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평가, 언급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무반응으로 대응하기', '재미없다고 순화해 표현'
'미러링으로 돌려주기', '불편하다고 딱 자르기'
'사내에서 외모칭찬 하지 않기 캠페인 하기' 등
“가능한 선에서 불쾌감 표현하는 것이 좋다”

아르바이트생에게 요구되는 ‘꾸밈노동‘ 사례를 적어 놓았다. ⓒ여성신문<br>
아르바이트생에게 요구되는 ‘꾸밈노동‘ 사례를 적어 놓았다. ⓒ여성신문

 

 

“OOO 교수님은 예쁜 애들한테 점수 잘 주잖아~ 너도 교수님이 예뻐하는 학생 중 하나이고.”

상대가 칭찬이랍시고 뱉은 외모에 대한 칭찬을 듣고 당시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해 집에 돌아가 '이불킥'을 한 적이 있는가. 가장 근본적인 것은 듣는 이가 좋아할지도 싫어할지도 모를 ‘외모 칭찬’ 자체를 하지 않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당해버렸을 때는 본인이 느꼈던 불쾌감을 바로 표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대학교 3학년인 문씨는 자신의 성적이 잘 나온 이유를 동기가 외모로 평가해 불쾌함을 느꼈다. 문씨는 “한 번은 시험 점수가 잘 나와 동기에게 자랑을 한 적이 있다”라며 “그런데 동기가 그 수업 교수님께서는 예쁜 학생을 좋아하고 나도 예쁨 받는 학생 중 하나였다라고 말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내 나름대로 성적을 잘 받기 위해 노력을 했는데 내 노력을 외모에 빗대며 비꼬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라며 “당시에는 화를 내기도 애매해서 그냥 넘어갔지만 집에 돌아와서 다시 그 상황을 곱씹어보니 후회가 남았다”라고 했다.

최근 국회 내에서 일어난 외모 품평 논란 후 사회연결망서비스(SNS)에서도 여성을 향한 외모칭찬과 관련해 게시물이 올라왔다.

앞서 지난 17일 열린 21대 국회의 첫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무소속 이용호 의원은 보건복지위원장으로 선출된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정애 위원장에게 “한 위원장님을 평소 존경하고 날이 갈수록 더 관록이 쌓이고 더 아름다워지셔서 잘 모시고 하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복지위원들의 인사말이 끝난 뒤 “인사말을 들으면서 누구를 지칭하거나 하면 실례가 되는데 외모와 관련된 것은 (발언을) 안 하시는 것으로 우리 상임위에서 조금씩 배려하고 조심해 주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후 SNS에서 누리꾼 o***씨는 “외모칭찬을 왜 하면 안 되는가”라며 “공적 존재를 사적 존재로 바꿔 호명하면서 상대의 공적 영향력을 지우는 행위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예쁘다’, ‘아름답다’ 품평을 들을 때마다 힘들게 밀어올린 공적 존재로서의 존엄이 사적 존재로 계속 재호명 되며 미끄러진다”고 설명했다.

해당 게시물에 누리꾼 j***씨는 “문재인 대통령 잘생겼다라고 하면 문 대통령의 공적 존재로서의 존엄이 사적 존재로서 미끄러져 내려가나”라며 “자기가 못 듣는다고 배 아파하지 말자. 추하다”라고 반박했다.

이에 누리꾼 k***씨는 “여자와 남자가 처한 상황이 다르다”라며 “여자는 개인적인 존재로만 오랫동안 품평의 대상이 돼 왔기에 외모 평가는 그 공적인 노력을 지우게 되는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공적인 권위를 의심받지 않기에 외모 칭찬이 매력을 더하게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m***씨도 “‘이 사람은 일도 열심히 잘하는데 외모도 매력적이다’라고 하면 문제가 없다”며 “다만 그 외모칭찬이 너무도 난무하다면 그 사람이 이룬 것보다 그 사람의 외모에 초점이 몰려 결국 ‘저 사람은 외모가 매력적인데 일도 잘해’와 같은 결과가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모 칭찬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t***씨는 “내 관점에서 외모 칭찬은 정말 성의 없는 칭찬”이라며 “외모가 예쁘다는 칭찬을 받으면 좋아하는 분들 있던데 업계 사람에게 외모를 인정받으면 기분이 꽤 묘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예쁘다’, ‘귀엽다’라는 칭찬보다 해낸 일을 칭찬하거나 노력하고 있는 일에 대한 칭찬을 기껍게 받아드린다”라고 썼다.

‘외모에 대해서 말하지 않기’ 액션도 있었다. 여성단체 한국여성민우회는 노새 민우회 활동가는 “사람들을 만나면 일상적으로 서로의 외모(몸, 살, 얼굴 등)에 대해 말하는 것 같다”며 “이중 어떤 말은 칭찬이고 어떤 말은 질타이고 어떤 말은 관심의 표현이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모에 대한 칭찬은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비난이 될 수 있다”며 “그래서 나는 누군가의 외모에 대해서 비난도, 칭찬도, 그 어떤 평가도 말하지 안하기로 했다”고 했다.

2016년 민우회는 ‘해보면 기획단’을 구성해 ‘해보면 캠페인’을 진행했다. ‘해보면 기획단’은 수업 중 교수님의 혐오 발언, 직장 상사에게 듣는 성희롱 발언 등 몇 가지의 시나리오를 짜서 그 상황을 재연해 직접 대응을 펼쳐볼 수 있는 워크숍을 기획했다. 기획단은 사람들이 불편한 말들 앞에서 정색하거나 반응을 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그것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기획단은 관계에서의 불쾌한 상황뿐 아니라 범위를 더욱 넓혀 ‘속이 풀리는 급정색 워크숍, 을들의 역습’ 캠페인을 통해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사회 곳곳에 만연한 성차별적 발언, 무례한 농담들에 ‘안 웃겨요’, ‘외모 얘기, 그만 좀!’ 등 차별과 혐오, 불편한 농담을 직접 지적할 수 있는 문구가 써진 포스트잇을 붙였다.

이처럼 국회에서 한 의원이 대처한 것처럼 본인이 불쾌하다고 느껴질 때 바로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 ‘직장 내 외모품평이 성희롱이 될 수 있는데 이를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가’라는 질문에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가능한 선에서 불쾌감과 혐오감을 어떤 방식이든 표현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영지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도 “개개인의 사회적 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확답할 수는 없지만 곧바로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 같다“며 “그런 점에서 우리 활동가들끼리는 한정애 의원이 곧바로 잘 대처했다고 공유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무 반응하지 않기‘나 ‘외모칭찬하지 않기‘ 캠페인을 제안하는 것도 좋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 대응 방법에 앞서 외모품평을 하는 사람들이 잘못됐다“라며 “이렇게 대응 방법을 생각해야 하는 것 자체가 그동안 사회에서 얼마나 여성들에게 외모강박을 주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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