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범행 경위 등에
비춰볼 때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의한 법률 배제 사유 있다”
서울북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정씨 구속하며 “현재 법령으로는
‘경범죄처벌법’만 적용돼…
엄중한 가해차 처벌과 피해자 인권 보장을
중심으로 한 스토킹 범죄 처벌법
조속히 제정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동서식품의 차 음료 ‘맑은 티엔’ 광고가 길거리에서의 ‘몰카’와 온라인 스토킹을 미화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동서식품의 차 음료 ‘맑은 티엔’ 광고가 길거리에서의 ‘몰카’와 온라인 스토킹을 미화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프로 바둑기사 조혜연 9단을 스토킹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이 국민참여재판을 요청했지만 1심 재판부는 이를 거절했다.

12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허경호)는 재물손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모(47)씨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국민참여재판 배제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정씨에게 “국민참여재판으로 받고 싶나”라고 물었고, 정씨는 “그렇다”고 의사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득이 안 될 수도 있는데 철회할 생각은 없느냐”고 다시 물었지만, 정씨는 “국민참여재판을 받고 싶다”고 다시 한 번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씨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범행 경위 등에 비춰볼 때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의한 법률 배제 사유가 있다”며 “배제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정씨가 “하나만 묻겠다. 배제라는 것이 무슨 뜻이냐”는 질문을 던지자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으로 하지 않기로 결정됐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씨는 “국민참여재판의 실행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판사님의 개인 판단인가”라고 되물었고, 재판부는 “끝까지 (국민참여재판을) 받고 싶으면 즉시 항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조씨가 운영하는 바둑학원 1층 출입문 건물 외벽에 조씨를 비난하는 내용의 낙서를 한 혐의 등을 받는다. 조씨가 경찰에 자신을 신고하자 보복 목적으로 찾아가 협박한 혐의도 받는다.

정씨는 지난 4월 여러 차례 조씨가 운영하는 바둑학원 안에 들어가거나 건물 밖에서 조씨를 협박하고 소란을 피운 혐의도 받는다. 그는 또 같은 달 조씨가 바둑대회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을 알리는 기사에 협박성 댓글을 남긴 것으로도 조사됐다.

조씨는 지난 4월23일 ‘흉악한 스토커를 두려워하는 대한민국 삼십대 미혼여성입니다’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렸다.

그는 정씨에 대해 “1년 전부터 저의 사업장에 나타나 갖은 욕설과 고함을 치고 있다”며 “교습소에는 초등학생도 다수인데 스토커를 보고 놀라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게재했다.

이어 “지난 7~9일 연속으로 나타나 저와 주변인에게 갖은 욕설과 고함, 협박 및 모욕을 해 제가 형사고발을 했다”며 “지난 22일에는 밤 으슥한 곳에서 나타나 한 시간 정도 고함을 쳤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경찰에 세 차례 신고했으나 결국 통고조치는 벌금 5만원이었다”며 “사실상 훈방조치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북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유천1열)는 지난달 정씨를 구속기소하면서 “현재의 법령으로는 (스토킹은) ‘경범죄처벌법’만 적용돼 피해자가 신고를 꺼리고 가해자에 대한 적절한 처벌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엄중한 가해차 처벌과 피해자 인권 보장을 중심으로 한 스토킹 범죄 처벌법이 조속히 제정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검찰은 정씨에게 협박,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 등), 재물손괴, 건조물침입,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