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아 기자, Openclipart
ⓒ이세아 기자, Openclipart

 

1. 여성의 자위는 비정상적이다?

자위는 젠더를 떠나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행위다. 여성신문·우머나이저의 설문조사에서도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 2402명 중 97.1%(2333명)가 자위를 해봤다고 답했다.

인간은 성장하면서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몸과 성에 호기심을 느끼고 표현하기 시작한다. 영유아도 자위행위를 한다. 2017년 국내 어린이집·유치원 418개 학급 교사들에게 물어보니, 24.9%(104곳)에서 자위하는 영유아가 발견됐다. 총 133명이었으며 여아가 60.2%로 더 많았고, 약 80%는 만 3세 이하였다(이아현, 『어린이집·유치원 영유아의 자위행위 실태와 교사의 인식 및 대처반응』, 명지대 일반대학원 아동학과 석사논문, 2018).

윤정원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기획운영위원(산부인과 전문의)은 “영아기에는 자신의 코, 귀, 손가락을 인지하듯 성기를 인지하고, 성기를 만질 때 쾌감이 있으면 반복할 수 있다. 특히 배변훈련을 하는 3세경에는 자기 성기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성적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단순히 자극-반응 회로에 가깝다. 사회화 과정에서 ‘공공장소에서는 성기를 만지면 안 된다’고 배우면서 ‘덜 하는 것처럼 보일’뿐, 우리 몸은 자극과 반응, 쾌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성교육학자 베르거는 유아가 △신체에 대한 호기심 △스킨십 △자위행위를 통한 성기의 만족을 통해 부모, 교사, 친구들과 교감하고 정서적 만족을 느낀다고 봤다. 그러므로 어른이 유아에게 제대로 성교육을 하지 않고 무작정 성생활을 금기시할 경우, 아이는 정서적 불만과 결핍으로 혼란을 겪으며 성에 대해서도 이중적 태도를 지니게 된다고 베르거는 말했다.

 

2. 자위하면 성감이 무뎌진다?

자위를 많이 하면 성감이 무뎌지지 않냐고 묻는 여성들이 많다. 전문가들은 질문을 바꿔보라고 조언한다. ‘어떻게 하면 오르가슴을 더 잘 느낄 수 있을까?’ 

자위행위는 크고 강력한 오르가슴을 느끼는 법을 터득하는 데 효과적인 훈련이다. 내가 어떤 분위기에서, 어느 부위를 어떻게 자극할 때 가장 만족스러운지, 어떤 방식에 거부감을 느끼는지를 깨달을 수 있다. 혼자서도 손쉽게 쾌감을 느낄 수 있고, 성병 등에 걸릴 염려가 없는 것도 장점이다. 김 원장은 “성 불감증을 겪는 여성에게 손이나 바이브레이터를 사용한 자위를 통해 성감을 일깨우는 치료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여성의 자위는 여성의 주체성과 자율성의 상징이기도 하다. 내가 원할 때 나의 욕구를 가장 안전하고 즐거운 방식으로 해소하는 방법이자, 2020년이지만 여전히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여성의 몸과 성’에 관해 알아가는 소중한 배움의 과정이다.

‘자위할 땐 좋은데 섹스할 땐 별로’라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만족스러운 자위를 해본 여성들은 ‘남성이 여성의 질에 페니스를 삽입해 자극함으로써 쾌감을 얻는다’는 오래된 섹스 공식이 남성 중심적이며 현실과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10~90대 여성 10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삽입 섹스로 오르가슴을 느끼는 여성은 18%뿐이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미국 인디애나대와 여성의 성적 즐거움을 연구하는 모임 ‘OMGYes’의 2017년 공동 연구). 여성신문·우머나이저의 설문조사에서도 많은 여성들이 같은 이유로 삽입 자극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윤정원 위원은 “자위는 ‘(남성과 하는) 삽입 섹스의 대체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질 오르가슴보다 클리토리스 오르가슴이 더 강렬하다면 삽입 섹스에 의미를 덜 부여할 수도 있다”고 했다.

 

3. ‘적당한’ 자위 횟수는 몇 번?

자위에는 ‘정답’이 없다. 개인차가 있어서 ‘적당한’ 자위 횟수를 정의하기도 어렵다. 기본적으로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고 피곤하지 않은 정도가 가장 적정한 수준이다. 물론 자위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도 완벽하게 정상이다.

‘나는 자위 중독인가’ 고민하는 여성들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자주 한다는 것만으로 ‘중독’으로 보기는 어렵다. 김정연 지인산부인과 원장은 “자위 중독이라는 것은 자위를 하는 것 때문에 일상적인 일을 하지 못하거나 경제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며 “본인이 자제할 수 있는 정도라면 중독으로 볼 수 없고, 매일 자위를 한다고 해도 크게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성의 자위행위라고 하면 흔히 클리토리스를 손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방식, 바이브레이터 등으로 음부 전체를 자극하는 방식, 손가락이나 기구를 질이나 항문에 삽입하는 방식에 관한 정보가 대부분이기는 하다. 하지만 나의 몸을 탐구하고 즐거움을 느끼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나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는 방법이 아니라면 무엇이든 해보라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라고 자위를 해본 여성들은 적극 권했다.

 

4. 여성이 자위하면 생식기 모양/색이 변한다?

자위행위는 외음부, 소음순, 대음순, 질의 형태나 색깔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사람마다 성기의 모습도 제각각이다. 우리 몸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외음부와 음순이 커지거나 색이 짙어지는 등의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내 성기가 남들보다 조금 더 거뭇거뭇하거나 음순이 유독 크고 늘어져 보여도 아무 문제 없고, 완벽하게 정상이다.

김 원장은 “날카로운 기구를 사용하거나 소음순, 외음부에 상처가 생기지 않는다면 자위를 많이 하는 것만으로 모양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색이 검어지는 것은 나이가 들면서 멜라닌 색소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5. 자위하면 병에 걸릴 수 있다?

그렇지 않다. 다만 손을 깨끗이 씻지 않고 성기를 만지거나, 더러운 물건을 사용해서 자위할 경우에는 세균에 감염돼 외음부염, 질염이 생길 수 있다. 청결에 유의하고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자위하면 생리통이 덜하다”는 여성들도 있다. 김 원장은 “성관계 시 나오는 옥시토신 등의 호르몬의 영향으로 성관계가 생리통을 줄인다는 보고가 있다. 자위할 때도 마찬가지로 호르몬의 영향으로 생리통이 감소할 수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위와 생리통 완화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려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우머나이저와 생리컵 브랜드 ‘루네뜨’는 최근 글로벌 캠페인 ‘맨스트루베이션(Menstrubation)’을 벌여 전 세계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오르가슴과 생리통의 상관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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