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첫 공판
피해 증거물 확인 방식 두고 재판부 고민

25일 오전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이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5일 오전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이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의 첫 공판에서 재판부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최소화 하는 증거물 확인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조주빈은 대부분의 혐의는 인정했으나 일부 성착취 영상은 협박에 의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16세 미성년자인 '태평양' 이모씨는 혐의를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현우)는 11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제작·배포 등) 등 혐의로 기소된 조주빈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공범 '태평양' 이모(16)군과 사회복무요원 강모(24)씨도 함께 재판을 받았다.

이날 공소사실에 기재된 25명의 성착취 피해자들의 변호인 11명 출석했다. 불출석한 변호인까지 포함하면 16명에 이른다.

첫 공판이기 때문에 검찰의 공소사실 낭독이 있었으나 검찰 측 요청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됐다. 공소사실 낭독이 끝난 뒤 공판이 다시 공개됐다.

첫 공판에서 쟁점이 된 것은 증거조사와 관련한 법정 내 피해 영상물 재생이다. 조씨는 증거물로 제시된 영상 등을 범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를 혐의 증거물로 판간하기 위해서는 해당 증거물을 법정에서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문제는 성착취 혐의에 관련된 증거물이라는 점이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판사실에서의 영상 재생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법리상 판사실에서는 불가능하고, 그래서 재판부도 증거조사 영상 시청 방법을 고민 중"이라며 "결국 법정에서 재생하는 방법이 가장 무난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생할 때 물론 당사자들 외에 다른 사람들은 나가야 하는 건 맞다"면서 "피고인들이 퇴정한 상태에서의 문제는 법리적으로 검토하고 있는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소 인원으로 법정에서 재생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데, 피해자 영상들을 딱 원하는 수준까지는 해드리기 어려울 것 같아 고민이 계속 있다"며 "가능하면 적은 수의 사람들이 있는 법정에서 영상물을 재생하는 쪽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는 "아이고..."라며 탄식하기도 했다.

증인 신문 또한 문제가 됐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피고인을 공간적으로 분리하는 '화상증언실'의 재생도 검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결국 화상도 피해자들이 증언하며 얼굴이 다 보여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조주빈 측 변호인은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선 인정하지만, 일부 피해 영상의 경우 협박에 의해 제작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강씨 측 변호인은 검찰에 '공범 역할'에 대한 구체적 수행이 무엇인지를 요구했다.

이날 증인신문이 예정됐던 피해자는 출석하지 않았다. 조주빈 등에 대한 2차 공판은 오는 25일 오후 2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공판 후 조주빈 측 변호인은 취재진과 만나 "동영상 일부는 그 제작 과정에서 협박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달 1일부터 이번달 10일까지 재판부에 총 22차례 반성문을 제출한 사실에 대해서는 "반성하고 있고 글 쓰는걸 좋아한다"며 "아버지한테 편지도 많이 쓰고 지금 단계에서는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 구치소에서 매일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후회하는 심정으로 쓰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향후 변론 방향에 대해 조씨의 엄벌이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될 지에 대해 문제제기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과연 피고인을 엄벌에 처하는 게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될지, 그렇게 하는 게 유사 범죄 재발을 막는지에 대해 변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조씨의 변호인은 조사 과정에서 한차례 바뀌었다. 처음 선임한 변호인은 변호 수락 사실이 알려진 후 거센 비난을 받고 변호를 포기했다. 현재의 변호인은 조씨의 부친이 간곡한 부탁을 해 수임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현재 검찰이 파악한 조씨가 지난해 5월부터 지난 2월까지 협박해 성착취물 촬영 피해를 입은 여성은 총 25명이다. 이중 8명은 아동·청소년이다. 5명의 피해자는 조씨의 협박으로 '박사방' 홍보 영상을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피해자 중에는 지난 1월 '박사방' 관련 프로그램 방송을 막을 목적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예고하는 내용의 녹화를 강요받은 사례도 있다.

현재 조씨에 씌워진 혐의는 총 14개에 달한다. △아청법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아청법 위반(강제추행) △아청법 위반(강간) △아청법 위반(유사 성행위)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에 대한 음행강요·매개·성희롱 등) △강제추행 △강요 △강요미수 △협박 △개인정보법 위반 △사기미수(살인 음모에서 변경) △사기 △무고 등이다.

조씨는 현재 공범에게 겁박한 15세 피해자를 강간하도록 지시하고 유사성행위를 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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