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법조인 어제와 오늘

다음달 새로 선임될 대법관 후보에 여성을 앉히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여성 법률가들이 주목받고 있다. 법조계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판·검사와 변호사, 군법무관, 법학 교수는 통틀어 600여명(2003년 3월, 사법연수원 졸업생 포함). 아직 전체의 5%에 불과한 수치다.

분야별로는 판사가 175명(남성 1669명), 검사가 87명(1295명, 2003년 8월 현재)으로 각각 9.5%, 4.9%를 차지하고 있다. 변호사는 230명(5349명), 군법무관은 10명(443명), 법학 교수가 62명(1808명)으로 비율은 각각 4.2%, 2.2%, 3.3%다.

최초 여성 법률가들=분야를 통틀어 첫 여성 법률가는 이태영(1915∼1998) 여사다. 52년 제2회 사법고시에 합격, 한국 최초의 여성 합격자가 됐다. 이 여사는 36년 이화여대를 나온 13년 뒤인 49년에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다시 서른일곱살에 고시를 통과한 저력으로 이름 높다.

54년 첫 여성 변호사로 활발한 활동을 했고, 63년 가정법원 가사조정위원, 82년 덕성학원 이사, 92년 한국여성변호사회 고문을 지내는 등 사회활동도 많았다. 첫 여성 법률가로서 이름을 날린 이 여사와 달리 그의 아들 정대철 민주당 대표는 검찰 조사를 받는 사상 첫 집권당 대표로 기록될 처지다.

우리나라 첫 여성 판사는 고 황윤석 여사. 사학자 황의돈의 딸로, 52년 서울대를 졸업한 뒤 53년 제3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해 54년 서울지방법원 판사로 임용됐다. 60년 필리핀에서 열린 세계여성법률가회의에서 뛰어난 언변으로 찬사를 받는 등 주목을 받았으나, 이듬해 집에서 변사체로 발견돼 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1호 여성 검사는 지금 민주당 국회의원인 조배숙 의원과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를 지낸 박숙경씨. 두 사람은 이태영 여사가 법조계에 첫발을 디딘 지 28년만인 82년 검사로 임용됐다. 그 뒤 임옥경·조희진 검사가 바통을 이었다.

‘선구자’들이 물꼬를 텄지만 여검사는 2000년까지 채 30명이 되지 않다가, 최근 3년 동안 60명 가까이 임관해 올 8월 현재 현직 여검사는 87명에 이른다. 여성 법률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건 최근 5년 동안의 일. 사법고시 여성 합격자가 크게 는 덕이다. 여성합격자는 97년 49명에서 이듬해 92명, 99년 119명, 지난해 239명으로 늘었다.

인정받는 여성 법률가들=여성 법률가 가운데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내각에 중용된 이가 많다. 판사와 변호사를 두루 거친 강금실 법무부 장관의 입각이 대표적인 사례. 김진숙 여성정책담당관, 조희진 검찰국 검사도 법무부에서 ‘알아주는’ 실력파로 통한다. 법무부 첫 여성 검사였던 최윤희씨는 지금 한 법률회사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여성 법률가들은 청와대에도 대거 진출했다. 민변소속 변호사 출신인 박주현 국민참여수석, 서울고법 판사 출신인 황덕남 법무비서관, 최은순 제도개선2비서관(변호사)이 두드러진 인물. 아울러 박서진 민정2비서실 국장, 강선희 법무비서실 국장도 변호사 출신이다.

법원 쪽에도 여성들의 진출이 활발하다. 최근 대법관 후보로 오른 김영란 대전고법 부장판사를 비롯, 이영애·전효숙·전수만 판사 등 4명의 부장판사들이 활약하는 등 175명의 판사들이 활약하고 있다. 재조는 물론, 강기원·강정혜씨 등 230여명의 변호사들이 재야에서 자신의 영역을 쌓고 있다.

배영환 기자ddarijo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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