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범죄자’ 모친상에 공개 위로한 유력 정치인들과 청와대
‘성폭력 범죄자’ 모친상에 공개 위로한 유력 정치인들과 청와대
  • 김서현 기자
  • 승인 2020.07.07 11:13
  • 수정 2020-07-07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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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로 복역 중인 안희정
모친상으로 5일 형집행정지
여권 유력 정치인들 대거 조문
형집행정지로 일시적으로 석방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모친의 빈소에서 조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형집행정지로 일시적으로 석방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모친의 빈소에서 조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수행 비서에 위력을 이용한 성폭행을 수차례 저지른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모친상에 청와대를 비롯해 여권 유력 정치인들이 조화를 보내고 공개적인 조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성폭력을 ‘어려운 사정’이라고 하거나 민주화 운동으로 인한 징역살이와 비교하고 정부나 정당의 이름으로 조화 등을 보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정치인의 잇따른 공개 조문에 안 전 지사가 가진 위력의 건재함을 재확인했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광주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5일 늦은 오후 모친상으로 당국의 형 집행정지 및 귀휴 조치에 들어갔다. 빈소는 서울대 장례식장에 차려졌으며 안 전 지사는 상주로 빈소를 지키고 있다. 곧바로 해당 빈소에는 여권 유력 정치인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이들의 발언과 행동을 두고 성폭력 피해자의 상황을 전혀 이해도 배려도 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 여성 근로자 페미니스트 모임인 국회페미는 5일 성명을 내고 “오랫동안 함께 일한 동료의 모친상을 개인적으로 찾아 슬픔을 나누는 것은 당연한 도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나 안희정씨는 더 이상 충남도지사가 아니다”라며 “정부의 이름으로, 정당의 이름으로, 부처의 이름으로 조의를 표해선 안 된다. 조화와 조기의 설치 비용은 국민 혈세나 후원금으로 치러졌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안 전 지사의 모친상에 국민 세금 또는 후원금으로 설치된 조화와 조기를 모두 개인 비용으로 전환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정의당도 논평을 내고 “안 전 지사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로 대법원에서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며 “정치 권력을 가진 이는 모두가 책임을 통감했고 민주당 역시 반성의 의지를 표했는데 오늘의 행태는 정말 책임을 통감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화를 보낸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그냥 사적으로 조의를 전하는 것이야 뭐라 할 수 없겠지만 어떻게 성추행범에게 ‘대통령’이라는 공식직함이 적힌 조화를 보낼 수 있는지”라며 “대통령이 위로할 사람은 안희정이 아니라 그에게 성추행을 당한 김지은씨다. 김지은씨가 ‘대통령 문재인’이라 적힌 그 조화를 보면 마음이 어떻겠냐. 철학이 없는 것이야 그렇다 쳐도 최소한 개념은 있어야 할 것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한 누리꾼은 트위터에 “낯짝이 있었으면 조화 거절하고 가족장 했을 텐데 공개 장례식한 것은 경조비 땡기고 자기가 보유한 영향력 과시하려는 건데 욕밖에 할 말이 없다”고 비판해 5000회에 달하는 리트윗(공유)를 받았다. 또 다른 누리꾼은 “피해자는 루머에 시달리고 건강이 나빠지고 일을 못했으니 금전적 손해도 입었는데 가해자는 여전히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재기를 준비하고 있는 걸 보면 마음이 무너진다”고 비판했다. 

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의한 직장 성폭력 사건 2심 선고 대응 기자회견’이 열려 참석자들이 유죄판결을 환영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019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의한 직장 성폭력 사건 2심 선고 대응 기자회견’이 열려 참석자들이 유죄판결을 환영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 여성신문 

 

5일 빈소를 찾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통일부 장관 후보자)은 “우리 아버지도 내가 징역살이 중에 돌아가셨다.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고 김부겸 전 의원은 “(안 전 지사가)여러가지로 어려운 사정인데 이런 일까지 당했으니 당연히 와야 한다. 서로 격려와 위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징역살이'는 1987년 6월 항쟁 당시 고려대 총학생회장으로 직선제 개헌운동을 주도하던 중 있었던 사실이다.

이밖에도 안 전 지사의 빈소에는 문재인 대통령, 박병석 국회의장, 민주당 이해찬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고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보낸 조화가 놓여 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조화 문구를 보냈으며 이재명 경기지사, 김경수 경남지사, 이시종 충북지사, 양승조 충남지사는 조기를 보냈다.

정세균 총리와 박원순 서울시장, 김경수 경남지사, 이낙연 의원, 박영선 중기부 장관 등도 빈소를 직접 찾았으며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는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5분간 짧은 조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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