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착취물 거래 사이트 운영 손씨
당초 16일 송환 여부 결정 예정
그러나 7월 6일로 3주 미뤄
“사안 중대해 추가 심리 필요”
구속 기간도 2개월 연장

손정우씨의 아버지가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범죄인인도심사 2차 심문기일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손정우씨의 아버지가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범죄인인도심사 2차 심문기일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거래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의 운영자 손정우(24)씨의 범죄인 인도를 위한 구속 기간이 2개월 연장됐다. 법원이 미국 송환 여부 결정을 7월6일로 미루면서 구속 기간도 연장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 손씨 구속 2개월 연장 결정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0부(강영수·정문경·이재찬 부장판사)는 서울고검이 신청한 손씨에 대한 구속연장 신청을 받아들였다.

당초 손씨는 인도구속영장을 집행한 4월27일부터 2개월이 되는 이달 26일 구속이 만기될 예정이었다. 구속연장이 결정되면서 손씨는 석방되지 않고 8월26일까지 서울구치소에 수감된다.

법원은 애초 지난 16일 인도심사 2차 심문기일에서 마치고 곧바로 손씨의 인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7월 6일로 최종 결정을 미뤘다. “사안이 중대해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범죄인 인도 심사는 항소할 수 없는 단심제다. 최종 결정을 3주 미룬 것도 이점을 반영해 손씨의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사건을 살피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법원이 손씨의 인도 허가 결정을 내리고 법무부 장관이 승인하면 미국의 집행기관이 한 달 안에 당사자를 데려간다. 반대로 불허 결정을 내리면 손씨는 바로 자유의 몸이 된다.

다크웹 ‘웰컴투비디오’의 현재 화면 ⓒ화면캡처
다크웹 ‘웰컴투비디오’의 화면. ⓒ경찰청

 

생후 6개월 아기 성착취물까지 자료 17만개

손씨는 2015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인터넷 프로토콜(IP) 추적이 불가능한 특정 브라우저로만 접속할 수 있는 ‘다크웹(dark web)’에서 ‘웰컴 투 비디오(W2V)’를 운영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손씨가 2년8개월간 사이트를 운영하는 동안 회원 수는 128만여명에 달했다. 드러난 아동 성착취물 거래 사이트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다. 손씨가 붙잡힐 당시 8테라바이트 분량의 파일 17만개가 서버에 저장돼 있었고, 영상물 중에선 생후 6개월 된 영아가 나오는 것도 발견됐다. 손씨가 올린 파일 제목을 보면 소아성애자(pedophile)를 뜻하는 “Pedo”를 비롯해, 2살은 “%2yo”, 4살은 “%4yo”으로 표현해 영상을 유포했다. 이 과정에서 손씨는 4억원이 넘는 이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 “어리고, 반성하고, 혼인신고 했다”고 감형

2018년 4월 경찰에 검거된 손씨는 수사를 거쳐 재판에 넘겨졌다. 현행법상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이 나오는 음란물을 판매·대여·배포·제공 등 행위를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하지만 손씨는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아 풀려났다. “손씨의 나이가 어리고 범행을 시인하면서 반성하고 있다”는 것이 법원이 밝힌 양형 이유다.

2심 재판부는 “1심의 선고는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고 손씨를 법정 구속했다. 이 과정에서 손씨가 2019년 4월 결혼해 부양가족이 생긴 점이 손씨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감안됐다. 피고인과 검찰 측 모두 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형이 확정됐다. 결국 손씨는 국내에서 징역 1년6개월을 확정받고 지난 4월 27일 형기를 마쳤다. 미국이 아동성착취물 소지자에 대해 징역 5~20년을 내리는 것과 비교해 국내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국에서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일명 '빨간마후라 비디오'로 불리는 남고생 집단 성폭행 사건 불법촬영 비디오를 보고 자란 남성들은 소라넷과 다크웹 웰컴투비디오를 거쳐 텔레그램 N번방에까지 이르렀다. 그동안 처벌받은 남성은 없었다.ⓒ여성신문
 ⓒ여성신문

 

국제자금세탁 혐의로만 송환 절차 진행

미국 정부는 자국민 피해자가 있기 때문에 미국 형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며, 2018년 8월 손씨를 아동성착취물 광고·배포, 국제자금세탁 등 9개 혐의로 기소하고 이듬해 4월 손씨의 인도를 청구했다. 애초 미국 법무부는 손씨를 비롯해 주요 검거자 36명의 실명과 나이, 주거지, 혐의 등을 온라인에 공개했다.

법무부는 9개 혐의 가운데 손씨가 한국에서 처벌 받은 아동성착취물 배포 등 혐의를 빼고 유·무죄 판단이 나지 않은 국제자금세탁 혐의로만 인도심사청구 명령을 내렸다. 한미가 맺은 범죄인인도조약 등에 따라 “미국의 인도 요청 대상 범죄 중 ‘국제자금세탁’ 부분이 국내 법원의 유죄판결과 중복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송환 막으려 아들 고소까지 한 손씨 아버지

손씨의 아버지는 아들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미국이 손정우씨에 대해 범죄인 인도를 요구하며 내세운 자금세탁 혐의를 한국에서 처벌받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지난 16일 2차 심문에서 손씨는 “철없는 잘못으로 사회에 큰 피해를 입혔다”며 너무 부끄럽고 염치가 없지만 한국에서 처벌받을 수 있다면 어떤 중형이든 받겠다”고 말하며 울었다. 손씨 부친도 “미국에 인도되면 (변호는) 거의 불가능하다. 한 번의 기회를 더 주신다면 속죄하며 살게 하겠다”고 말했다.

손씨 측 변호인은 국내에서 이미 처벌받은 혐의(아동성착취물 유포 등)에 대해 미국에서 처벌하지 않겠다는 ‘보증’ 없이는 송환을 결정해선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측은 한미 범죄인 인도조약에 이미 인도범죄 외에 처벌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별도의 보증을 해준 전례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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