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웹'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수천여개를 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 씨의 아버지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범죄인인도심사 2차 심문기일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다크웹'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수천여개를 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 씨의 아버지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범죄인인도심사 2차 심문기일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24) 씨가 “대한민국에서 다시 처벌받을 수 있다면 어떤 중형이라도 받겠다”며 미국으로의 송환을 막아달라고 법원에 요구한 가운데 SNS에서 여성들이 미국송환을 하라고 해시태그 운동을 하고 있다.

손씨는 16일 서울고법 형사20부(강영수 정문경 이재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범죄인 인도심사 두 번째 심문에서 이같이 호소했다. 당초 재판부는 이날 심문을 마친 뒤 곧바로 손씨의 인도 여부를 밝힐 예정이었지만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결정을 다음 달 6일로 연기했다.

지난달 열린 첫 심문에는 나오지 않았던 손씨는 이날 갈색 수의를 입고 직접 법정에 섰다. 그는 방청석에 앉아있던 가족들을 한번 둘러본 뒤 눈을 감고 고개를 떨궜다.

손씨는 ‘미국이 요청한 범죄인 인도 청구에 대해 의견이 어떻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만약 한국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다면 어떤 중형이 내려져도 달게 받고 싶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가족이 있는 이곳에 있고 싶다”고 밝혔다.

재판 말미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물음에도 손씨는 “철없는 잘못으로 사회에 큰 피해를 끼쳐 정말 죄송하다”며 “저 자신이 스스로 너무 부끄럽고 염치없지만 대한민국에서 다시 처벌받을 수 있다면 어떤 중형이라도 다시 받고 싶다”고 재차 호소했다.

손씨가 울먹이며 진술을 이어가자 방청석에 있던 손씨의 아버지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사회연결망서비스(SNS)에서는 손씨의 미국 송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누리꾼 t***씨는 “미국 송환 안되면 우리는 마스크 끼고 법원 앞으로 가야 한다”며 #손정우를미국으로 라는 해시태그를 붙였다. 또 다른 누리꾼 d***씨는 “미국 감옥 갈라니 겁나나보다”라며 “미국송환 안 하면 우리 사법체계가 과연 국제사회에서 인정되어질만한 체계인가 하는 의문이 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심문에서 검찰과 손씨 측 변호인은 첫 심문에서의 주장을 반복했다.

손씨 측은 “국내에서 처벌받은 혐의(아동음란물 혐의 등)에 대해 다시 처벌받지 않는다는 보증이 실제로 없기 때문에 (보증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인도 대상 혐의인 범죄은닉자금 세탁 혐의에 대해서도 “현재 단계에서 기소만 하면 범죄행위에 대해 한국에서 처벌받을 수 있다”고 했다.

범죄인 인도법에 따르면 국내 법원에서 재판 중이거나 재판이 확정된 경우는 인도 거절 사유가 된다.

반면 검찰은 “인도법 취지가 인도한 죄만 처벌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별도의 보증서는 요구되지 않고 보증한 사례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소할 정도로 실체적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수사가 완성됐는데 의도적으로 불기소했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이날 미국 법무부가 처벌받은 사건은 다시 처벌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아 보낸 공식 확인서를 제시했다.

손씨는 2015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특수한 브라우저를 사용해야 접속할 수 있는 다크웹(Dark Web)에서 아동 성 착취물 공유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사이트를 운영하며 유료회원 4천여 명에게 수억 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받고 아동음란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재판 결과 징역 1년 6개월이 확정돼 지난 4월 복역을 마쳤지만, 미국 송환을 위한 인도구속영장이 발부돼 재수감된 중이다.

이와 별개로 미국 연방대배심은 2018년 8월 아동 음란물 배포 등 6개 죄명·9개 혐의로 손씨를 기소했다. 미국 법무부는 손씨의 출소를 앞두고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른 강제 송환을 요구했다.

인도심사는 단심제라 불복 절차가 없다. 재판부는 7월 6일 인도 허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만약 재판부가 미국 송환을 결정하고 법무부 장관이 승인하면 손씨는 한 달 내 미국에 송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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