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차 윈(WIN) 문화포럼
이배용 한국의서원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
2019년 유네스코 등록
"사교육 기관이지만 인성교육 중심...
애민 리더십의 기초가 된 공간"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더리버사이드호텔에서 (사)여성문화네트워크가 주최한 'WIN 문화포럼'에서 발언중인 이용배 전 이화여대 총장. ⓒ홍수형 기자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더리버사이드호텔에서 (사)여성문화네트워크가 주최한 'WIN 문화포럼'에서 발언중인 이용배 전 이화여대 총장. ⓒ홍수형 기자

 

지난해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조선시대 서원 9곳이 등재됐다. 서원은 조선 중기 지방 학자들이 후학을 기르기 위해 만든 사설 교육기관이다. 현대의 학원과 같다. 서원은 과거 시험에 합격하는 법 등을 가르친 단순한 학습기관을 넘어 선학을 기리고 인성을 수양하는 기관으로써 조선의 정신 토대가 됐다.

18일 서울시 강남구 더리버사이드호텔에서 제52차 윈(WIN) 문화포럼이 열렸다. 이날 강연자는 이배용 한국의서원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전 이화여대 총장)으로 ‘역사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를 주제로 한국의 서원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 됐다.

이 이사장은 2010년 국가브랜드위원회 2기 위원장을 지낼 때 처음 한국의 서원과 산사에 대한 세계유산 등록을 추진했다. 노력이 결실을 맺어 2018년 6월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 1년 후 ‘한국의 서원 9곳’이 등록됐다. 이로써 현재까지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한국의 유형유산은 총 14개가 됐다.

등록된 9곳의 서원은 퇴계 이황의 청으로 1550년 명종에 사액을 받아 처음 세워진 △소수서원(경북 영주시)을 시작으로 △남계서원(경남 함양군) △옥산서원(경북 경주시) △도산서원(경북 안동시) △필암서원(전남 장성군) △필암서원(전남 장성군) △도동서원(대구 달성군) △병산서원(경북 안동시) △무성서원(전북 정읍시) △돈암서원(충남 논산시)에까지 이른다. 이들 서원은 1871년 흥선대원군이 영의정 김병학과 서원을 대대적으로 정리한 ‘서원 철폐령’에도 살아남은 곳들이다.

“선조들이 지켜온 전통을 현대의 개발논리로 파괴하면 그 후에는 다시는 복원할 수가 없어요. 문화유산을 지켜야 우리의 자긍심을 지킬 수 있습니다. 그 시대의 정신과 자긍심이 스며든 건축물은 그것을 현대의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얻은 의미는 △세계유산기구를 통해 재난·사고 등에 필요한 기술과 재정적 도움을 얻을 수 있으며 △문화적 위상이 높아지며 늘어난 방문객을 통해 얻은 경제적 수익으로 인프라 구축이 가능하고 △보존에 대한 인식 개선 계기가 돼 미래 유산보존에 안정적 장치와 제도를 마련할 수 있고 △전세계 인류가 공유하는 세계 유산이 됨으로써 인류 문명사에 우리 역사가 편입됨 등으로 설명했다. 

서원은 유네스코 등록 이후 관리단 추정 10배 관광객 증대 효과를 봤다.

경북 안동시에 소재한 도산서원의 가을풍경. 퇴계 이황이 살아생전 만들어졌으며 이황을 모신다. ⓒ뉴시스.여성신문
경북 안동시에 소재한 도산서원의 가을풍경. 퇴계 이황이 살아생전 만들어졌으며 이황을 모신다. ⓒ뉴시스.여성신문

 

“서원은 중국에서 시작됐고 중국에도 있지만 우리가 세계유산 등록에 성공했습니다. 중국은 천여개의 서원이 있는데 산에 있는 한국의 서원과 달리 도시에 있고 제향인물의 성격도 다릅니다. 한국의 서원은 한국에서 교육사회적인 역할을 맡으며 건축적으로도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데에 성공합니다.”

한국의 서원들은 각 서원마다 제향인물이 다르다. 중국의 서원이 공자 등을 제향인물로 모시는 데 반해 한국은 존경하는 선학을 스승이자 제향인물로 모시며 학문적, 정신적 토대로 삼는다. 건축적으로 선생의 집무실 등보다 기숙사 등이 뒤에 배치되고 낮게 지어진 이유도 스승을 모시고 존경하겠다는 정신의 발로다.

“서원은 단순히 과거시험을 잘 치는 데 목적하지 않아요. 조상들이 공부를 한 것은 애민(愛民)정신으로 나라를 이끌기 위해서였습니다. 애민 리더십을 가진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이 결국 궁궐 안부터 땅끝 노비까지 자기 생각을 글로 남길 수 있게 했듯 우리 여성 리더들도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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