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군 ‘6037캠페인’ 참여
'70년 전 한국전쟁 희생에 감사'
마스크와 138통 손편지에 담은 진심

“제가 한 일은 먼지처럼 작은 일이었는데 하늘처럼 큰 칭찬을 받게 되어 부끄럽고 쑥스럽습니다. 올해는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7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이를 계기로 많은 분들이 우리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면 더 기쁠 것 같아요.”

경북 칠곡군 석적읍에 사는 최삼자(73·사진)씨는 지난 4월 백선기 칠곡군수가 시작한 ‘6037캠페인’에 참여했다. 이 캠페인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에티오피아 용사와 유가족에게 마스크를 전달하는 캠페인으로 6037은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숫자를 뜻한다. 최씨는 같은 동네의 부녀회원들과 천 마스크를 만들어 현재 생존해 있는 138명의 참전용사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은 손편지를 써서 전달했다.

최씨의 이야기를 뉴스를 통해 알게 된 참전용사의 가족 카사(캐나다 오타와 거주)씨는 주캐나다 한국대사관을 통해 “최씨의 편지를 보고 에티오피아에 참전한 친형의 생각을 많이 했다. 잊지 않고 편지까지 써준 최 씨에게 감사하다”는 내용의 답장을 칠곡군으로 보내왔다. 최씨는 카사씨의 답장을 지난 7일 칠곡군을 통해 전달받았다.

최씨의 사연이 널리 알려지고 칠곡군민의 자발적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전국에서 도움이 손길이 이어졌다. 칠곡군은 지난 19일 백선기 군수가 직접 서울 용산구 에티오피아 대사관을 방문해 마스크 3만장과 손소독제 250병의 방역물품과 손편지 700여통을 전달했다. 약 두 달동안 애초 목표량의 5배가 넘는 수의 마스크가 캠페인을 통해 모인 것이다.

최씨는 “처음 편지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큰 화제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카사씨의 답장을 받고 ‘나비효과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최삼자
경북 칠곡군이 진행하는 ‘6037캠페인’에 참여한 최삼자씨. 138명의 참전용사에게 직접 쓴 감사편지와 다른 여성들과 만든 천마스크를 전달했다.

일흔이 넘은 지금까지도 활발한 사회활동과 봉사활동을 이어가며 쉴 새 없이 바쁘게 살던 그는 올해 초 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19 사태를 보며 큰 불안감을 느꼈다.

“고향이자 지금 살고 있는 경북 칠곡군은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였지요. 전쟁이 났을 때 아기여서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버지께 전쟁통에 목숨을 잃은 일가친척 이야기 등 참혹했던 전쟁의 실상을 자주 이야기 해주셨어요.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이 상황이 마치 전쟁과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어 갑갑하고 지옥 같은 시간이었지만 서로 도우며 이겨낸 전쟁처럼 코로나19도 이겨낼수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캠페인이 시작되면서 우리도 1주일에 5개씩만 구입할 수 있는 마스크를 하나씩 모아 언제 6037장을 모으겠나 싶어 부녀회원들과 천마스크 제작에 나섰다는 최씨.

“만들고 보니 외국인에게 천마스크가 생소할 것 같아 사용법을 적은 간단한 손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알아보니 에티오피아에서 영어가 통용된다고 하니 며느리에게 번역을 해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미국에서 대학교수로 재직 중인 며느리는 제 이야기를 듣고 ‘기왕에 편지를 쓰시는 김에 감사한 마음도 함께 적어 보내면 어떻겠냐’ 고 제안을 해왔어요. 올해가 한국전쟁 70주년이니 그것도 의미 있는 일이겠다 싶어서 마스크 사용법과 ‘우리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참전용사께 감사하며 잊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아 쓴 편지를 며느리에게 보냈어요.”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
시어머니가 쓰고 며느리가 번역한 편지
시어머니가 쓰고 며느리가 번역한 편지. 

영어로 번역해 보내준 편지를 1주일 동안 꼬박 손으로 옮겨 적었다.

“생존해 계신 참전용사가 138분이라고 해서 138통의 편지를 썼어요. 수십 년 동안 쓸 일이 없었던 영어를 1주일 동안 다 써본 것 같아요. 그동안 많은 봉사활동을 했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특히 보훈가족을 도울 수 있는 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지요. 70년 전이나 지금이나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모두의 안녕을 위해 희생하는 분들이 있는데 저의 특별한 경험이 우리 모두가 그분들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생각하게 하는데 잠시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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