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징역 1년 원심 확정 판결
30대 남성 조모씨 여성 뒤 쫒아
원룸 현관문 10분 이상 열려고 시도
검찰, 징역 5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주거침입만 인정하고
강간미수 혐의는 인정 안 해

온라인에 확산된 ‘신림동 강간범 영상공개합니다’라는 제목의 1분30초짜리 동영상 화면.
온라인에 확산된 ‘신림동 강간범 영상공개합니다’라는 제목의 1분30초짜리 동영상 화면.

 

서울 신림동 한 주택가에서 귀가하던 여성을 쫓아가 집에 침입하려 한 이른바 ‘신림동 강간미수 CCTV’ 사건으로 기소된 30대 남성에게 대법원이 징역 1년의 실형을 확정했다. 주거침입 혐의는 인정됐지만, 강간과 강제추행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다. 법원은 "강간의 고의와 실행의 착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25일 주거침입과 강간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모(31)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씨는 지난해 5월 서울 신림동에서 귀가하는 여성의 뒤를 쫓아가 여성의 원룸 현관을 10분 이상 열려고 시도하는 등 여성의 집에 강제로 들어가려 했다. 간발의 차로 못 들어가자 현관 앞에서 문을 열려고 시도하고 서성이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되자 취약한 여성 안전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일었다. 

검찰은 조씨를 주거침입 및 강간미수 혐의로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대법원까지 모든 재판부는 강간미수를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 “강간·강제추행 고의 증명 안 돼”

1심 재판부는 “조씨가 주거지에 들어가려 했고 복도를 서성거리는 등의 행위만으로 법률상 강간죄를 범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점이 명백하게 증명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강간미수 혐의를 무죄로 선고했다. 다만 피해자가 거주 중인 원룸 건물의 공동현관을 들어와 엘리베이터와 계단, 복도 등에서 서성인 점은 ‘주거침입’ 혐의를 인정받아 징역 1년이 선고됐다.

검찰은 2심에서 ‘강제추행미수’ 혐의를 예비적으로 추가했다. 그러나 혐의 입증에는 실패했다. 2심 재판부도 “강간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었다는 개연성만으로 그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 또한 “피고인이 피해자의 주거에 침입한 후 피해자를 강간 또는 강제추행하려다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는지 여부에 대해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확정판결 했다.

주거침입 강간미수 혐의를 받는 조모씨가 5월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주거침입 강간미수 혐의를 받는 조모씨가 지난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강간미수가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은 현행 주거침입 강간죄의 실행착수 기준을 ‘폭행과 협박을 한 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거침입 행위는 강간미수의 예비적 행위가 아니며 따라간 뒤 추가적인 범행이 아닌 일상적인 행위를 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검찰은 1심 판결 후 항소를 하며 검찰은 “사회 변화에 따라 주거침입 강간죄에 대한 실행착수 기준을 ‘폭행과 협박 한 때’가 아니라 ‘주거침입 때’로 해야 한다”며 기존 대법원 판례의 법리해석을 재검토 해야 한다는 취지로 항소 이유를 밝혔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주거침입이 곧 강도강간 등 기타 강력범죄의 예비적 행위로 인정 받을 가능성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해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2017년 주거침입 관련 범죄는 총 7만1868건이었으며 가해자가 남성인 사건은 99.8%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주거침입 성범죄’는 하루 1건꼴인 1310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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