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스토킹 남성 고작 징역 1년6개월... 스토킹 처벌법 필요하다
30년 스토킹 남성 고작 징역 1년6개월... 스토킹 처벌법 필요하다
  • 김서현 기자
  • 승인 2020.07.03 09:05
  • 수정 2020-07-04 2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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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범죄의 예비적 단계 '스토킹'
현행법상 경범죄로 처벌...
노상방뇨와 같은 수준
'스토킹 처벌법' 입법예고에
2200여개 의견 달려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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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법 형사9단독(박수현 판사)은 2일 1991년부터 대학 선배 여성을 스토킹하고 협박한 50대 남성 신모(50)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신씨가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은 그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피해자에게 협박성 문자 메시지를 보내 형법상 협박이 적용된 결과다. 30년간 신씨가 피해자를 쫓아다니며 스토킹 행위를 한 것은 처벌 받지 않았다.

2일 국회 입법예고 시스템에 올라온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에 대한 의견제출이 총 2200여 개의 시민들의 의견으로 마감됐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8명의 발의한 해당 법안은 ‘특정인이 상대방의 동의 없이 생활영역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접근해 괴롭히는 행위’ 등을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쫓아 다니는 등의 스토킹 행위에 대해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내지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하며 반복·흉기소지, 상해 등에 따라 형을 가중한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또한 6월16일 같은 이름의 법안을 발의 했다. 

 

“왜 안 만나줘”...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스토킹 

지난 5월31일 경기도 군포에서는 연인의 이별 통보에 격분한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여성을 살해하고 그의 아버지에게까지 부상을 입혔다. 같은달 4일에는 경남 창원시에서는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40대 남성이 60대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최근 피해자 측의 증언에 따르면 피해자는 살해당하기 전까지 가해자로부터 10년 동안 스토킹에 시달린 것으로 밝혀졌다. 스토킹 행위가 살인으로 이어졌지만 사법당국은 막지 못 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스토킹 범죄는 583건으로, 201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은 건수를 기록했다. 경범죄로 처벌하기 시작한 2013년 312건이던 스토킹 범죄는 2015년 363건, 2018년 544건 등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처벌법이 없고 신고 이후 보복을 두려워 한 피해자들이 신고를 못 했거나 기타 다른 범죄로 처벌 받은 사례는 포함 안돼 실제 스토킹 범죄는 더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처벌법 자체가 유명무실해 검거율도 낮다. 지난해 스토킹 신고(5466건) 대비 경찰 검거율은 11%에 불과했다.

스토킹 처벌법에 대한 필요성은 전문가들과 소수 정치인들로부터 꾸준히 언급됐다. 스토킹 범죄가 강력 범죄의 예비 단계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한민경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스토킹 피해현황과 안전대책의 방향'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 피해가 발생할 위험은 스토킹 피해 경험이 있는 경우 13.266배, 여성인 경우 22.011배, 1인 가구인 경우 4.651배 높아졌다. 앞선 여성 대상 강력 범죄들 또한 ‘배우자’ ‘연인’ 등에 의한 범죄가 압도적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15대 국회였던 1999년 처음 발의된 후 20대 국회까지 총 15개 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현행법상 스토킹 범죄는 경범죄에 해당한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해 만남이나 교제를 요구하는 행위, 반복적으로 따라다니거나 잠복해 기다리는 행위’ 등을 처벌한다. 문제는 처벌 수위가 1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는 공원에 반려견의 대변을 방치하는 행위, 노상방뇨 등과 동일한 수준이다. 예방이나 처벌의 실효성 자체가 없다. 법원의 ‘접근 금지’ 가처분 조치 또한 이를 무시하고 가해자가 들이닥치면 막을 길이 없다.

 

스토킹 처벌법이 무고한 남성들을 괴롭힐 것이다?

국회 입법예고 시스템의 ‘스토킹 처벌법’에 대한 의견란에 제출된 국민 의견은 대부분이 ‘찬성’ 의견이지만 ‘반대’ 의견도 있다.

반대 의견을 밝힌 한 사람은 “성적인 목적이 아닌 구애, 고백, 독촉, 채권추심 등으로 사람을 쫓아가는 행위를 국가 형벌권이 개입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여자랑 귀가하는 길목이 같아 30m만 쫓아가도 여자가 신고하면 남자는 스토킹범이 돼 구치소행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남성 스토킹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한 남초 커뮤니티에 “전여친으로부터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고 글을 올린 한 누리꾼은 이별 후 헤어진 여성이 수차례 자신의 집을 무단으로 침입하고 물건을 가져가는 등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미 교제 기간 수차례 집을 오갔기 때문에 여성의 얼굴을 아는 집주인이 별 의심없이 문을 열어줘 속수무책으로 당했지만 경찰에 신고해도 ‘연인간 일이니 잘 해결해보라’며 돌려보냈다고 호소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일부에서 제기되는 스토킹 처벌법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 교수는 “파트너에 의한 살인 사건의 3,40%는 스토킹 행위가 예비적 단계로 존재한다”며 “스토킹 처벌법은 살인 등 인명피해가 나는 상황을 형사적 개입을 통해 예방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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