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6일은 국제가사노동자의날
“가사노동자 존중법 제정하라”
노동·생존·건강권…삼중고 겪는 가사노동자
현행법상 노동자로서 인정받지 못해
고용보험·계약서가 없고 임금 현금으로
받아 소득 감소 증빙 어렵다
실업급여·고용유지지원금도·
특수고용노동자 재난지원금 모두 배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제9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기념하여 '재난의 사각지대, 가사노동자 법적 권리와 생계를 보장하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제9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맞아 '재난의 사각지대, 가사노동자 법적 권리와 생계를 보장하라' 기자회견이 열렸다. ⓒ홍수형 기자

가사노동자들이 신종 코로나전염바이러스(코로나19)로 인해 재난 사각지대에 몰려있다. 가사노동자 상당수는 원래 수입의 40% 가량이 줄어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고객이 오지 말라'고 통보하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어도 보호도 제대로 받기 어렵다. 가사노동자들은 현행법상 노동자로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제 가사노동자의 날인 16일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가정관리사협회는 이같은 내용의 ‘가사노동자들의 코로나19 이후의 노동 실태조사’를 결과를 발표했다. 

월평균 소득 107만원에서 40%대의 수입 감소
조사 결과, 응답자들의 2019년 월평균 수입은 107만400원이라 집계됐으나 2020년 2월 73만2천원(2019년 대비 68.4%)으로 떨어진데 이어 3월 64만2000원(60.0%), 4월 66만5000원(62.1%)으로 급격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 소득이 가계소득의 전부인 응답자 25.0%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 소득이 가계소득의 전부라고 응답한 비율이 25%에 달해 생계에 심각한 곤란을 겪고 있을 것으로 단체는 추측했다. 본인 소득이 50% 이상 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57.8%에 달해 코로나위기가 생계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봤다.

소득 감소 이유는 '고객이 오지 말라고 해서', '새로운 일거리가 없어서'가 64.7%
조사에서는 응답자들이 소득감소의 이유(복수응답)에 대해 고객이 오지 말라고 하는 이유가 54.7%, 신규 고객이 없어서가 10.0% 응답해 64.7%가 일거리 감소를 호소했다. 대개 4시간 단위로 일하는 가사노동의 특성상 소득감소분을 감안해 보면 약 40% 정도의 일거리가 떨어져 나갔다고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설명했다. 

반면 본인의 감염 우려로 14.7%가 일을 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배 대표는 “소득이 줄어드는 문제도 심각하지만 감염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한 대면접촉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불안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가사노동자 18.7%는 빚으로 생활
감소한 소득을 충당하는 방법에 대한 질문에서는 응답자의 54.7%가 지출을 줄여 생활을 유지한다고 응답했으며 14.8%는 대출, 11.7%는 저축을 헐어 쓰고 있었다. 지인에게 빌려서 충당한다에 7.0%가 응답했다. 배 대표는 “현재까지는 지출을 줄여 충당할 수 있으나 장기화될 경우 생계에 심각한 곤란을 겪을 우려가 높다”고 주장했다. 대출이나 지인에게 빌려 쓰고 있다는 응답을 합치면 18.7%에 달해 5명 중 1명은 빚으로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고 봤다.

17.2%가 인권침해 경험
이런 와중에 인권침해를 경험한 이들도 17.2%에 달했는데 세부 응답을 살펴보면 ‘교회를 다니냐’, ‘주말에 어디 다녀왔느냐’ 등의 동선공개 요구, ‘가족 중에 신천지가 있는가’ 등의 사적인 정보 요구. ‘대중교통이 아닌 자차를 이용해 방문해 달라’고 요구하거나 마스크와 장갑 착용, 손 세정 등을 강하게 요구하는 등의 경험을 했다고 응답했다. 배 대표는 “고객의 입장에서 가사노동자에 의한 감염을 우려할 수 있지만 역으로 고객에 의한 감염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뚜렷한 대책은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제9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기념하여 '재난의 사각지대, 가사노동자 법적 권리와 생계를 보장하라' 기자회견에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배복주 정의당 여성본부장에게 가사노동자 권리보장법 제정 의견서를 전달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제9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을 맞아 '재난의 사각지대, 가사노동자 법적 권리와 생계를 보장하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배복주 정의당 여성본부장에게 가사노동자 권리보장법 제정 의견서를 전달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배복주 정의당 여성본부장도 참석해 가사노동자 권리보장법 제정 의견서를 전달 받았다.

전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상임위원회에 배정 받은 이수진 의원은 “오늘 이 자리에서 많은 가사노동자들의 염원을 담은 의견서를 받으며 내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고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상당수의 가사노동자들이 취약계층이며 생계 위협을 받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동을 통해 행복함을 느끼려면 이러한 기본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사노동자 법안은 18년 동안 제정되지 못했는데 이를 위해 그동안 투쟁한 분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상임위에서 열심히 다루겠다”며 “특히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법안 제정 직전까지 갔다가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는 것을 명심하며 더불어민주당의 182석이 부끄럽지 않도록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배복주 정의당 여성본부장도 “정의당에서는 이정미 의원이 2017년 ‘가사노동자 존중법’을 대표발의했다”며 “그동안 가사노동자들의 노동은 비공식노동으로 인식돼 왔다. 비록 20대 국회에서는 법안이 폐기됐지만 21대 국회에서는 가사노동자들의 노동권 확보를 위해 잘 추진될 수 있도록 정의당도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현장발언에서 조계자 전국가정관리사협회 인천지부 가정관리사는 “코로나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 들 수밖에 없음은 이해하지만 고정적으로 일하던 모든 고객집에서 갑자기 중지를 해 버려 일자릴 다 잃어버리는 갑갑한 현실이 돼 버렸다”며 “하루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지금의 현실이 나 만의 고통이 아니므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끼리 연대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이 자리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가사노동자로서의 나의 권리 찾기와 내 직업에 대한 자부심으로 지난 몇 달간의 불안과 무기력함을 떨쳐 버리고 적극적인 생각과 행동으로 내 삶을 개척해 나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제9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기념하여 '재난의 사각지대, 가사노동자 법적 권리와 생계를 보장하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재난의 사각지대, 가사노동자 법적 권리와 생계를 보장하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조순례 전국가정관리사협회 안산지부 가정관리사는 “정부에서 특수고용 노동자 및 프리랜서등 에게 재난지원금 50만원씩 3개월을 지원한다는 뉴스를 보고 사무실에 문의를 해보았다”며 “하지만 가사노동자들은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제출 서류가 복잡하고 협회로 서비스요금이 입금되었다는 확인 혹은 제 통장으로 서비스요금을 받았다는 확인서가 필요하다고 했다”고 밝혔다. 
조 가정관리사는 “협회는 대부분 관리사들이 직접 서비스요금을 받고 있거나, 현금으로 받는 경우가 많아서 소득증명하기가 더 어렵다”며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가사노동자들에게도 관
심을 가져달라. 가사노동은 우리 생활에서 꼭 필요한 노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집안의 건강과 환경을 책임지고 있는 귀한 직업이자 대한민국에서 아니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꼭 필요한 전문 직업”이라며 “반드시 ‘가사노동자 존중법’ 발의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표연희 전국가정관리사협회 수원지부장은 가사노동자들의 건강권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포 수원지부장은 “가사노동자인 우리 회원들은 일을 하면서 고객으로부터 ‘어디 다녀오셨냐?’ 하며 동선을 확인하는 질문도 받고 ‘마스크 절대 벗지 말아라’, ‘위생장갑 준비해서 오라’는 등 감염관련 주의를 듣기 일쑤”라며 “반면 고객이 어디 다녀왔는지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우리는 과연 ‘고객으로부터 우리는 안전한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의 건강권 또한 위협받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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