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에서 제도적 장치 마련하고 인식 변화해야”vs
“학교 ‘밖’에서 ‘공적 돌봄 공간’ 조성해야”
교육 전문가들 의견 엇갈리기도
김 위원장이 거론한 전일제 보육제,
정책으로 가기까지 상당 기간 논의될듯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저출생’과 교육 불평등 해결 방안으로 ‘전일보육제’를 제안해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교육 전문가들의 의견이 찬반으로 나뉘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저성장 블랙홀’을 벗어나기 위해 시급한 과제로 ‘저출생’ 극복을 제시하며 그 해결 방안 중 하나로 ‘전일보육제’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2012년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영입돼 ‘경제 민주화’란 의제를 꺼내 논쟁에 불을 붙인 김 위원장은 이번에는 기본소득과 함께 전일보육제를 화두로 던졌다.  

전일보육제란 오전부터 저녁까지 초·중등생의 교육과 보육을 학교가 책임지고 종일 돌보는 제도다. 김 위원장은 새누리당 행복추진위원장 시절 공교육 정상화 일환으로 ‘전일수업제’를 추진하면서 저녁 무상급식을 전제로 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저출산’이라는 용어 대신 ‘저출생’을 사용했다. ‘저출산’이 인구감소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여성들은 저출산 대신 ‘아기가 적게 태어난다’는 뜻의 ‘저출생’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고 제안해왔다. 

김은혜 통합당 비대위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발언을 전하며 “저출생이 교육 불평등과 연결돼있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전언”이라며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면 단순히 여성 문제가 아니라 교육과 보육, 고용 문제까지 폭넓게 접근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전일보육제는 유럽에서는 저출생 정책의 일환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독일은 2000년 이후 저출생 해결 방안으로 초등학생 전일 교육제를 도입해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다. 독일의 전일제 학교는 주당 최소 3일, 7시간 이상 수업, 2003년 이후 연방정부 주도의 투자 프로그램 ‘교육과 돌봄의 미래’에 힘입어 2015년에는 전체 학교의 65%로 확대했다. 이를 통해 양질의 교육과 학부모의 교육부담 분담, 교육 불평등의 완화, 개별적 발달 촉진, 수업 방식의 개선 등의 효과가 있었다. 반면 부모의 교육권 침해, 교사의 부담 증가, 학생의 자유 시간 감소와 수업부담 증가 등의 단점이 있기도 하다.
 
“학교 ‘안’에서 제도적 장치 마련하고 인식 변화해야”
‘교육·가족·사회적 관점에서의 독일 전일제학교 실태 분석’을 집필한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초등학교 전일보육제 도입에 찬성했다. 정 교수는 초등 돌봄 절벽·계층 간 격차 해소·부모의 일 가정 양립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돌봄교사와 교사 간 협조체제와 인식 변화가 보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교사들이 전일제 수업을 반대하는 이유는 책임의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이라며 “교사의 책임을 지우지 않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돌봄 교사와 교사 간 협조체제가 있어야 하고 담임교사를 지원해주는 행정시스템 등 많은 부분이 바뀌어야 한다”며 “교사들도 학습자뿐 아니라 돌봄자로서 의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교 ‘밖’에서 독립적 ‘공적 돌봄 공간’ 조성해야”
반면 현장교사 출신인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은 문제의식에는 동의하나 그 해결방법에 대해서는 입장을 달리했다. 강 의원은 “우선 돌봄 문제를 사회적으로 끌어올려 공적 문제로서 제안한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전일보육제는 다만 학생과 교사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 양면적 성격을 가진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 입장에서 학교라는 공간은 친구를 만나며 성장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통제와 관리의 공간”이라며 “가급적이면 다른 방식으로 방과 후 공적 돌봄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적 돌봄 공간을 조성하며 과도기적으로 학교라는 공간을 사용할 수는 있어도 전적으로 담당하는 방식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교사의 입장에 대해서는 “현재도 교사들이 교육의 질이 낮아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전일제 수업을 실시하면 이러한 부담을 더욱 가중시켜 교육의 질을 더욱 떨어뜨리는 중요 원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교사는 교육에 집중하고 돌봄은 운영 주체 등을 공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지자체 등 국가적으로 어떻게 책임지고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한편 국내 초등 전일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발표 시기를 묻는 질문에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실은 “아직 구체적인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혀 김 위원장이 제시한 전일보육제가 정책으로 구체화되기까지는 상당 기간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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