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3차 미국인도청구심사 심문기일
손씨 아버지 "컴퓨터 못 하게 하겠다"

'다크웹'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수천여개를 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 씨의 범죄인인도심사 2차 심문기일이 열린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내 중계법정에서 취재진이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다크웹'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수천여개를 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 씨의 범죄인인도심사 2차 심문기일이 열린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내 중계법정에서 취재진이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세계 최대의 아동 성착취 다크웹 ‘웰컴 투 비디오(W3V)’를 운영한 손정우(24)의 미국 송환이 기각됐다. 재판부가 밝힌 사유는 한국에서의 추가적인 해당 사이트 회원 추적을 위함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0부(강영수 부장판사)는 6일 오전 10시 손정우에 대한 범죄인 인도청구 심사 3차 심문기일을 열고 손정우에 대한 송환을 기각했다.

이날 재판부는 앞서 손정우 측에서 주장했던 미국 송환 불허에 대해서는 반박했다.

손정우 측은 △국내에 서버를 두고 일어난 범죄로 미국에서 처벌하는 것은 속인주의·속지주의에 어긋남 △미국에서 인도청구한 자금세탁 혐의(범죄수익은닉죄)는 검찰 측에서 이미 무죄 확정한 것 등의 논리를 펴며 인도 청구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네트워크를 기반하는 범죄의 특성을 살펴야 한다”며 “국적, 소재지, 암호화폐 거래소 소재지 등 다크웹에는 어느 곳에서나 들어갈 수 있으므로 전통적 범죄나 대면범죄와 달리 네트워크를 이용한 범죄는 범죄인 인도여부를 좌우할 결정적 문제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지대한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아동 성착취 범죄가 반인륜적이고 극악한 범죄임에도 범죄인에 대해 국민의 법감정에 부합하도록 실효적인 형사처벌이 그동안 이루어지지 못 해서다”라며 “사건 재판 과정에서 범죄인을 미국으로 보내 더 엄중한 형사 처벌이 가능한 곳으로 보내는 게 인도조약 취지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범죄인의 국적을 가진 한국 또한 주도적인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며 “앞으로 세계적 규모의 아동 이용 음란물 다크웹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회원에 대한 수사가 필요할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운영자를 신병확보 해야 하는 점, 범죄 수사를 국내서 엄중히 해 아동 성착취 범죄에 경종을 울리고 재발 방지를 기해야 하는 점에서 미국 송환을 불허한다”고 밝혔다.

손정우는 검은 티셔츠를 베이지색 수의 안에 입고 들어와 내내 몸을 숙이고 있었으나 재판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흐느껴 울었다.

손정우의 아버지 손모씨는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말에 “디지털 범죄가 이루어진 것은 다른 것 없이 컴퓨터만 하고 자랐기 때문이기에 컴퓨터를 못 하게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서현 기자
손정우의 아버지 손모씨는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말에 “디지털 범죄가 이루어진 것은 다른 것 없이 컴퓨터만 하고 자랐기 때문이기에 컴퓨터를 못 하게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서현 기자

 

재판이 끝나고 취재진 앞에 선 손정우의 아버지 손모씨는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말에 “디지털 범죄가 이루어진 것은 다른 것 없이 컴퓨터만 하고 자랐기 때문이기에 컴퓨터를 못 하게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여타 범죄의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손정우의 송환심사 결과를 지켜본 여성단체 회원들은 말을 채 잇지 못 했다. 이들은 송환 심사가 열리기 전 고등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손정우의 송환을 요구했다.

손정우는 2015년부터 2018년 3월까지 ‘웰컴 투 비디오’를 운영하며 생후 6개월 영아를 비롯한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을 공유하고 유포했으며 제작을 격려했다. 국제공조 수사를 통해 밝혀진 손씨가 소지한 아동음란물의 개수는 약 20만 개, 총 8테라바이트 분량이다. 아울러 당시 공조 수사를 통해 구출 된 실제 성착취 피해 아동의 수는 23명이다.

검거 된 후 손씨는 아동성착취 영상 유포 등 혐의로 2018년부터 지난 4월까지 징역 1년6개월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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