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사직 후 16개월만
선임행정관에서 의전비서관으로 승진

제19대 대선 때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지난 1월 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차 공판 후 밖으로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닫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탁현민 대통령행사기획 자문위원이 청와대 의전비서관으로 승진해 복귀한다.  ⓒ뉴시스·여성신문

 

 

탁현민 대통령행사기획 자문위원이 청와대 의전비서관으로 승진해 복귀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직한 인사를 승진시켜 재등용하는 것이 이례적인 데다, 앞서 여성 비하 논란으로 여성단체와 여권 내부에서도 강한 사퇴 요구를 받아 왔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의전비서관과 국민소통수석실 산하 홍보기획비서관, 춘추관장 등 비서관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5월 26일 알려졌다. 홍보기획비서관에는 한정우 현 춘추관장이, 춘추관장에는 김재준 제1부속실 선임행정관이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탁 자문위원은 지난해 1월 의전비서관 선임행정관에서 사직했으나 사표 수리 24일만에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이 됐다. 지난해 4·27판문점 선언 1주년 공연을 주도하기도 했다.

탁 자문위원은 공연기획 전문가로 2012년과 2017년 대선의 문 대통령 토크콘서트 행사 등을 주도하고 정부 출범 이후에는 청와대의 기념식과 회의 등 행사를 기획했다. 

탁 자문위원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선임행정관으로 임명된 후 그가 과거에 쓴 출판물 내용이 알려지며 여성계와 여권 내부에서조차 ‘왜곡된 성의식’에 대한 비판과 함께 사퇴 요구를 받았다. 그는 2007년 펴낸 『남자 마음 설명서』에서는 “콘돔 사용은 섹스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라고 적었다. 또 2007년 공동저자로 참여한 저서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에서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여중생과 첫 성관계를 가졌는데 얼굴이 아니어도 신경 안 썼다. 그 애는 단지 섹스의 대상이니까”, "(이 여중생을) 친구들과 공유했다”라고 썼다. 그는 논란이 되자 해당 내용을 “허구”라고 밝혔다.

탁 자문위원은 청와대 선임행정관에서 사퇴한 뒤인 지난해 6월 팟캐스트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출연해 “제가 쓴 책 내용과 저의 공직 수행은 거리가 있다고 봤다. 저를 공격하는 부분에는 또 다른 의도가 있다고 봤기 때문에 행정관을 그만 둘 수 없었다”고 말했다. 

탁 전문위원의 승진을 두고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일보는 탁 자문위원의 복귀 소식을 전하며 “저열한 성인식을 드러냈으나,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다”면서 “‘페미니즘 정부’라는 어젠다의 진정성도 도마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한 누리꾼은 SNS에서 “탁의 재기용은 청와대의 여성에 대한 인식 수준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청와대의 공직자 자질에 대한 판단 기준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 여성단체는 공직 인사 검증 기준에 성평등 관점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 왜곡된 성의식으로 논란을 부른 인사를 재기용하는 것은 성폭력 문제에 강력 대처하겠다고 밝힌 청와대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된다는 점 등을 지적하고 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의 부대표는 “탁 자문위원이 허구라고 밝히고 반성했다고는 하나 이후 대응을 보면 진정성이 의심되는 게 사실”이라며 “당시 강간문화를 낄낄거리며 소비했던 인물을 계속해서 등용하고 신뢰하는 상황을 보면 청와대가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는 성폭력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문 정부가 N번방 등 성폭력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 의지를 밝히면서도 정작 공직자의 자질 판단 기준에서 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없다는 것은 말만큼 행동이 따라주지 못 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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