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부럽잖은 그가 왜

“우울하다.” 분당 하얀마을에 사는 최용숙(37)씨는 정몽헌 회장의 자살 소식을 접한 뒤로 쭉 우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씨는 “정 회장이 자녀들에게 쓴 유서를 보면 자녀들 모습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일 많은 쓸쓸한 50대 가장의 모습이 잘 보인다”며 “산다는 일에 대한 허탈감과 우울함이 매일 아침 밀려온다”고 토로했다.

정 회장의 자살 뒤 우울과 허탈감에 빠져있는 시민들이 의외로 많다. “고통받는 서민들도 많은데 그렇게 잘 난 사람이 왜?”라는 물음 때문이다. 정 회장의 죽음이 사람들에게 사는 게 무의미해지는 세상이라는 공허함을 키우는 데 큰 영향을 끼친 것이다.

송아무개(57·서울 송파구)씨는 “부모 잘 만나서 호강도 많이 했을 거고 누린 것도 많았기 때문에 어쩌면 후회 없이 살다갔는지도 모른다”면서도 “그렇게 좋은 환경을 놔두고 왜 자살을 했냐”고 반문했다.

강윤희(27·서울 양천구)씨도 “돈 많은 사람이 뭐가 그렇게 속이 상해서 죽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정 회장의 자살 자체를 어이없어 했다.

조아무개(28·서울 관악구)씨의 경우 “황태자 교육을 받은 이가 이런 행동을 했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다”며 “검찰조사를 받았을지라도 일반 사람들처럼 호되게 당하지도 않았을 거고, 정 안되면 외국으로 도망이라도 갈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해결책’을 내놓기도 했다.

대북사업에 대한 특검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임아무개(28·서울 도봉구)씨는 “이번 특검은 특정 집단의 입맛에만 맞춘 것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정 회장의 죽음은 한 개인의 죽음이라기보다 대북사업이라는 역사적인 맥락에서 봐야한다”고 말했다.

회사원 노아무개(36·서울 사당동)씨는 화살을 노무현 대통령한테 돌렸다. 그는 “노 대통령이 특검법을 수용한 것 자체가 문제였고 거기서부터 일이 틀어지기 시작했다”며 “정 회장이 목숨을 끊은 마당에 대북송금 수사는 의미가 없으며 특검 결과로 문제를 마무리짓고 국론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혜원 기자nancal@womennews.co.kr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