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웹툰 『정년이』 서이레·나몬 작가 ②
주인공 전라도 사투리도 철저히 재현
“남장여자·동성애 등 통념 뒤집는
국극에 흥미 느껴 시작...
여성들 부딪치고 사랑하는 모습 보고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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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윤정년은 전라도 토박이다. 서이레 작가는 전라도 사투리를 더 제대로 재현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네이버웹툰 제공
주인공 윤정년은 전라도 토박이다. 서이레 작가는 전라도 사투리를 더 제대로 재현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네이버웹툰 제공

 

- 주인공 정년이의 전라도 사투리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미디어에 잘 등장하지 않거나, 등장해도 건달 또는 어수룩한 사람의 말투로 희화화되기 일쑤였던 전라도 사투리를 풍부하게 재현한 사례로 꼽힌다.

이레 : 기획 단계에서부터 주인공은 무조건 전라도 출신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소리하면 전라도 아닌가.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았는데도 소리를 자신 있게 할 줄 아는 소녀라면 쉽게 소리를 접할 수 있는 환경에 있어야 했다. 여성국극단에서 활약한 많은 소리꾼들이 전라도 출신이기도 하다. 다만 전라도 방언 재현이 어려웠다. 처음엔 스스로 공부해보려고 했는데 어설펐다.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다가 전라도에서 대대로 살아와서 어르신들 사투리도 들어본 적이 있는 분에게 검수를 요청했더니 입말이 훨씬 살았다. 감사할 따름이다.

 

- 탄탄하고 세련된 그림체도 『정년이』의 인기 요인이다. 인물만이 아니라 당시 의상, 건물, 풍경 등을 올컬러로 그려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하다는 평도 있다.

나몬 : 올컬러로 작업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캐릭터의 특성이 색깔로 많이 드러나고 인식되는 듯해서 채색을 결심했다. 인물보다 배경으로 그 시대를 구현하는 게 어렵다. 3D를 활용해 노력하고 있다.

 

『정년이』의 주인공인 목포 소녀 윤정년. ⓒ네이버웹툰 제공
『정년이』의 주인공인 목포 소녀 윤정년. ⓒ네이버웹툰 제공

 

『정년이』에서는 성 고정관념에 균열을 내려는 장면들도 눈에 띈다. ⓒ네이버웹툰 제공
『정년이』 중에는 성역할 고정관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장면들도 눈에 띈다. ⓒ네이버웹툰 제공

 

- 최근 몇 년간 ‘여성 서사’를 요구하는 대중문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떠올랐다. 단순히 여성 등장인물이 많다고, 여성의 경험을 다룬다고 ‘여성 서사’라 정의할 수는 없을 것이다. 두 분은 어떤 고민을 나눴는지 궁금하다.

이레 : 질문을 들으니 대학 학부 시절 여성문학론 OT시간에 무엇을 ‘여성문학’으로 정의할지 함께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여성 서사가 무엇일까 잘 모르겠다. 다만 우린 다양한 여성 인물이 서로 부딪치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나몬 : 모든 사람이 다면성을 가지고 있듯, 비중 있는 캐릭터들이 여러 결을 지니기를 원했다. 건강한 면이 있으면 어딘가 어리석거나 부조리한 면도 있고, 욕망도 경우에 따라 변화하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원했다. 그러려면 그들을 충분히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 내 사건과 관계가 필요하다. 『정년이』는 필연적으로 여성들이 많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라 그런 여성 캐릭터들을 만들어내는 일이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 여성 작가들이 여성 문제를 다룰 때 유독 혹독한 비평을 겪곤 한다. 작가들의 자기검열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런 경험이 있었나?

나몬 : 너무 세세하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 결국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작업하게 되는 것 같다.

이레 : 하고 싶은 것과 좋아하는 것이 분명한 편이라 결국엔 우리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된다. (웃음)

 

- 좋아하는 ‘여성서사’, 혹은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만화가 있다면 하나씩 말해달라.

이레 : 앙꼬 작가의 『나쁜 친구』.

나몬 : 하양지 작가의 『우리는 시간문제』.

『정년이』엔 성 고정관념에 의문을 던지는 장면들도 나온다.
『정년이』엔 성역할 고정관념에 의문을 던지는 장면들도 나온다.

 

- 『정년이』 가 영상화된다면 어떨까? 관련 계획이 있나?

나몬 : 영상화된다면 좋겠다. 다양한 배우들이 연기할 것을 상상하면 설렌다.

이레 : 독자들이 올린 가상 캐스팅 이미지를 보면서 많은 분들이 영상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느꼈다. 영상으로 만들면 보다 풍부한 방식으로 여성국극을 구현해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좋은 배우와 제작사가 함께 해주길 바란다.

 

- 차기작 계획은?

이레 : 지금은 『정년이』에 집중하고 싶어서 차기작은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하고 싶은 얘기, 보고 싶은 인물이 생기면 계속 작품을 할 것 같다.

나몬 : 아직 갈 길이 멀다. 차기작을 하게 된다면 연재 종료 후 내가 끌리는 대로 작업하게 될 것 같다.

 

- 이번 지면을 빌어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이레 : 항상 지켜봐 주시는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재미있을테니 기대해주세요!

나몬 : 앞으로도 정년이와 친구들의 여정에 함께 해주세요. 함께 설레고 공감하며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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