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오늘 국회에 ’평등법’ 제정 의견표명
‘평등법’ 주요 내용과 쟁점은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제10차 전원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 의견표명' 안건 의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제10차 전원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 의견표명' 안건 의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발의조차 되지 못한 차별금지법을 이번 국회에서 제정하자는 움직임이 이는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도 오늘 국회에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평등법)을 제정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2006년 인권위가 정부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후 14년 만이다.

인권위 ‘평등법’ 시안 주요 내용은
차별 신고 불이익 주면 손배에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
악의적 차별하면 손해액 3~5배 ‘가중 배상’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차별 시정 의무도 명시

평등법의 ‘차별 사유’로는 성별, 장애, 나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 21개가 명시됐다. 

‘차별 행위’는 직·간접 차별, 괴롭힘, 성희롱, 차별 표시·조장 광고로 규정했다. 차별이나 불이익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눈에 띈다. 차별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기업 등이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줄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고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까지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악의적 차별을 한 행위자는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3~5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가중적 손해배상’ 부과 규정도 있다. 2006년 인권위 안보다 처벌 강도가 세졌다.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차별 시정 의무도 명시했다. 법령을 제·개정하고 정책을 집행할 때 차별 금지 원칙을 지키고, 5년 단위 차별시정 기본계획 등도 수립하도록 규정했다. 재난 상황에서 긴급조처 시행 시 소수자를 차별하지 않고 보호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 이세아 기자
ⓒ 이세아 기자

 

평등법은 여성·성소수자·난민 ‘역차별’법? 
인권위 “아니다...평등은 남의 몫 뺏는 게 아니라 크기를 넓히는 과정”

보수 종교계 등은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의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항목을 두고 “성소수자를 위한 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에 인권위는 “성소수자 정체성 관련 사유만이 아니라, 장애, 나이, 종교, 인종, 학력 등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차별 사유를 포괄하는 것이므로 성소수자만을 위한 법률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평등법은 사회 주류적 경향과 다른 성적지향을 가진 개인, 그리고 생물학적 성별과 다른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의 동등한 주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평등법이 보다 평등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법이라는 점을 호소하고 공감대를 넓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평등법이 여성, 난민·이주민, 동성애자에 특권을 부여해 역차별을 초래”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인권위는 “차별을 시정하고 평등을 실현하려는 노력은 누군가의 몫을 뺏거나 줄이는 것이 아니라 그 크기를 조금씩 넓히는 과정”이라며 “누군가에 대한 차별이 허용된다면, 그것이 내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고 답했다.

14년만에 국회에 ’평등법’ 제정 의견표명
“개별법 있지만 한계…포괄적 법 필요”

인권위는 “평등법 제정은 더 미룰 수 없는 우리 사회 당면 과제”라고 강조했다. 차별금지법이 아닌 ‘평등법’이라고 명명한 이유는 “우리 헌법의 핵심원리이자 국제인권규범이 추구하는 평등권 보장의 근거가 되는 법률 임을 분명히 드러내기 위해서”다.

인권위는 “장애, 성별, 연령, 특정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을 규율하는 개별법이 존재하지만 다양한 차별 현실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차별을 정확히 발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차별 현실을 종합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법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은 여러 국제인권조약 당사국이자 UN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서 평등법 제정 책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인권위는 지적했다.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OECD 회원국 대부분에 이미 평등법이 존재한다. 지난 4월 인권위 인식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8.5%가 평등권 보장을 위한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인권위는 “평등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차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교육, 제도 개선 등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평등법은 무엇이 차별인지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고, 우리사회가 차별을 없애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함께 답을 찾아가는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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