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정치 인사이드] 법사위원장 차지한 민주당, 차별금지법 막지 말아야
[W정치 인사이드] 법사위원장 차지한 민주당, 차별금지법 막지 말아야
  • 신지예 젠더폴리틱스 연구소장
  • 승인 2020.06.17 19:11
  • 수정 2020-06-17 2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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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없이 6개 상임위원장 선출한 민주당
16년만의 관행 깨고 법사위원장 자리 여당이 가져가
자리 두고 다툴 것이 아니라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 필요
막강권력 차지한 민주당, 차별금지법 등 개혁법안 막지 말아야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의원들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제21대 국회 첫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 개회를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의원들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제21대 국회 첫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 개회를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06.15. ⓒ뉴시스·여성신문

원구성을 둘러싼 소모적인 다툼을 시작으로 21대 국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법을 내세워 일정을 밀어붙였고, 미래통합당은 국회법은 강행규정이 아닌 훈시규정이고, 합의를 통한 원구성이 그동안의 관행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이 불참한 상황 속에서 국회의장을 선출한데 이어 15일  미래통합당 없이 법제사법위원장을 포함한 6개의 국회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고 미래통합당 의원들을 상임위에 강제 배정했다. 

“더 이상 통합당의 몽니를 봐줄 수 없다”고 민주당 김태년 원내 대표가 말하자,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 대표는 “역사에서 오늘은 국회가 없어진 날, 일당 독재가 시작된 날이 될 것”이라고 맞받아치며 사퇴했다. 여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지게 된 것은 16년 만이다. 그동안 야당이 일정 부분 가져왔던 견제 장치 기능이 약해진 셈이다.

민주당은 21대 총선에서 177석이라는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민주당은 이 기세를 몰아 현 정부의 안정적인 마무리는 물론이고 다음 대선에서의 승리를 위한 기반 조성에 나서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법부와 검찰 개혁 등을 위한 다양한 법안을 국회 임기 초반에 통과시켜야만 한다. 민주당으로서는 법사위원장을 반드시 자기 몫으로 해야 했을 것이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의 건 및 증인, 참고인 채택의 건 등을 안건으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상규 위원장이 산회를 선포하고 있다. 2019.08.29. ⓒ뉴시스·여성신문
국회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의 건 및 증인, 참고인 채택의 건 등을 안건으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상규 위원장이 산회를 선포하고 있다. 2019.08.29. ⓒ뉴시스·여성신문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에 집착하는 이유는 미래통합당과 이 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맡았을 때의 악몽 때문이다.

17대 때 최연희(한나라당) 위원장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막기 위해 일방적인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며 법안을 자동폐기 시켰다. 역시 17대 안상수(한나라당) 위원장은 각종 민생법안 처리를 인질 삼아 사학법 개정안의 통과를 봉쇄했다. 20대 권성동(새누리당) 위원장은 본인의 강원랜드 채용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여당의 사과를 요구하며 법사위 무기 연기를 선언하기도 했다. 20대 여상규(새누리당) 위원장은 본인 또한 관련된 패스트트랙 관련 수사를 하지 말라는 발언을 수사책임자에게 하는 등 권한을 남용했고, 전체 회의를 1분 만에 산회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국회의 입법 활동을 지연시켰다.

법사위는 개별 상임위원회에서 통과된 법안이 본회의로 가기 전에 법안의 위헌 여부나, 타 법안과의 충돌 여부, 문구 오류 등을 검토하는 체계·자구 심사권을 갖고 있다. 법체계의 완결성을 위한 검토 절차로 한정되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20대 여상규 위원장의 경우 자신이 소속된 정당과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법안은 상임위로 돌려보내며 합의를 종용하기도 했다. 법사위가 사실상의 상원 역할이라며 월권을 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잦았다.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오고 싶어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는 '제21대 국회개원' 현수막이 걸려 있다. ⓒ홍수형 기자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는 '제21대 국회개원' 현수막이 걸려 있다. ⓒ홍수형 기자

국회 입법활동이 지연되며 발생하는 피해는 국민에게 전가된다. 국회의원들에게 민의 대변이라는 의무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북한과의 관계악화로 인해 국민들 걱정이 커지는 지금, 여야할 것 없이 국회가 보이는 모습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이준석 전 통합당 최고의원은 지난 17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상임위 독식 민주당, 북한 문제 알아서들 잘해보세요.”라고 말하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이 제대로 된 야당으로서 국민을 대변하는 역할에 충실하지 않으면 더 큰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21대 국회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우려는 특별하다. 정쟁으로 점철된 지난 국회와는 다르게 이번 국회는 생산적 토론과 합의를 통해 대한민국 개혁의 큰 성과를 만들어야 할 책무가 있다.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 차별금지법 추진위원회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국회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2020.06.14. ⓒ뉴시스·여성신문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 차별금지법 추진위원회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국회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2020.06.14.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14일 정의당 장혜영, 류호정 의원은 ‘차별금지법’ 제정 동참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근 미국에서 일어난 비극을 통해 볼 수 있듯, 차별은 시민 개인의 삶을 파괴함은 물론이고, 사회 전체를 붕괴시키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 노무현 정부 법무부가 정부 입법으로 발의했고, 노회찬 의원 또한 국회에서 대표 발의했다. 이후에도 몇 차례 더 입법 시도가 있었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되거나, 일부 세력에 의한 압력으로 인해 법안을 철회할 수 밖에 없었다.

최근 국민 10명 가운데 9명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한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있을 만큼  차별금지법은 헌법의 평등 이념에 따라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는 법으로 다른 어떤 법안보다 개혁법안으로 불려야 한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오거돈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께 사과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여성신문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오거돈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께 사과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여성신문

그런데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 이유는 이번에 법사위원장이 된 윤호중 의원 때문이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비례 위성 정당 논란 와중에 “이념 문제, 성소수자 문제, 이런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 정당들과의 연합에 좀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여당 사무총장직에 있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로는 믿겨지지 않는 발언이었다. 이후 논란에도 자신이 사과할 일은 아닌 것 같다며 스스로 정당화 했다.

겨우 석 달 전 일이다. 이런 인물이 21대 국회 전반기 법안 처리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권을 가진 자리에 앉게 됐으 니 우려가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100일도 안 되는 사이에 사람의 세계관이 바뀌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윤호중 법사위원장의 행보와 선택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지켜봐야 한다.

아울러 민주당과 통합당은 법사위가 가진 전능한 권한을 내가 가지면 잘 쓸 수 있고, 상대방이 가지면 국회 기능이 멈출 것이라는 ‘내로남불’을 멈춰야 한다. 특히 절대다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은 법사위의 전횡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 등 국회 개혁을 실천하는 일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동안 번번히 막혀온 차별금지법 제정 등 국민의 일상을 바꿀 개혁 입법은 말할 것도 없다. 그것이야 말로 본인들이 말하는 개혁 입법의 지속성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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