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5일 대구서 2차 기자회견
"데모 방식 바꾼다는 것,
끝내자는 건 아냐"
일본은 반드시 배상해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여성인권운동가가 5월 25일 대구 만촌동 인터불고호텔에서 두번 째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 5월 7일 이 운동가의 1차 기자회견으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국비와 후원금 유용 의혹 등이 불거지자 2차 기자회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기자회견에 취재진이 몰리면서 기자회견 장소가 두 차례 급히 바뀌기도 했다.

당초 오후 2시로 예정됐던 기자회견은 이 운동가의 건강을 이유로 40분 가량 늦게 시작됐다. 이 운동가는 이날 기자들에게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위안부 운동 단체가 개방성·투명성에 기반한 운영 체계를 갖추고 시민 지지와 성원으로 위안부 운동이 큰 만큼 시민 목소리를 모으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만촌동 인터불고 호텔에서 두번째 기자회견을 열었다. ⓒ권은주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만촌동 인터불고 호텔에서 두번째 기자회견을 열었다. ⓒ권은주 기자

 

기자회견에 나선 이 운동가는 원고 없이 발언을 이어갔다. 이 자리에서 모금 활동을 주도한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에 대한 강한 비판, 정의연 의혹을 검찰이 해결해야 한다는 것, 19일 자신을 찾아온 윤 당선인을 용서하지 않았다는 점, 정신대와 위안부 문제 접근방식의 변화, 데모 방식을 바꾸겠다는 점, 위안부 할머니 문제를 해결 해줄 사람은 학생들이라는 점 등을 강조했다. 특히 기자들에게는 “제발 있는 그대로 기사를 내달라”고 당부했다.

“어느 날 저녁에 나갔다가 들어오니 문을 열어 달라 해서 열어주니 윤미향이 들어왔다. 제가 놀라서 넘어갈 뻔했다. 와서 무릎을 꿇고 무슨 말을 하는데 용서? 뭐를 용서를 하나? 뭐를 갖고 와야 용서를 하지. 내가 며칠 후 기자회견 할 테니 오라고 했다. 30년을 같이했으니 이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니 너무 눈물이 왈칵 나서 제가 안고 울었는데 이걸로 용서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기자님들 좀 부탁드린다. 명백하게 좀 기사를 내라. 그걸 갖고 용서했다는 이런 기사 너무 황당하다. 그게 아니다. 확실하고 명백히 여러분도 책임이 돌아가는 일이다.”

이 운동가는 ‘정신대’와 ‘위안부’는 다르다며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연 전신)가 정신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안부 피해자를 이용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30년 동안 (위안부로)끌려가서 당한 일을 미국으로 다니면서 증언을 했다.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면 공장 갔다 온 할머니들로 해야 하는데, 이걸 빵으로 비유해 말하자면 공장 갔다 온 할머니들을 밀가루 반죽해서 빚어놓고, 속에는 맛있고 귀한 것을 넣어야 하니 그 속은 위안부로 넣은 거다. 30년을 해도 그걸 몰랐다. 어제저녁에 가만 생각하니 이것은 왜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생명을 걸고 끌려갔던 위안부를 왜 쟤들이, 정신대 할머니와 합쳐져서 쭉 이용당했는지. 나는 당연한 줄 알았다. 이걸 30년 동안 하면서 사죄·배상 요구하고 학생들까지 고생시켰다. 그 학생들 돼지저금통 털어 나온 것까지 챙겼다. 왜 정신대대책협의회는 정신대 문제만 하지, 자기들이 무슨 권리로 위안부 피해자를 만두의 고명으로 사용했나. 그들이 일본의 사죄·배상을 막았다. 위안부는 생명을 걸고 거기에 가서 죽은 사람도 많다. 그런데 30년을 이용해 먹었다.”

윤 당선인과의 관계도 다시 설명했다.

“3월 30일 전화를 했다. ‘미향씨, 이러면 안 되지 않나. 한번 와라. 안 그러면 기자회견 하겠다.’ 윤미향이 아주 큰 소리로 당당하게 기자회견 허락해서 5월 7일 기자회견을 한 것이다. 이 사람은 자기 맘대로 뭐든지 하고 싶으면 했다. 30년 같이 했는데 한마디 말도 없이 맘대로 내팽개쳤다. 이래놓고 또 자기가 사리사욕 챙겨서 맘대로 국회의원도 나갔다. 저한테 얘기도 없었고, 자기 맘대로 하니까 제가 뭐를 용서하나. 속이고 이용하고 재주는 곰이 하고 돈은 그 사람이 받아먹었다. 30년 동안 재주를 넘었다. 그 돈은 딴 사람이 받았다. 이런 것도 모르고 용서를 바라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기자회견 중 지난 30년 동안의 일을 이야기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있다. ⓒ권은주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기자회견 중 지난 30년 동안의 일을 이야기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있다. ⓒ권은주 기자

 

이 운동가는 수요집회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데모 방식을 바꾼다는 거지, 끝내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학순 할머니가 시작한 일을 내가 바꾼다 했다. 그리고 일본과 한국은 이웃 나라다. 학생들이 결국은 그 나라 주인 아닌가. 학생들이 사죄와 배상을 왜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우리 학생들도 올바르게 가르쳐야 하고, 일본 학생들도 올바른 역사를 공부해서 위안부 문제 사죄 배상을 해야 한다. 일본은 천년만년 가도 반드시 사죄해야 한다.”

이 운동가는 “윤 당선인, 정의연이 위안부 피해자를 이용한 점은 도저히 용서 못 한다. 이것도 벌을 받아야 한다”면서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그 사람들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기자회견 직후 정의연은 설명자료를 내고 이 운동가의 발언에 대해 해명했다.

특히 ‘정신대’ 용어에 대해 단체는 “1990년대 초 활동을 시작할 당시에는 피해의 실상이 알려져 있지 않아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정신대’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며 “실제 일제 식민지 하 제도상 혼용과 용어의 혼용이 존재했다”고 밝혔다. ‘정신대’는 소학교 고학년 정도 연령으로 일본의 군수공장 등으로 끌려가 군수품 등을 만드는 일을 강제당한 피해자를 일컫는다. ‘위안부’는 일제에 의해 성노예를 강요당한 피해자를 말한다.

정의연은 “정대협에 포함된 ‘정신대’는 운동의 역사적 산물에 불과하다”며 “정대협은 일관되게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 회복을 위해 활동해온 단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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