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유치원, 원비 비리 교육청 적발
한 학부모 "식품 폐기처분, 증거인멸" 주장

'햄버거병'에 걸린 아이가 치료받는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경기도 안산의 한 유치원에서 일명 ‘햄버거병’ 증상을 보인 아이들이 14명으로 늘었다. 2년 전 해당 유치원이 당국에 비리로 적발된 적 있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지난 25일 ‘안산 유치원 햄버거병 발병 사태의 피해자 가족’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이 피해 아동과 가족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글쓴이는 “현재 유치원 단체 식중독 사고로 100여 명에 달하는 아이들과 그 가족들이 고통받고 있으며 상태가 심각해 서울 소재 병원으로 분산돼 치료를 받는 아이들과 부모들은 말 그대로 피 말리는 지옥과 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다”라고 적었다.

그는 이 유치원이 이전 원비 사용 문제로 교육청 감사에서 적발돼 시정 명령을 받은 유치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초 역학조사 결과 단순 식중독이 아닌 장 출혈성 대장균에 아이들이 노출됐고 일부 아이들은 영구적 손상이 불가피한 용혈성요독증후군 판정을 받은 상태”라며 “사고가 발생한 지 보름이 지나도록 유치원에선 부모들에게 정확한 원인을 안내하지 못하고 그저 역학조사를 기다리고 있다고만 되풀이하고 있다. 더욱 경악할 내용은 역학조사를 위해 일정 기간 보관해야 하는 음식 재료도 이미 폐기해 과태료 50만원을 처분받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학조사를 위해 반드시 보관해야 하는 음식 재료들을 유치원이 서둘러 폐기처분했는지, 증거 인멸이 아니냐는 것이다.

글쓴이는 이어 “모든 책임을 본인이 지겠다고 한 원장이 지금까지 죄송하다는 전화, 문자 발송 외 사고의 원인 및 후속 조치에 대해 어떤 구체적 연락도 없나”라며 “원장이 관계당국에 보고하면 뭐하나? 아이들의 상태를 안산시청과 관계 당국이 직접 확인해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햄버거병으로 신장 투석을 받는 아이 사진을 공개했다. 혈뇨와 혈변이 계속 나오고 있으며 신장이 망가져 오줌 배출이 안 된다고 했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햄버거병 유발시킨 2년 전 비리 감사 걸린 유치원’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원에 26일 하루 만에 오후 1시 기준 2만8000명 이상 동의를 얻었다. 자신을 안산에 사는 5살 아이를 둔 엄마라고 밝힌 청원인은 “주말 아이가 복통을 호소해 병원을 찾았더니 ‘장 출혈성 대장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원생들이 차츰 늘기 시작했다”고썼다.

이어 “아이들이 혈변을 보기 시작했고 변에서는 알 수 없는 끈적한 점액질도 나왔다. 어떤 아이는 소변조차 볼 수 없게 돼 투석까지 이르게 됐다. 보건소를 통해 그 원인이 유치원이었음을 알게 됐다”며 “현재 이 유치원에 다니는 184명 가운데 구토와 설사, 혈변 증상을 보이는 원생이 99명에 이른다. 햄버거병이라고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청원인은 어떤 음식을 먹여 멀쩡한 아이 몸에 투석까지 하는 일이 발생하느냐며 분노했다. 그는 “유치원은 아파트 앞에서 주마다 열리는 장날 음식을 의심하더라. 유치원 원장은 앞에서는 용서를 구하지만 이런 식으로 책임회피, 책임 전가할 구실만 찾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유치원이 2018년 식사 등 교육목적 외 사용으로 총 8400만원, 2억900여 만원을 교육과 무관한 개인경비로 사용한 이력으로 감사에 걸렸다고 꼬집었다. 이전 원비 사용 문제로 교육청 감사에서 적발돼 시정명령은 받았던 유치원이라는 밝혀 앞서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학부모와 같은 주장을 폈다.

이어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조리 제공한 식품을 144시간 보존 관리해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아 역학 조사 시 원인 규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 유치원에 겨우 50만원 과태료를 부과한 상태”라며 지적했다.

경기도 보건당국은 해당 유치원에서 26일 기준 103명이 식중독 증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입원 환자 중 14명은 장 출혈성 대장균으로 인한 ‘햄버거병(용혈성 요독증후군)’ 의심 증세를 보였다. 이중 신장 기능이 나빠진 원아 5명은 투석 치료를 받고 있다.

이번 식중독이 발생한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용혈성 요독증후군은 제대로 익히지 않는 소고기나 오염된 식품 섭취로 인한 장 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된 뒤 신장 기능이 저하돼 생기는 질환이다. 환자의 50%가량은 신장 기능이 회복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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