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제강간 연령 16세로 상향
성착취 영상 제작·유포·소지 불법
스토킹·온라인 그루밍 처벌 등
21대 국회 과제로 넘겨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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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종료를 앞두고 일명 ‘N번방 방지법’이라고 불리는 디지털성폭력 관련 법안들이 통과됐다.

국회는 20일 본회의를 열고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통신망법, 방송통신발전기본법 등 3개를 통과시켰다.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성폭력 특별법 개정안,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 상향 및 강간·유사강간 예비음모죄 신설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안, 범죄수익은닉 처벌법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20대 국회에서는 통칭 ‘N번방 방지법’ 6개 법안이 마련됐다. 이들 법안 통과로 향후 디지털 성폭력범죄의 처벌과 피해자 구제가 한결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과제도 뚜렷하다. 디지털 성범죄 수사 단계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에서 피해자를 지원하는 국가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온라인 그루밍 등 다양한 유형의 성폭력을 명명하고 처벌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30일 출범하는 21대 국회의 최우선 과제다.

이번 6개 법안 통과로 디지털성폭력 관련 범죄의 처벌이 보다 적극적이고 광범위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성착취 범죄였으나 처벌 방책이 없었던 협박에 의해 직접 촬영한 성착취 영상 제작·유포·소지가 모두 불법으로 규정됐다. 또 특수강도강간 등을 모의한 이들도 처벌할 수 있게 됐으며 성폭력 범죄의 법정형도 무거워졌다. 또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 기준도 기존 13세에서 16세로 높아졌으며 아청법 전반의 처벌 형량이 대폭 강해졌다. 디지털 성착취 범죄의 책임에서 벗어나 있던 국내 플랫폼들에 대해서도 불법자료 유통 방지 의무를 지게 했다.  

서울종로경찰서 앞에서 여성들은 시위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지난 3월 25일 여성들의 성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검찰 유치장으로 향하자 여성들이 조주빈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홍수형 기자

 

N번방 방지법들이 국회 마무리를 앞두고 대거 통과하자 칭찬과 비판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디지털 성착취 근절을 위한 정치권의 강력한 의지가 드러났다는 칭찬과 국회가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는 법안들을 방치해 N번방 사태가 벌어졌다는 비판이다.

20일 통과된 3개 법안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 어떤 문제 제기가 있을지 주목된다. 네이버, 카카오 등 부가통신사업자와 인터넷 사업자에게 불법영상 삭제 및 차단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 3개 법안에 대해 IT업계에서는 해당 법안들이 ‘사적 검열’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정작 성착취 범죄의 무대가 된 해외 플랫폼들에는 의무를 부여하지 못해 반쪽짜리 법안이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사업자에 부여되는 ‘기술적·관리적 조치’에 공개되지 않은 대화방 등은 포함되지 않으며 ‘표준 DNADB’를 만들어 사업자에 배포함으로써 유통 방지 조치를 돕겠다고 밝혔다. 해외 플랫폼에 대해서는 “해외 사업자에게도 법이 적용되도록 법제를 정비하겠다”며 “국내외 수사기관과 협조해 규제 집행력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서랑 대표는 “이번 ‘N번방 방지법은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그간 여성들이 외쳐온 목소리에 대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서 대표는 또 “처벌법 중심으로 이뤄진 이번 N번방 법안의 한계를 넘어 수사 단계부터 재판까지 피해자 구제 및 지원을 위한 국가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온라인 그루밍을 포함해 날마다 새롭게 진화하는 다양한 유형의 온라인 성범죄를 명명하고 처벌하는 법을 만드는 것이 21대 국회에서 과제라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국회의원은 “N번방 방지법은 국민들의 지지에 힘입어 만들어졌다. 성착취 동영상의 광고를 연결시켜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 피해 청소년을 정의하는 것 등 유의미한 내용이 담겼다”며 “21대 국회에서는 스토킹 방지법, 양육비 이행에서 국가대지급제도입, 여성 공천 30% 강제이행 등을 통과시키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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