’에 대한 “추가 수사에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재판부의 판단과 달리 수사기관은 현재 W2V에 대한 수사를 하고 있지도 않으며 계획된 수사도 없다. 당시 W2V를 수사했던 경찰은 ”구속 시점이 2018년 3월이고 그때 회원 수사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져 모든 피의자를 처벌까지 끝냈다“고 밝혔다.

온라인에서는 케도파일(Kedophile)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한국의 아동 성착취물 제작·유포 처벌실태를 외신에 알리기 위해 익명의 여성들이 연대한 ‘K-Pedophile 총괄’은 코리아(korea)와 소아성애자를 뜻하는 페도파일(Pedophile)을 합성한 케도파일(Kedophile)이라는 단어를 제안했다. 이들은 “아동 성착취와 성폭력에 관대한 한국의 강간문화를 해외에 알리기 위해 모였다”며 추후 모금을 통한 뉴욕 타임스퀘어 등에 광고를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7일 활동을 알리며 시작한 트위터 해시태그 캠페인 ‘#Koreapedophile’ 등은 실시간 트랜드까지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번 손종우 송환 불허와 관련해 나타나는 여성들의 분노와 행동의 이유를 앞선 ‘#○○계_성폭력_공론화’ 운동, #미투 운동, N번방 사건 등에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분석한다. 이들 사건 대부분은 수사·사법기관이나 정부가 발굴해 공론화시키고 해결한 것이 아니라 여성 시민들이 직접 찾아내 공론화하고 처벌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안희정의 유죄판결, N번방 방지법 입법 등이 이루어지며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는데 역행하는 ‘백래시(backlash)’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에 분노하고 행동하는 데에 익숙한 여성들이 행동에 나선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윤김지영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백래시는 사회적인 소수자들이 드디어 말하기를 시작해 권리를 주장할 때 일어나는 기득권의 구조적인 제재나 반발, 반동이 격화되는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손정우와 W2V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전세계의 아동 인권에 관련된 문제다. 손종우의 인도 불허는 디지털 성폭력의 메커니즘을 이해 못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손정우에 대한 미국 송환을 대법원이 재판단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될 ‘범죄인인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발의안은 현재 단심제로 이루어지는 범죄인 인도 심사결정을 대법원에 재항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시행일을 2019년 1월1일로 소급적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